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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을 오르다가 본다
주저리주저리 노란 꽃을 단
생강나무 한 그루
생강나무의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생강에서나 나는
매운 향기가 풍긴다고 한다
떨기나무와 초본식물,
아주 동떨어진 두 식물 간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길래
그렇게 비슷한 냄새를 품고 있는 걸까
어쩌면 초본식물인 생강이
저 생강나무의
까마득한 유년시절이 아닐까
슬프다
나 역시 저 생강나무처럼
외떡잎식물 같은
생강의 시절을 지나
어느새 떨기나무 시절에 당도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슬픈 것은
시시각각 늙어가는 육체 때문이 아니다
철저히 몸을 추종하는 마음 탓이다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 동안
부화뇌동하길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
알아서 굳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른 봄날
생강나무 한 그루 홀로
터덕터덕 산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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