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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최초 평교사출신 공모제로 선출

 덕양중학교는 166명 6학급의 작은 학교. 고양시에서도 소외된 지역의 이 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덕양중학교는 166명 6학급의 작은 학교. 고양시에서도 소외된 지역의 이 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김진이

"팔다리가 없는 닉 부이치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뭐죠? 그래요. 그가 여학생들 앞에서 온몸을 던져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팔다리가 없는 그가 여학생들을 환하게 웃고, 또 울게 만드는 스타가 된 거죠."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 외진 마을에 자리한 덕양중학교를 찾았다. 일산이나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낡은 건물과 개발이 안된 마을 사이에 숨어있는 덕양중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6학급, 전교생 166명의 작은 이 학교가 주목을 현장 교육의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기자가 찾은 2학년 2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동영상과 함께 열정적인 100분 특강에 빠져있었다. 오늘의 교사는 바로 김삼진(57) 교장. 교장실이 아닌 교실에서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김 교장은 평교사 출신으로 수도권 첫 공모제 교장에 선출돼 새로운 공교육의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의 오늘 강의 주제는 '생의 목표를 각자 세울 수 있다'.  천덕꾸러기로 버려진 강아지똥이 자신을 헌신해 민들레의 꽃을 피우게 한다는 동화와 닉 부이치치의 동영상을 함께 보며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자",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힘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려 애썼다.

김 교장의 특강은 공개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6개 학급에서 계속 진행됐다. 2학기에 또 한번 진행될 예정이다.

 수업시간에도 김 교장은 학생들의 반응과 의견을 묻는다.
수업시간에도 김 교장은 학생들의 반응과 의견을 묻는다. ⓒ 김진이

"작년에 3학년들이 연합고사를 보고 나서 교실 수업이 잘 안되는 걸 보고, 제가 나서 특강을 하겠다고 했지요. 지금 하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중에 학생들이 학기 초에 들었다면 더 좋았겠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올해부터 3월, 9월에 전교생을 상대로 100분 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김 교장은 설명을 하는 내내 새로운 자료와 영상을 보여주었다. 수업 1시간을 준비하면서도 엄청난 양의 참고 자료를 만들었고, 새로운 사업마다 의미와 계획, 자료들을 담아 책자로 엮어냈다.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은 다양한 실천으로 나타났다.

우선 소외된 지역의 낙후 학교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학교로 알려졌던 덕양중을 '일할 만한 학교로 만들었다. 이전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덕양중에는 1년 이상 버티는 교사들이 별로 없었다고. 끼니를 걱정할 만큼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은 수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몇배의 노력이 들어가다 보니 교사들의 에너지가 금방 소진될 수밖에 없었다. 김 교장은 교사들이 우선 자신의 분야를 찾아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매주 특별한 교사 연수를 마련했다. 협동학습, 교수법 등 교사들이 원하는 강의라면 전국 최고의 강사를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모셔왔다.

 "공교육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김삼진 교장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공교육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김삼진 교장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 김진이

"덕양중학교에서 일했다면 어느 학교에서도 모셔갈 수 있도록, 좋은 선생님들이 서로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 겁니다."

김 교장의 변화는 회오리처럼 강력했다. 우선 전체 학생들 중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급식비를 지원했다. 80명이 학생들이 김 교장을 통해 급식비를 지원받는다. 토요일에는 인근 화전교회의 도움을 받아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많을 때는 70명이 학생들이 교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고. 

기본 욕구를 해결했으니 이제 공부를 할 차례. '삼성고른기회장학금' 1300만원에 교장공모제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된 5000만원을 통해 학생들의 기회를 열어줄 계획이다. 

김삼진 교장은 공교육에 몸담고 있지만 대안교육에 대해 열려있다. 그가 교장 공모제에 제출한 자료 중에는 간디학교의 교가가 인용돼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는" 대안교육의 살아있는 가치를 공교육에서도 실현해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1학기 100분 동안의 특강을 위해 미리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음료수와 과자를 나눠주며 대화를 시도한다는 김 교장. 그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제 곧 고양시의 인기 학교가 될 덕양중을 상상해본다.

덧붙이는 글 | 고양신문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공개수업#교장공모제#대안교육#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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