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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대통령이 말하는 '백남준 빤스 사건'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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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희호 여사에게 가까이 앉을 것을 권유하며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애처가'임을 자랑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희호 여사에게 가까이 앉을 것을 권유하며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애처가'임을 자랑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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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어, 여보 당신, 잘 안 들리지?  이쪽으로 와서 듣지? (괜찮아요. 이쪽이 낫죠.)  아내가 한쪽 귀가 잘 안 들려서. 나는 이렇게 마누라한테 서비스를 잘합니다.(웃음) 질문요지가 뭐였죠?"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돌아다봤다. 자신의 말이 잘 안 들리면 반대쪽으로 옮겨 앉으라는 것이었다. '괜찮다'는 말에 그는 약간 쑥스러웠던 것일까, '애처가'임을 자랑하는 것으로 좌중의 폭소를 끌어냈다.

22일(일) 오후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만난 DJ는 유쾌했고, 유머가 넘쳤다. 80세를 훨씬 넘긴 고령에, 한 번 하면 4시간 이상 걸리는 신장 혈액 투석을 일주일에 세 번씩 받아야 하는 몸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게 보였다. 그는 인터뷰 시간에 맞춰 제각기 집무실로 들어오는 기자들마다 일어서서 악수를 건넸고, 이희호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대통령은 어색할 수 있는 질문에는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지난 연말에 이명박 대통령이 원한다면 함께 무릎을 맞대고 남북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었는데, 청와대에서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못 만났으니까 오늘 <오마이뉴스> 통해서 이 대통령이 좀 들으시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것 아니요"라고 다소 퉁명스러운 어투로 답해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반면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른다", "이건 완전한 내 추측인데¨"라는 분명한 단서를 달고 답했다. (이렇게 해주면, 기사 쓰는 입장에서는 참 편하다.)

'백남준 빤스' 발언에서는 기자들은 물론 배석했던 이 여사와 비서실장 박지원 의원, 김선흥·최경환 비서관까지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1998년 6월 백악관 방문 당시 클린턴 대통령 내외와 함께 초청자들을 접견하던 중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씨의 바지가 벗겨진 사건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상황이 행위예술이었나, 어떻게 이해하셨느냐"는 질문에  "퍼포먼스였는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바지가 확 내려갔는데, 이 양반이 '빤스'를 안 입었더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역시 평생을 민주주의를 걸고 싸워온 투사였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푸는 차원에서 던진 "요즘은 주로 어떤 신문과 방송채널을 보시느냐"는 질문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끄집어냈다. "다시 유신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인상"이라면서 이명박 정부를 맹공했고, "내가 대통령이 돼서 여야 정권교체도 했고, 그 뒤에  노무현 대통령이 이어서 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반석에 올라간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내가 착각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래 봤자 이승만 박사도 국민한테 못 이겼고, 박정희씨도 전두환씨도 못 이겼다"면서 "민주주의는 싸운 자만이 쟁취할 수 있고, 지킨 자만이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강조를 잊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희호 여사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하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희호 여사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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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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