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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하다 가랑이가 '북-' 하고 튿어졌습니다.
 
'낡고 헤지고… 쯧쯔즈… 걸레나 하지….'
 
혼잣말을 했지만 촉감이 좋고, 색도 잘바래서 망설였습니다. 낡고 오래된 옷일수록 몸에 좋고 일하기도 편하잔하요. 쉴 겸 하던일을 멈추고 바늘과 실통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바늘에 실을 꿰려는데
 
'아뿔사! 실끝이 보이질 않네요.'
 
실눈을 뜨고 가까이 해봤다 멀리 재봤다 해도 도무지 촛점이 안맞습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좀 걸려도 넣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으니 아니다 싶습니다. 그래서 장님인냥 눈을 감고 바늘귀로 실끝을 밀어 넣어보지만. 번번히 죽은 자지처럼 자꾸 꼬부라지기만 하는 겁니다. 낭패로군요. 마음은 넣고 싶은데 실보푸라기가 바늘귀에 걸려 들어가질 않으니 슬거머니 짜증까지 일어납니다. 바늘허리에다 묶어 기워보고 싶은 황당한 마음까지 들기도 하고요.

 

'뭔 수가 있을거야.'

 

위로하면서 궁리를 하다 반짓고리 속에 다른 바늘귀에 짧은 실이 꿰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득 편집광이 발동했습니다. 그 놈을 뽑아 짧은 실이 빠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갈라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끝에 새실을 곱표처럼 올려놓고 조심스레 묶어 이었습니다. 실이 워낙 짧아 묶기도 쉽지 않지만 자칫 귀에서 빠져버리면 낭팹니다. 그렇지만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보다는 쉬운일이지요. 몇 번 실패 끝에 겨우 짧은 실과 긴실을 이어 묶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실끝을 살랑살랑 잡아당겼습니다. 바늘귀에 매듭이 이르자 '톡'하고 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약간 힘을 주어 당기니 끊어질 듯 늘어지며 탄성을 받으면서 바늘귀로 '쏘옥' 들어가는게 아닙니까.

 

아! 이 짜릿함!

 

하여 헤진 저고리도 깁고 튿어진 바지도 기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 한벌을 새로 생산한듯 개운하고 기뻤습니다.

 

바늘질 헤진 저고리와 바지
바늘질헤진 저고리와 바지 ⓒ 박건

덧붙이는 글 | moovi.net


#바느질하다#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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