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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진 술병과 술잔
쓰러진 술병과 술잔 ⓒ 조찬현

 

그래

그만두면 그만이다

그만 안 둬도 그만인 세상

그만두면 그만이다

 

엿 먹어 봐라

에이 씨~팔

무슨 심사가 뒤틀렸나

왜 갉으려고 하나

그만두면 그만인 것을

 

여수 국동항

선술집 소주잔에서

거센 파도가 넘실댄다

취기 오른 뱃놈들의

목청이 귓전을 때려도

주모는 아랑곳없다

그저 돈만 세고 있다

술상은 난장판이다

 

그래

그만두면 그만이다

그만 안 둬도 그만인 세상

그만두면 그만이다.

 

자작시 <그만두면 그만이다>

 

술잔을 비운다. 한잔 또 한잔 술잔을 비운다. 술병이 쓰러진다. 사람들은 다 그대로인데 빌어먹을 놈의 술병이 자꾸만 쓰러진다. 고성이 오가고, 선술집은 아수라장인데 주모는 아랑곳없다. 술병을 추슬러 셈하며 돈만 세고 있다.

 

술잔도 넘어진다. 이제 더 이상 술병은 보이지 않는다. 그만두면 그만인 세상, 그래도 처자식 생각에 그만둘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사내들이 쓰러진 술병을 뒤로 하고 비틀거리는 육신을 일으켜 세운다. 그래도 내일이 있기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술집#국동항#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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