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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이 오르는 것을 보고 날마다 택시를 타고 다니는 작은 딸아이는 대뜸 말한다.

 

"엄마! 이제 가급적 시간을 미리 확보해서 버스를 2번 갈아타고 다녀야겠어"

"그러지 말고 운전을 배우는 것은 어떠니?"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차를 운전하느라 하늘 대신 시커먼 도로와 차량들을 하루 몇 시간이나 보고 신경쓰고 살긴 싫어!"

"참 누가 보면 너 신토불이 환경단체 관련인 줄 알겠어"

 

낯선 곳에 잘가고, 낯선 물건은 그게 밥솥이든, 카세트이든, 오디오든 과감이 분해해서 다시 조립하기를 어릴 적부터 한 작은 아이이다. 택시요금 인상 소식을 보고 이번 기회에 나는 이기적인 생각이 순간 들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아이인지라 운전도 배우면 잘 할 것 같고 내심 나는 이번 기회에 작은 아이가 운전을 배우면 현재에 시도 때도 없이 아이를 카풀하러 가는 운전자에서 벗어나, 운전석 옆자리나 뒷좌석에 앉거나 가끔 아이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언지하에 당장 뿐 아니라 앞으로도 별로 그것은 가능성이 없게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큰 아이는 별로 운전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대학다니자마자 먼저 운전을 배우기를 원했다. 어릴 때 스스로 세발 자전거나 그네도 못 타는 것은 고사하고 기계를 만지는데 별로 요령이 없는 것은 나와 비슷한데도 말이다.

 

"엄마! 나 운전면허 땄으니까 아주 작은 차를 사는데 도와줘! 내가 적금든 것하고 엄마가 조금만 보태주면 될 것 같애!"

내가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자

"엄마! 이번에 엄마 차 바꿀 때 10년 쓰던 헌 차 나한테 줘! 그거 일 년쯤 타볼께!"

 

솔깃하다가 이리 저리 알아보고 결국 10년 된 차는 중고시장에 헐값으로 넘겼다.

 

왜냐하면 초보운전에 대한 보험료에다 차량유지비 등등 만만찮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운전실력이 별로라는 것이었다. 아주 예민해서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데 주로 운전해야 하는, 새벽에 나가는 기업 강의에는 늘 잠이 덜 깬 상태로 대문을 나섰고, 학생과 직장인강의를 마치는 늦은 퇴근 길은 녹초가 되어  맑은 정신과 높은 집중력이 늘 유지되기 힘든 것이다.

 

어찌 어찌 하다 운전면허를 땄지만 차를 사는데 전혀 내가 협조를 안했다. 아이를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도로사정과 웬만한 방어운전실력이 없으면 금세 탈이 날 것이 자명한 것이 전국에서 교통사고율이 제일 높은 이곳의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아이는 택시를 타다가, 버스를 타다가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무래도 택시비와 버스를 기다리며 왕복 오가는 시간이 너무 부담되었던지  도보로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 옮겼다.  

 

아이 하나는 어릴 적부터 밥은 전혀 손을 안대고 밀가루와 고기 종류를 선호하고, 다른 아이는 그 반대로  밀가루와 고기대신 떡과 밥종류만 먹는 편식을 했다. 그리고 이제 성장해서는 밀가루와 고기를 먹던 아이는 서서히 야채와 밥을 먹기 시작하고, 밥과 떡 종류를 먹던 아이는 분식류도 먹는다.

 

식성은 이렇게 커가면서 조절이 가능해지는데, 본인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들은 변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결혼생활에 긍정적인 아이와, 결혼이라면 내 인생에서 저리 가라는 독신지향의 아이들은 어릴 때 오손도손 손잡고  많은 시간을 동고동락했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역력히 나타난다.

 

같은 뿌리의 나무입장에서 나무에서 나온 가지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허지만 어떤 관점이나 일의 시행을 두고 자매가 아슬아슬하게 의견이 대립되어 관계가 소원해질라 치면 엄마된 입장에서는 대범하지 못하고 신경이 쓰인다.

 

가급적이면 하늘을 자주 바라보고 많이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같은 나무에서 나온 큰 가지와 작은가지사이가 너무 많이 벌어지지 말고, 바람이 불면 사이좋게 같이 한결로 불거나, 가급적이면 먼지가 많은 땅 쪽보다는 구름이 흐르고 달이 밝은 하늘로 가지가 뻗어 푸른 잎들이 성성하기 바라는 염원이다.


#딸들의 희망#자식사랑#운전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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