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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 킬로 그램의 호박만한 고구마
5. 2 킬로 그램의호박만한 고구마 ⓒ 김찬순

동물의 마음을 가진 기형적인 고구마?

오늘은 신기한 고구마를 보았다. 점심을 늘 사먹는 회사 근처 동래 식당에서 호박만한 고구마를 보았다.

"아주머니, 이게 진짜 고구마예요?"
"그럼요. 고구마 맞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크죠? 사셨나요?"
"사기는요. 시골 집에 있길래 가지고 왔습니다. 정말 크죠? 너무 무거워서 잘 들 수 없을 정도예요."

"정말 크네요. 싹도 났네요. 고향이 어딘데요?"
"이 늙은 아줌마 고향은 왜 물어요?"
"그게 아니고요. 고구마 나온 고향요?"
"(웃음) 고구마 고향요? 밀양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큰 고구마 나도 처음 봐요. 무게를 달아보니 5.2 킬로그램이나 나갔어요."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큰 고구마가 나올 수 있죠?"

식당은 점심시간이라 단골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와 고구마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이다. 정말 기형적인 고구마네 ! 돌연변이 고구마야 ! 이런 고구마가 나오는 게 좋은 일인가? 나쁜일인가? 모두들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가우뚱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속시원한 말을 찾지 못하고, 얼굴만 쳐다볼 뿐.

점심시간이라 식당 아주머니는 밥상을 나르면서도 이 돌연변이 고구마 이야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러니까 식당 주인 아주머니 말씀을 빌리면, 고구마가 너무 기형적으로 커서 조리해 먹을 생각보다, 일단 식당 안에 두고 손님들에게 관상용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한다.

나는 고구마 사진 좀 찍자고 말하니, 아주머니 내 말에 함박웃음을 터트리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가서 사람들에게 좀 알려달란다. 왜 이런 고구마가 생긴 것인지 아주머니도 궁금하단다.

모두들 이런 고구마가 난생 처음이라도 감탄한다. 나도 정말 이렇게 크게 생긴 고구마는 난생 처음이다. 그런데 이런 돌연변이 고구마가 나오는 게 왠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정상적이지 않는 식물의 성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생태변화를 이야기하는 듯해서 말이다.  

만약에 이 호박만한 고구마가 동물의 마음을 가진 식물이라면, 금방이라도 호박만한 고구마에서 '신데렐라' 동화처럼 생앙쥐로 밤이면 변신해서 돌아다닐 것도 같다.

호박보다 더 무거운 고구마
호박보다더 무거운 고구마 ⓒ 김찬순

고구마 줄기 하나만으로도 열가지 반찬을 만들 수 있다

어쨌든 고구마는 우리 몸에 좋은 영양만점 식품이다. 특히 변비에도 좋고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폐나 호흡기관에도 좋다고 한다. 고구마는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에 속하고 고구마 줄기는 덩굴이 되어 땅 위로 뻗으며 꽃은 대개 피지 않는다. 땅속뿌리는 식용하거나 공업용으로 쓰고, 잎과 줄기도 나물로 식용한다. 고구마는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따뜻한 지방에서 많이 재배된다.

문득 기형적인 고구마를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밥이 부족할 때 고구마를 삶아 끼니로 떼우시고 우리들에게 밥을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고구마 줄기 하나로 열 가지 반찬을 만드시곤 했다. 고구마 줄기와 멸치를 넣어서 만든 볶음, 고구마 젖갈 김치, 고구마 말랭이, 고구마 줄기 나물 등도 해먹었다. 그리고 된장찌개에 고구마 줄기를 넣으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나는 식당을 나오면서 이 기형적으로 큰 고구마가 올 여름까지 보기 좋은 잎사귀를 키워, 식당 안의 자연 실내 장식이 되길 바래본다. 집에 돌아와서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호박만한 고구마 생각. '식물은 인간이 보아주기를 바라고, 보아주는 것이 구제다'라는 말처럼, 호박만하게 생긴 고구마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라는지 모르겠다.

이 식물은
꽃의 요분질로 태어난
돌연변이
꽃 샘날 바람 먹고 자란 바위
하늘 한 가운데 칵칵 가래침 뱉고
팔자가 드세어 달구지 바퀴 씽씽 달린다.

'작자미상'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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