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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천편일률적이던 지구의 풍경

.. 그러나 머지않아 그처럼 단조롭고 천편일률적이던 지구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  《쟈크 브로스/양영란 옮김-식물의 역사와 신화》(갈라파고스,2005) 28쪽

'단조(單調)롭고'는 '재미없고'나 '지루하고'로 손보고, "지구의 풍경(風景)"은 "지구 모습"으로 손보며, "달라지기 시작(始作)한다"는 "달라진다"나 "달라지게 된다"로 손봅니다.

 ┌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 : 여럿이 개별적 특성이 없이 모두 엇비슷한
 │   - 그 당시의 소설은 천편일률적 양상을 보인다 /
 │     매일 천편일률적으로 계속되는 그들의 말
 ├ 천편일률(千篇一律)
 │  (1) 여러 시문의 격조(格調)가 모두 비슷하여 개별적 특성이 없음
 │  (2) 여럿이 개별적 특성이 없이 모두 엇비슷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 모두가 규격적이요 천편일률이다
 │
 ├ 그처럼 단조롭고 천편일률적이던 풍경
 │→ 그처럼 재미없거나 엇비슷하던 모습
 │→ 그처럼 지루하고 똑같던 모습
 │→ 그처럼 맨 그게 그것이던 모습
 └ …

'천편일률'이나 '-적'을 붙인 '천편일률적'이나 모두 '엇비슷한'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을 살피면 "모두가 규격적이요 천편일률이다" 하고 나오는데, "모두가 규격적이요 천편일률적이다"라 했을 때하고 뜻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느낌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글월 모두 "모두가 규격에만 맞고 엇비슷하다"로 손질할 수 있어요. "모두가 틀에 매여 엇비슷하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 그 당시의 소설은 천편일률적 양상을 보인다
 │→ 그무렵 소설은 모두 엇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 그무렵 소설은 서로 엇비슷하다
 ├ 매일 천편일률적으로 계속되는 그들의 말
 │→ 날마다 엇비슷하게 이어지는 그들 말
 │→ 늘 어슷비슷 이어지는 그들 말
 └ …

"거의 비슷하다"는 뜻으로 '엇비슷하다'를 씁니다. 이와 같은 뜻으로 '어슷비슷하다'를 씁니다. 말 그대로 "얼추 비슷하다"라 해도 되고 '매한가지'와 '마찬가지'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비슷하게 이어지는 모습은 "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모습인 만큼, '한결같다'나 '늘 같다'나 '똑같다'를 써 보아도 괜찮고, '비슷하다'나 '닮다'를 써 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또는 '틀에 박히다'나 '판에 박히다'나 '뻔하다'를 쓸 수 있습니다.

ㄴ. 천편일률적인 내용

.. 사고 후 부대의 태도는 이씨를 분노하게 했다. 부대원들에게 받았다는 진술은 거의 대부분 "욕한 적은 있지만 때린 적은 없다"는 성의 없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삼인,2008) 281쪽

"사고(事故) 후(後)"는 "사고 뒤"나 "아들이 죽은 뒤"로 다듬고, "부대의 태도(態度)"는 "부대가 보여준 모습"으로 다듬습니다. '진술(陳述)'은 '이야기'로 손보고, "거의 대부분(大部分)"은 "거의 모두"로 손봅니다. "성의(誠意) 없고"는 "대충대충이었고"로 손질하고, '내용(內容)'은 '줄거리'나 '이야기'로 손질해 줍니다.

 ┌ 천편일률적인 내용이었다
 │
 │→ 똑같은 줄거리였다
 │→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 입 맞춘 이야기였다
 │→ 판에 박은 이야기였다
 │→ 뻔한 이야기였다
 └ …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여러 사람한테 물어 보았을 텐데, 이 사람도 이렇고 저 사람도 이렇다면 답답합니다. 이 사람한테는 이 이야기, 저 사람한테는 저 이야기를 바랐는데,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이 얘기만 한다면 괴롭습니다. 어떤 틀에 매이거나 어떤 판에 박혀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한테 들어도 똑같을 뿐입니다. 다를 바 없고, 새로운 구석이 없습니다.

 ┌ 다를 바 없다
 ├ 다른 소리 하나 없다
 ├ 새삼스럽지 않다
 ├ 새롭지 않다
 └ …

나라든 겨레든 마을이든, 사람이든 짐승이든 벌레이든, 언제나 움직여야 합니다. 늘 움직이면서 달라져야 합니다. 꾸준히 움직이면서 새로워져야 합니다. 움직이지 않고 고여 있다면, 움직일 생각 없이 멈춰 있다면, 그예 죽었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늘 살아서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고이거나 멈춰 있는 말과 글이라면 싱그러움도 생생함도 해맑음도 없습니다. 고인 말은 튼튼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으며, 부드럽지 않습니다. 멈추어 있는 말은 살가웁지 않고 따뜻하지 않으며, 기운차지 않습니다.

삶이 기운찰 때 말이 기운찰 수 있습니다. 생각이 싱그러울 때 글이 싱그러울 수 있습니다. 삶이 고울 때 말이 고울 수 있습니다. 생각이 따뜻할 때 글이 따뜻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이고 생각이고 기운차거나 곱도록 다스리자면, 꾸준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굳은 생각이나 답답한 마음으로는 굳은 말이나 답답한 글밖에는 안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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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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