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편히 머리 눕힐 잠자리는 중요하죠. 값싸고 깨끗하며 조용한 곳을 찾고 싶은데 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제 경우 식당에서 추천하는 곳을 주로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이번 백제 도읍지 부여 여행에서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저녁 전, 짐을 풀려고 외형이 괜찮은 곳을 먼저 둘러본 거죠. 그랬더니 시끄럽고 시설도 별로더군요.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다시 식당을 찾아 괜찮은 여관 추천을 받아야 했지요.
문제는 여관이나 모텔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발생합니다. 여관에서 잘 때 마주하는 세 가지 문제 중 하나와 마주쳐 기분이 언짢지요. 모텔 입구, 아시겠지만 차량이 보이지 않도록 발을 쳐놓았거든요. 이곳을 거쳐 들어가는 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요. 죄 지은 사람 같거든요.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방을 잡으러 들어가는 순간부터 민망한 기분이 듭니다. 쭈뼛쭈뼛 개운치 않습니다.
아내와 함께 찾은 여관, 우린 '불륜' 아닌데...아니나 다를까, 여관 직원이 묻습니다.
"쉬었다 가실 거예요, 자고 가실 거예요?"한번은 아내와 방 잡으려다 의혹의 눈초리로 전신을 훑는 주인 양반 땜에 기분이 상했지요. 이에 대해 여관을 운영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손님이 '방 있어요'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세요?" "쉬었다 갈 거예요, 주무시고 갈 거예요 라고 묻지? 그건 왜?""그렇게 물으면 민망해서요. 불륜도 아닌데 꼭 너희 불륜이지 하고 말하는 것 같잖아요. 안 그래요?""우리도 할 수 없어. 방 값이 다르거든. 그렇다고 쉬었다 가는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많거든. 경기가 어려워도 이런 돈은 안 아껴. 재밌지?""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우리도 그게 고민이야. 대신, 전에는 창구를 넓게 했는데, 요즘에는 얼굴 안 보려고 창구를 좁게 만들잖아." 그러니까, 이럴 땐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들어가야 하는데 번번이 혼자 들어가니 탈입니다. 건망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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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모텔 등에서 대하는 성인영화, 가족 여행에선 민망합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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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성인 영화', 채널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이번, 부여 여행에서 한 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다 좋은데 욕실에 욕조가 없었습니다. 욕조를 선호하는 아이들을 설득해야 했지요. 그리고 짐을 풀고 씻고 난 후, 자리를 잡았지요.
여관에서 잘 때 마지막 문제는 여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건 너무 민망합니다. '성인 영화'. 채널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될 수 있는 한 TV를 켜지 않는 게 제일이지요.
그러나 TV를 켜게 되면 채널을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망한 장면이 덜커덩 나오는 날엔 "왜 저런 게 나온대?" 하고 얼버무리지만 화끈한 게 쉬 가시지는 않습니다.
이런 문제, 어떻게 해야 하죠. 이런 문제, 없는 곳 어디 없나요?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