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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과거 이상의 것이 될지도

 

.. 만약 말라리아가 다시 유행하면 그 피해는 과거 이상의 것이 될지도 몰라 ..  《히데키 아키야마/김영신 옮김-곤충감식관 파브르 (4)》(서울문화사,2006) 121쪽

 

 '유행(流行)하면'은 '번지면'이나 '퍼지면'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 피해는'으로 썼으나, "다시 유행하면 과거 이상의 피해가 될지도 몰라"처럼 쓰면서 '그'를 덜고 '것'도 털 수 있습니다.

 

 ┌ 과거 이상의 것이 될지도 몰라

 │

 │→ 지난날보다 클지도 몰라

 │→ 지난날보다 커질지도 몰라

 │→ 지난날보다 엄청날지도 몰라

 │→ 지난날보다 무시무시할지도 몰라

 └ …

 

 지난날과 견주면 좀더 커진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말뜻 그대로 '커진다'를 넣으면 돼요. 전염병 피해가 커지는 일은 '엄청난' 일이며, '무시무시하다'고 느끼는 일입니다. 이런 피해는 '끔찍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피해를 입을 때 어떤 모습인가를 가만히 헤아리면서, 그때그때 알맞는 말을 찾아 쓰면 됩니다.

 

 

ㄴ. 이상의 생각이

 

.. 이상의 생각이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지 생각해 봅시다. 이 생각에 따르면 ..  《조지 레이코프/유나영 옮김-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2006) 34쪽

 

 "어떤 의미(意味)를 띠는지"는 "무엇을 뜻하는지"로 다듬습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관점(觀點)에서"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에서"나 "사회복지 프로그램 테두리에서"로 손봅니다.

 

 ┌ 이상의 생각이

 └ 이 생각에 따르면

 

 우리 말을 못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적습니다. 알맞게 쓰려 애쓰는 사람도 적습니다. 더구나 날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도 자기가 하는 말과 쓰는 글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헤아리지 못합니다. 말하는 쪽과 듣는 쪽, 쓰는 쪽과 읽는 쪽이 서로서로 자기 생각과 뜻을 남김없이 올바르게 알아듣는가 살피지 않습니다.

 

 보기글을 보면, 첫머리에는 "이상의 생각이"로 쓰지만, 바로 다음 줄에서는 "이 생각에"를 넣습니다.

 

 ┌ 이 생각이

 ├ 이런 생각이

 ├ 이와 같은 생각이

 └ …

 

 가만히 보니 '견해(見解)'가 아닌 '생각'이라는 말을 쓰네요. 반갑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마음을 쏟지 못해서 '이상 + 의'를 쓰고 말았어요. 옮긴이가 자기 글을 한 번쯤 더 돌아보았다면, 앞말과 뒷말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차근차근 되짚었다면, 이 대목을 놓치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래도 '-의'를 붙인 '이상의' 또한 자기 나름대로 알맞게 쓴 말투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 이런 생각이

 ├ 저런 생각이

 └ 그런 생각이

 

 이렇게 쓰는 말투를 찬찬히 생각해 보셔요. 우리는 '이-그-저'를 써서 앞에서 말했던 이야기를 뒤에서 받습니다. '이상의'는 어떤 자리에 쓰나요. '이-그-저'를 두루 아우르는 말인지요.

 

 

ㄷ. 치장한 상품 이상의 것

 

.. 딱딱한 플라스틱 펌프 치약은 멋지게 치장한 상품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  《M.램/김경자,박희경,이추경 옮김-2분 간의 녹색운동》(성바오로출판사,1991) 81쪽

 

 '치장(治粧)한'은 '꾸민'이나 '뒤집어씌운'이나 '껍데기를 입힌'이나 '옷을 입힌'으로 다듬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멋지게 치장한 상품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

 │→ 멋지게 꾸민 상품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 멋지게 꾸민 상품이지, 아무것도 아니다

 │→ 멋지게 꾸민 상품일 뿐이다

 │→ 멋지게 꾸민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 …

 

 어떠한 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뜻에서 '이상'이라는 낱말을 쓰고 '-의'를 붙였습니다. 말뜻 그대로 "멋지게 꾸민 상품을 넘어서지 않는다"라든지 "멋지게 꾸민 상품이다"라고 적어도 될 텐데요. 우리는 어이하여 토씨 '-의'를 뒤에 붙인 '이상 + 의'만 쓰려고 할까요. 좀더 수수하고, 좀더 단출하게, 좀더 가볍게 우리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놓을 수는 없었을까요. 한결 알맞게, 한껏 아름다이, 한가득 넉넉함과 사랑을 담는 말과 글로 우리 넋과 얼을 실어낼 수는 없었는가요.

 

 겉을 치레하려는 만큼 속을 치레할 노릇입니다. 겉을 가꾸는 만큼 속을 가꿀 노릇입니다. 겉을 보듬으려는 만큼 속을 보듬을 노릇입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비었다든지, 겉은 빛이 나지만 속은 꾀죄죄하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말뿐 아니라, 우리 삶도, 우리 일도, 우리 매무새도, 우리 집과 터전과 마을과 문화 모두 겉과 속이 하나되면서 아름답고 알찰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선다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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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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