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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린 농법

 

.. 6월 6일, / 내린 처방은 그린 농법 / 꽃이 잘 피기 위해서 / 내 살가루를 뿌리는 일이다 ..  《류기봉-포도 눈물》(호미,2005) 14쪽

 

 "꽃이 잘 피기 위(爲)해서"는 "꽃이 잘 피게 하려고"나 "꽃이 잘 피자면"이나 "꽃이 잘 피도록 하자면"으로 다듬어 봅니다.

 

 ┌ 그린(green) : 골프에서, 홀 주변에 만든, 퍼트를 하기 위한 잔디밭

 ├ green (a)

 │  1 녹색의, 초록빛의, 풀빛의; <신호가> 청색의

 │  2 야채[푸성귀, 채소]의

 │  3 a <과일 등이> .익지 않은, <목재,담배 등> 말리지 않은, 굽지 않은,

 │      생(生)의, 요리하지 않은, 미가공의

 │    b <사람이> 미숙한; 서투른, 풋내기의(raw), 순진한

 │    c 쉽사리 믿는(credulous), 속기 쉬운

 │    d <말이> 아직 길들지 않은

 │  4 <기억 등이> 생생한, 새로운

 │  5 <얼굴빛이> 창백한, 혈색이 나쁜, (배멀미로) 기분이 나쁜; 질투하는

 │     기색이 나타난

 │  6 《속어》 샘[질투] 많은(jealous)

 │  7 원기 왕성한, 젊은, 활기 있는, 싱싱한

 │  8 푸른 빛으로 덮인, <겨울,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은; 온난한

 │  9 생태계를 중시하는; 환경[자연] 보호(단체)의

 │   (n)

 │  1  녹색, 초록빛, 풀빛

 │  2 녹색 안료[도료, 염료, 그림물감]; 녹색 물건; 녹색 옷[천, 옷감]

 │  3 [pl.]

 │    a 식물, 초목, 녹수(綠樹)

 │    b 푸른 잎, 푸른 가지 ((크리스마스 등의 장식용))

 │    c 푸성귀, 야채; 야채 요리

 │  4 [the G~] 녹색 휘장(徽章) ((아일랜드의 국장(國章))); [the G~s] 녹색당

 │  5  청춘, 활기; 《속어》 경험 없는[미숙한] 티[표시]

 │  6 《속어》 돈, 지폐(cf. GREENBACK)

 │  7 풀밭, (도시?마을 중심에 있는) 녹지, 잔디밭

 │  8 《속어》

 │    a [종종 pl.] 질이 좋지 않은 마리화나

 │    b = GREENIE

 │    c LSD처럼 사용되는 케타민 소금(ketamine hydrochloride)

 │    d = GREEN TEA

 │  9 [pl.] 《속어》 성교

 │  10 《속어》 무대, 스테이지

 │

 ├ 그린 농법

 │→ 푸른 농법 / 풀빛 농법

 │→ 깨끗한 농법 / 약 안 쓰는 농법

 └ …

 

 우리 자연 삶터가 아슬아슬합니다. 아슬아슬한 우리 자연 삶터이지만, 우리 자연 삶터가 아슬아슬한 줄 느끼거나 깨닫는 사람은 몹시 적습니다. 아슬아슬하다 못해 벼랑으로 내몰리다가 굴러떨어진다 한들, 눈여겨보거나 안타까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연 삶터가 더 무너지거나 내밀리도록 나아갈 뿐입니다. 공장 탓도 경제성장 탓도 아니요, 몇몇 정치꾼이 일으키는 끔찍한 토목건축 때문만도 아니지만, 생태와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들여다보거나 되씹을 줄 아는 사람이 참으로 적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환경과 생태를 걱정한다는 분들 목소리는 자그맣게나마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목소리는 으레 '녹색(綠色)'이라는 일본 한자말로 모두어집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그린(green)'이라는 미국말로 뭉뚱그려집니다.

 

 자연 삶터를 무너뜨리며 만들어지는 물건에도 '그린'이라는 이름이 달리고, 한 번 쓰이고 버려지는 물수건에도 '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그리고, 우리네 국어사전에서는 '그린'이라는 미국말을 실으면서 '골프'에서 쓰는 낱말이라고 풀이말을 달아 놓습니다.

 

 ┌ 푸르다

 └ 그린 / 綠色, 草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말 '푸르다'에는 수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풀 빛깔을 가리키는 '푸르다'이지만, 마음이 푸르다고 할 때에도 쓰고, 사람을 가리키며 푸르다고도 합니다. 보기글을 따온 싯말에는 '그린 농법'이라 나옵니다만, 이 시를 쓴 분이 '푸른 농법'이라고 시를 썼다면, 이 글월을 미국말로 옮길 때에 'green'이라 적었을 테지요. 그러면, 한국사람이 한국말로 쓴 시에 '그린 농법'이라 했다면, 이 시를 미국말로 옮길 때에는 어찌 될까요. 미국말로 옮겨진 시를 읽을 나라밖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될까요.

 

 ┌ 농사짓기가 푸른 일이 되자면?

 │

 │☞ 풀약을 치지 않으면서 풀을 살려야 한다

 │☞ 화학비료나 항생제를 치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를 헤아려야 한다

 │☞ 열매를 거둘 때뿐 아니라 농사를 지을 때에도 깨끗해야 한다

 └ …

 

 땅을 생각하고 곡식을 생각하며 사람을 생각하는 농사짓기가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돌아보고 느끼는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ㄴ. '그린'이라는 외래어

 

.. '그린'이라는 외래어가 판을 치고 있다. 아파트에도, 술에도, 약품에도, 화장품에도 마구 붙이고 있다. 녹색 식물의 깨끗함을 나타내는 상징으로서 현대인의 공허한 마음을 메워 주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린'을 찾아 들로, 산으로, 공원으로 몰린다. 비록 빼어난 경치가 아니더라도 우거진 숲에 조성한 자연 휴양처에도 삼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옛날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피톤치드'라는 녹색 잎에서 발산한다는 물질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 물질의 효과와는 관계없이 잠깐 동안 숲속에서 느끼는 그 상쾌한 기분 때문에 '그린'을 쫓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김준호-사람과 자연》(따님,2001) 68쪽

 

 푸름, 풀, 풀빛이 없으면 살 수 없기에 '푸름-풀-풀빛'을 집안에 모셔 놓기도 하며 자동차를 이끌고 찾아가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다며 중국 연길에도 갔었고(이제 연길은 남녘땅 못난쟁이 때문에 다 망가지고 있습니다만), 인도에도 갔으며, 요새는 몽골에 많이 갑니다. 티벳까지 가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처럼 나라밖 '푸름-풀-풀빛'을 찾아가는 사람치고, 이 나라에 깃든 힘알이 잃고 주눅들고 쫓겨나고 밀려나고 짓밟히는 조그마한 '푸름-풀-풀빛'에 마음쓰는 이가 없습니다. 퍽 드뭅니다.

 

 우리 곁에서 자꾸 사라지고 밀려나니까 나라밖에서 찾아보려고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밀려날 때에는 팔짱을 끼고 있었나요. 그때는 왜 나 몰라라 했는가요. 정작 우리 곁에 있을 때에는 아름다운 줄을 몰랐는가요.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도 소중한 줄 모르니까 함부로 망가뜨리고, 온갖 찌끄레기말을 걸러내지 않으며, 어설픈 서양말까지 섞어서 쓰는가요.

 

 나중에라도 아름다운 줄 느꼈다면, 이 땅 우리 곁에 다시 '푸름-풀-풀빛'이 뿌리내리도록 힘쓰면 좋을 텐데요. 이제라도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알았다면, 아주 보잘것없이 망가져 있다 할지라도, 이 땅 우리 둘레에서 다시 '푸름-풀-풀빛'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손을 거들면 좋을 텐데요. 멀리멀리 나가느라 돈 다 쓰지 말고. 자꾸자꾸 밖에서만 길을 찾지 말고.

 

 

ㄷ. 그린빌딩

 

.. 그린빌딩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으로써 환경에 기여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로서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 이제 건물은 '그린'으로 지어져야 합니다 ..  《정혜진-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 164쪽

 

 "온실가스 배출(排出)을 줄임으로써"는 "온실가스를 적게 나오게 하면서"나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로 손질합니다. '기여(寄與)할'은 '이바지할'이나 '도움이 될'로 손보고, "비즈니스(business)로서도 성공(成功)하고"는 "장사로도 빛을 보고"나 "장사로도 잘되고"로 손봅니다.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다듬습니다.

 

 ┌ 그린빌딩

 │→ 깨끗한 건물

 │→ 자연사랑 건물

 │→ 착한 건물

 │

 ├ 건물은 '그린'으로 지어져야

 │→ 건물은 '깨끗하게' 지어져야

 │→ 건물은 '착하게' 지어져야

 │→ 건물은 '자연사랑'으로 지어져야

 └ …

 

 자연을 생각하면서 짓는 건물이라면 '그린' 같은 미국말을 앞에 붙이기보다 "자연을 생각하는"이나 "자연을 사랑하는"을 붙이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워낙 유행처럼 떠도는 미국말 '그린'이라서, 너도나도 갖다 붙이고 있는데, '자연사랑'이나 '환경사랑' 같은 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도 괜찮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거나 환경을 사랑한다고 한다면, '깨끗한' 건물이 되도록 한다는 소리입니다. 이 보기글이 실린 책은 '착한' 도시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착한' 건물이라고 적어 보아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영어#외국어#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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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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