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긴 겨울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를 갔다. 파릇파릇한 09학번 새내기들이 분주하게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며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학교 정문 앞과 각 단과대학교 공터에서는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홍보를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인문대에 소속되어 있는 인문학회 'Karma'라는 독서 토론 동아리에 가입되어 신입회원 홍보 활동에 참가했었다. 인문대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이동식 게시판을 설치하여 홍보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1층 벤치 근처에 부스를 설치하여 회원 모집 광고를 하였다.

 인문학회 '카르마' 신입생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한 회원이 호랑이 잠옷을 입고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
 인문학회 '카르마' 신입생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한 회원이 호랑이 잠옷을 입고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한 회원은 호랑이 잠옷을 가져와 입고 돌아다니며 홍보 유인물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다른 회원 중 한 명은 "인문학회 카르마 신입 회원을 모집 하고 있습니다!" 라고 외친다고 목이 조금 쉬기도 했다.

저기 정보처리실 어디에요? 중앙도서관은 어디에요?

인문학회 'Karma' 회원 모집을 하고 있었지만, 활동에 대한 질문보다 학교의 편의 시설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저기 수강 정정하려고 하는데 정보처리실이 어딘가요? 책을 빌리려면 중앙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고 하던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하나요?"

필자와 인문학회 홍보를 하고 있었던 회원들은 졸지에 학교 안내원이 되어버렸다. 호랑이 잠옷을 입고 목청이 터져라 외쳤던 카르마 회원들은 신입생들의 무관심에 약간의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입생들이 왜 동아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신입생들이 홍보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지쳐 잠시 자고 있는 인문학회 '카르마' 회원들
 신입생들이 홍보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 지쳐 잠시 자고 있는 인문학회 '카르마' 회원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필자는 기자 정신을 발휘하여 인문학회 카르마 회원들과 같은 과 09학번 새내기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신입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신XX 회원(국문과 4) "신입생들이 대학에 처음 와서 정신없이 학교 지리를 익힌다고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틈이 없는 것 같아요.하지만 요즘 취직도 잘 안되는 세상에 동아리 활동은 신입생들에게 주목 받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박XX (철학과 1) "동아리하면 술자리 많을 거 같아서요. 적당한 술자리는 상관없지만 동아리 설립 취지 무시한 채 놀기만 한다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저도 아직 안 겪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매번 술만 마신다면 시간을 많이 뺏길 것 같아요."

김XX(철학과 1) "애들이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를 하는 것 같아요. 수강신청 할 때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 보다 학점을 잘 주시는 교수님을 찾아요."

학점 관리에 스펙 획득까지, 동아리 활동은 왕 부담이다

2월 초 공기업(정부)에서 시작한 신입·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과 삭감을 통한 인턴채용 확대 등 일자리 나누기에 전경련 산하 30대 그룹들도 동참을 선언했다. 대졸 초임 연봉의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고용유지 및 채용인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26일에는 대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깎아 그만큼의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경련 발표 듣고 전, 경련이 일어났습니다" - 오마이뉴스)

20대의 미래가 해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문은 점점 좁아져가고 있고, 취직을 하더라도 초임 연봉이 삭감하겠다고 하는 게 88만원세대의 현실이다. 이제 대학에서 낭만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동아리 활동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토익 점수와 스펙 획득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언제 낙오자가 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배 된 입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암울한 우리 미래에 대해 희망차게 개척해 나가보자 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88만원세대의 암울한 현실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행동하자 라고 말이다.

현재 5명의 같은 과 1학년 후배들이 인문학회 '카르마'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같은과 후배들이라 개강 첫날 홍보하기 전에 미리 가입했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내일은 생판 모르는 학생들이 홍보지를 보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동아리#등록금#새내기#대학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