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ㄱ.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 이 글은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화장과 화장품을 비판하는 글이다 ..  《꿈꾸는 지렁이들》(환경과생명,2003) 48쪽

 

 "에코페미니즘(eco feminism)의 입장에서"는 토씨 '-의'를 덜어내거나 '-이라는' 토씨를 넣어 줍니다. '비판(批判)하는'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살피는'이나 '따지는'이나 '살펴보는'이나 '다루는'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 입장(入丈) : 장가를 듦

 ├ 입장(入場) : 장내(場內)로 들어가는 것. '들어감'으로 순화

 │   - 입장 요금 / 신랑 신부 입장 / 미성년자 입장 불가

 ├ 입장(入葬) : 장사(葬事)를 지냄

 ├ 입장(立場) : 당면하고 있는 상황. '처지(處地)'로 순화

 │   - 입장 표명 / 입장이 난처하다 / 입장을 밝히다 /

 │     검찰은 수사에 성역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는 자리에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면서

 │→ 환경과 여성을 헤아리는 눈길로

 │→ 환경과 여성을 걱정하면서

 │→ 환경을 생각하는 여성주의 테두리에서

 │→ 환경을 생각하는 여성주의라는 눈으로

 └ …

 

 그동안 많은 분들이 '입장'이란 일본말이고, 이런 낱말은 우리가 안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방송에서도 다루며 신문이나 잡지에도 곧잘 실리는 한편, 우리 말을 이야기하는 책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이런 일본 한자말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그분들 그 좋거나 훌륭한 이야기를 좋음 그대로, 또는 훌륭함 그대로 귀담아듣거나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주 드물지 않느냐 느낍니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땀과 품을 들여 걸러내려고 한 '입장'이지만 조금도 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더욱이 이 보기글은 '환경'과 '여성'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썼는데,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면서도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을 털어내지 못하는 대목은 안타깝습니다.

 

 ┌ 입장 요금 → 들어가는 삯 / 들어가며 치르는 삯

 ├ 신랑 신부 입장 → 신랑 신부 들어옴

 └ 미성년자 입장 불가 → 미성년자 들어올 수 없음

 

 국어사전 말풀이를 살펴봅니다. 모두 네 가지 한자말 '입장'이 실리는데, "장가를 든다"는 '入丈'이나 "죽은 이를 묻는 일"을 가리킨다는 '入葬'은 쓰일 일이 없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이런 낱말을 쓰기는 쓸까요? 장가를 들면 '장가들다'라 하면 되고, 죽은 이를 묻으면 '묻는다'라 하면 됩니다. 한자말 가운데에도 '장사 지내다'라 할 뿐, '입장한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또한, '장사 지내다'라 해야 알아듣지 '입장한다'고 해서는 알아듣기가 까다롭습니다. 죽은 사람 앞에서 낱말풀이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 입장 표명 → 생각 밝힘 / 생각 밝히기 / 어찌할는지 말함

 ├ 입장이 난처하다 → 내가 어렵다 / 내 자리가 힘들다

 ├ 입장을 밝히다 → 생각을 밝히다

 └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생각을 또렷이 했다 / 뜻을 또렷이 했다

 

 "들어가는" 일을 가리키는 '入場'은 '들어감'으로 고쳐쓰라고 낱말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처지, 그러니까 '선 자리'"를 가리키는 '立場'은 '처지'로 고쳐쓰라고 낱말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곧, '선 자리'나 '내 자리'나 '자리'나 '생각'이나 '형편' 같은 낱말로 고쳐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국어사전이나마 뒤적이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고 할 때에는, '아차차, 내가 얄궂은 말을 쓰려고 했구나. 이런이런, 내가 올바르지 않은 말을 자칫 잘못해서 쓸 뻔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쓰는 분이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느끼는 가운데 '국어사전이 이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생각대로 쓰면 그만이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은 어떤 모습일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매무새일는지 궁금합니다. 한 마디 말을 옳게 추스르는 우리들일까요. 한 줄 글을 알맞게 다스리는 우리들일까요. 말이고 글이고 대충 써도 괜찮다고 여기는 우리들일까요. 생각이고 넋이고 아무려면 어떠냐고, 돈벌이에나 마음을 쏟을 일이라고 여기는 우리들일까요.

 

 

ㄴ. 다른 세대의 입장

 

.. 특히 경험 및 지식의 범위와 방향이 자신의 연령대와 크게 다른 세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라 ..  《글 그래도 쓴다》(조선일보사,2005) 183쪽

 

 보기글은 낱말을 하나하나 들면서 다듬기보다 통째로 갈아치우면 어떨까 싶습니다. "더욱이 경험과 지식이 자기 나이또래와 크게 다른"이라고 앞쪽을 다듬어 봅니다. 이 자리에서는 "범위와 방향"을 아예 덜어내 봅니다. "지식 테두리와 나아가는 곳"이라 적어도 나쁘지 않으나 '지식'이라고만 적을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 다른 세대의 입장에서도

 │

 │→ 다른 세대가 선 자리에서도

 │→ 다른 세대는 어떻게 느끼는지도

 │→ 다른 세대는 어떠할는지도

 │→ 다른 세대라면 어떠할는지도

 │→ 다른 세대 눈으로는 어떠할는지도

 │→ 다른 세대 마음으로는 어떠할는지도

 └ …

 

 보기글 뒤쪽은 "다른 세대 처지에서도 생각해 보라"나 "다른 세대는 어떻게 느낄는지 생각해 보라"나 "다른 세대 자리에서 생각해 보라"나 "다른 세대 마음이 되어 생각해 보라"나 "다른 세대라면 어떠할지 생각해 보라"로 손질해 봅니다.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도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볼는지도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는지도

 ├ 다른 사람들은 어찌 받아들일는지도

 ├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떠할는지도

 ├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찌 볼는지도

 └ …

 

 말이란 듣기 나름이고 하기 나름입니다. 글이란 읽기 나름이고 쓰기 나름입니다.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 눈높이에서 그예 밀어붙일 수 있으나, 듣거나 읽는 사람 눈높이에서 곰곰이 되짚을 수 있습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 마음대로라 내뱉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러하든 저러하든 듣거나 읽는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는지를 먼저 차근차근 짚을 수 있어요.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을 때 한결 싱그러운 말이 됩니다. 두 번 더 곱새길 수 있을 때 한껏 사랑스러운 글이 됩니다. 가다듬으려는 매무새여야 하고, 손보고 손질하고 다독이려는 마음결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한자말#한자#우리말#한글#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