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영아 일어나. 두껍아 갈 시간이야. 오늘 산수유 없는 날이잖아."

"맞다. 오늘 무지개가 아마하는 날이지?"

 

아이와 나의 아침 대화는 이렇듯 늘 두껍아로 시작한다. 두껍아는 우영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이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두껍아두껍아 뭐하니"인데 우린 그냥 두껍아로 부른다.

 

산수유는 선생님 별명이고 무지개는 아이 엄마의 별명이다. 그리고 아마는 아빠, 엄마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 대화를 해석하자면 선생님이 오늘 월차를 내셔서 안 계신 관계로 태규 엄마인 무지개가 하루동안 일일 선생님을 한다는 말이다. 공동육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늘 있는 일이다.

 

우리 아이가 두껍아 어린이집에 들어간 것은 작년이다. 해를 거듭할 때마다 늘어나는 보육료, 아이들을 향한 획일적 프로그램, 몰개성화, 한자, 영어, 한글 등 인지교육에 지나치게치우친 시간표, 엉터리 식단 등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던 일반 어린이집이었다. 6살아이들한테 명심보감을 외우게 하고... 납득이 가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그 어린이집을 선전하는 데는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었다는 것도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공동육아였다.

 

아이를 데리고 처음 두껍아두껍아 뭐하니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 참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교사한테 달려와 목마를 타고, 교사와 반말로 소통하는 아이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이들과 몸을 섞어가며 노는 선생님들... 순간 나는 '아 이런 데가 있었구나'했다. 어린이집에만 가면 경직되어 있던 내 딸도 많이 놀래는 듯했다. 나와 딸내미는 그렇게 공동육아에 처음 발을 디뎠고 지금 2년차를 보내고 있다.

 

아침마다 나가는 나들이, 마당놀이, 24절기에 맞춘 세시풍속 익히기, 연령 구분 없이 모든 아이가 함께 노는 통합놀이, 풍물 등 없는 듯하면서도 나름 질서와 원칙이 존재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또 하나 모든 식단과 간식은 친환경식품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아이들에겐 가장 이상적인 보육공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조합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부모들의 역할이 다소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 셈이다. 하지만 공동육아를 통해 부부가 보육을 나눠 책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모든 재정과 운영은 부모의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정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부모들이 자주성을 갖고 어린이집을 찾는다는 것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부모에게 주는 커다란 기쁨이다.

 

아이를 맡겨도 불안하지 않는 것. 아마 모든 부모들의 제일 첫번째 소망일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그 첫번째 소망을 가장 잘 이뤄주는 소중한 어린이집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아이도 나도 행복하다.


#어린이집#공동육아#부모협동어린이집#분당,광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