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꽃피는 춘삼월, 햇살 좋은 날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바로 꿀벌들이 여기저기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꿀벌들이 아무 꽃에나 앉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꿀벌들이 내려앉는 꽃은 꿀이 있는 꽃들이다. 꽃이라고 무조건 꿀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꿀벌이 꿀이 있는 꽃에 자주 드나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이런 현상을 보며 안성의 현재와 미래가 엿보이는 듯해 씁쓸하다.

 

개인적으로 안성에 10년 살았다. 안성 일죽에 살던 7년 세월 동안 3번이나 사는 곳에서 쫓겨났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공통적인 요인이 지역의 배타성(텃새) 때문이었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동안은 안성이 싫어서 떠나고 싶었다. 아니 하루라도 있기 싫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배타성', 그것이 있었기에 안성의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이 그나마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말이다. 사실 '배타성'엔 양면이 있었다. 외지인들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한 것은 단점이 될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자연과 문화가 살아 있다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안성이 참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외부 사람들에게 안성의 최고 매력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서울과 가까우면서 자연환경과 문화적 환경이 살아 있고, 예술가들이 곳곳에 있다"라는 것일 게다. 그동안 안성의 최대 장점인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배타성으로 인해 보존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얼마 전 이동희 시장이 골프장 비리로 구속되었다가 풀려났다. 그는 다시 풀려나서 사람들 앞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추호도 사심이 없이 행동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사심을 가지고 그런 비리를 저질렀다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런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동희 시장과 안성시청이 가지고 가는 '안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구상'이 얼마나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지를 따져 묻고 싶을 뿐이다.

 

2009년~2011년 서운면에 안성제4산업단지가 조성된다는 보고가 있다. 안성 뉴타운 개발을 해냐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를 두고 아직 설왕설래 중이다. 안성 곳곳에 공공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골프장을 짓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사회적 고통분담과 환경파괴는 둘째 치고 과연 이동희 시장과 시청의 주장대로 그런 것들로 인해 안성에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을까. 안성이 아니더라도 그런 매력이 있는 도시는 얼마든지 있는 데 말이다.

 

21세기 지구별의 최고 화두는 단연 '환경문제'이다. 2018년(그래봐야 9년 후다)을 전후해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위기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보고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미래의 모든 지구별의 비즈니스가 환경문제와 연관 있게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먹고 사는 밥줄도 환경문제와 연관이 되어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이미 선진 유럽에서는 보편화되었다.

 

물론 종전까지의 안성의 분위기는 아무리 환경문제를 강조해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주민들은 고개를 돌렸던 게 사실이다. "그건 맞는 말이지만, 먹고사는 게 급해서"라는 마음으로 환경문제를 등한시했다. 그러다 보니 골프장 문제도 주민들이 극구 반대했다가 골프장 업체에서 지역주민에게 뭔가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 하루아침에 '골프장 반대'에서 '골프장 찬성'으로 바뀌기가 일쑤였다. 그런 주민들의 모습을 굳이 비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이 우리 시대의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젠 우리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적인 문제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자연환경, 문화예술'과 직결되는 세상에 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1960년대~90년대까지는 건설 산업, 각종 공업, 스포츠 산업, 서비스업 등이 우리를 먹여 살렸다면 이젠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문화예술 산업, 자연환경 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안성의 전 지역이 '문화예술, 자연환경'의 콘셉트로 모델링되어야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일 게다. 이것을 우리는 시대적 대세라고 말한다.

 

안성시민들도 시대를 바로 읽어야 한다. 괜히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무조건 이동희 시장과 시청을 따라가다간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은 고사하고 시쳇말로 '쪽박'을 찰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이동희 시장이 제시한 '안성의 방향(안성의 최대 장점을 버리고 대도시를 따라가는)'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꿀벌은 꽃을 보고 몰려들지 않는다. 다만 꿀을 보고 몰려들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안성은 요즘 골프장 문제로 몸살 중이다. 지난 2009년 1월 24일 이동희 안성시장이 골프장 관련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고 , 몇년 동안 미산리 골프장문제로 전국 방송과 신문에 오르내리고, 결국 2009년 3월 안성지역의 한 신문사의 끈질긴 취재 결과 안성시의 허위 공문과 입목축적 결정적 오류로 인해 7년 동안 추진되어 왔던 미산 골프장이 법원의 판결로 인해 백지화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안성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안성시장에게 시정 방향 수정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이것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는 현 정부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안성골프장#이동희 안성시장#안성 골프장 비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