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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티브이의<연애불변의 법칙>이 시즌 7까지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리브티브이의<연애불변의 법칙>이 시즌 7까지 이어지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연애불변의 법칙제공
혼자서 케이블을 보고 있다. 술 취한 남녀가 모텔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잠복 취재 중인 스텝이 투입돼 여자의 사촌오빠라며 가까스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다. 난 우리 집 소파에 앉아 있을 뿐인데 긴장이 상승한다.

위의 상황은 남자친구를 실험해보기 위해 만들어 낸 가공인물인 작업녀가 술에 취하면서 벌어진 아슬아슬한 장면이며 케이블방송 <연애불변의법칙시즌 7>의 순도 100퍼센트의 리얼이다.

남자친구의 모습을 지켜본 '뚜껑열린' 여자들은 작업녀와의 데이트 장소를 기습하며 당황한 남친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 중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얼마 전 시즌 7을 맞을 정도로 케이블의 인기프로가 돼 있는 <연불>은 매회 강도 높은 스킨십으로 내달린다. 의뢰인의 애인을 유혹하기 위해 투입된 작업녀는 더욱 과감해졌으며 그들의 유혹에 감사히 넘어가는 남자들의 얼굴엔 더욱 더 깊은 미소가 번진다. 작업녀와 함께 술 마시고 키스는 물론 '원나잇'까지 달리려 하는 화면 속의 남친을 보며 여자들은 끝내 눈물을 흘린다.

보는 이로 하여금 관음증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여러 번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지금을 사는 젊은 세대의 연애 풍속도를 지켜볼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어쩜 저럴 수 있을까 싶게 내가 살아온 세대와 다른 것을 확인한다. 난 이미 30대며 구세대였다.

배신과 미련에 확인 사살을 하는 요즘 방송

케이블 방송의 특징은 언제적 본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우려먹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틀면 나오곤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다채로운 현재진행형의 연애이야기들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난 그 속에서 갈수록 더 많이 달라진 남자와 여자를 바라본다.

화면 속의 여자가 똑바로 서지 못한다. 손을 떨며 핏기없는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정교한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 난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다. 여자는 옛 남자친구에게 버려지고 있었다.

옛 남자친구는 자신과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 하는 여자에게 스토커라는 잔인한 말로 여자의 희망을 짓밟고 돌아섰다. 몹시 격조된 난 생각한다. 그래 '아쌀하게 잊어 줄 수는 있겠구나.'

 지금은 방송이 정지된 상태의 <추적 엑스보이프렌드>의 모습
지금은 방송이 정지된 상태의 <추적 엑스보이프렌드>의 모습 ⓒ 추적 엑스보이프렌드 제공

이것 역시 <추적엑스 보이프렌드>라는 케이블 방송의 실제상황이다.

떠나간 사람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옛애인을 찾아주는 프로인 <추적 엑스보이프렌드>는 옛 애인의 집 근처에서 며칠을 잠복하며 그의 행적을 추적하다 의뢰인의 영상 편지를 보여주며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다.

현재는 촬영 중 스토커로 오인받는 등 여러가지로 문제로 방송이 중단된 상태지만 <추적엑스 보이 프렌드>는 지나간 사랑은 아프다는 사실을 아니, 정녕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나에 대한 사랑이 전부일거라 믿고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며 배신감을 느낀 그들은 때로 이별을 택한다. 하지만 또다른 방송에선 사랑하며 힘든 것이 이별 뒤의 고통보다 더 견딜만 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이 옛 사랑을 찾아 나서고 있다.

똑같은 크기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언제나 누군가 더 많은 사랑을 주기 시작하면서 연인들의 관계는 엇갈리기 시작한다. 무언가 기대하지 않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뭔가를 기대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우리는 실망과 서운함을 함께 떠안게 된다.

서운한 것을 시작으로 한사람이 불행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두 사람 모두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며 이별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은 이미 이별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거부에 여자는 유기에 공포를..

<우리 결혼했어요><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연애불변의 법칙><추적 엑스보이프렌드><총각 연애하다><러브 파이터> 등 남자와 여자의 연애이야기를 기본으로 다루는 프로는 공영방송과 케이블 방송을 가리지 않는다.

브라운관 속의 그들은 모두 남자와 여자 둘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 감정을 사랑이나 사랑으로 만들기 내기 위한 다채로운 갈등으로 채워나간다.

드라마라면 <아내의 유혹>에서 <꽃보다 남자>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내가 즐겨보는 것은 바로 이런 팩트가 있는 프로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와 같이 잠복 취재나 설정된 상황 속 행동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파장이건 막장이건 리얼이며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말이다.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기에 쓸쓸하다. 그것은 언제나 문제를 만든다. 그보다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아 불안하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될까 집착하고 사랑을 잃을까봐 걱정한다. 일단 사랑에 빠지면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기 위해 애쓰는 쪽은 늘 여자다.

딴지 총수는 말했었다. 사랑에 대해 남자는 거부에 공포를 여자는 유기에 공포를 느낀다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시작부터 끝까지 다르다. 그래프로 치자면 엑스와 와이가 같은 곡선상에 있을 때라곤 상대를 만나지 않을 때와 아주 먼 훗날에 잊혀진 뒤에나 있을 것이다.

남자들은 거부당할까 공포를 느끼지만 시작 된 사랑엔 흥미를 잃어가고 여자는 시작 된 후부터 정성과 열정을 쏟아 낸다. 거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다

두 프로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모두 지금을 사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모습이다. 현재의 사랑은 그렇게 변해 있었다. 사랑이 시대별로 다른 감정일 수 있을까. 보수적인 사랑에 길든 세대인 나는 처음 만나 사랑을 남발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랐다.

오늘 만난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에게도, 몇 년 동안 뒷바라지하며 기다리던 남자를 다시 받아주는 여자에게도, 한 때는 사랑했던 여자를 스토커라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도 내겐 다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방송된 모습들이 지금의 젊은이들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실제 모습이다. 시대는 변했지만 남자와 여자는 끔찍하게 다르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다. 유전적으로 다른 남녀의 뇌 구조를 어떻게 조절해야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을까.

답은 없다.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늘 새로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이별 앞에 괴로워하지만 언젠가 찾아올 진짜 마지막 사랑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사실이 사랑보다 더 쓸쓸하다.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인데도 말이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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