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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은 종업원을, 종업원은 회사를 정말 사랑한다면 서로 큰 힘이 되지 않겠느냐?"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전날(23일) ▲임금 동결 및 반납 ▲파업 자제 ▲해고 자제 및 일자리 유지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노사민정 대타협'이 이루어졌기 때문.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위기극복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판단한 이 대통령은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어려울 때 분열하기보다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청와대는 지난 1998년 노사정 대타협과 2009년 노사민정 대타협의 차이를 도표로 설명한 보도자료를 배포해 '임금·고용·물가안정을 위한 자발적 고통분담과 양보'라는 의미를 크게 부각시켰다.

 

"한국노총의 대타협에서 변화의 기운을 읽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노사민정 대타협에 참여한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며 "노사민정 대타협은 그 희망을 말로 아니라 실제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지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노총이 이번에 보여준 대타협의 정신에서 변화의 기운을 읽고 있다"고 대타협에 참여한 한국노총을 추켜세웠다.

 

앞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에게 노동계가 투쟁만 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며 "어제 선언한 내용을 전국 53개 한국노총 지부에 하달해서 각 지역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어려운 상황에 정말 한국노총 위원장이 큰 결단을 내렸다"고 화답했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이세중 노사민정비상대책회의 대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 위기극복의 대안을 마련한 것은 세계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며 "이번 합의문은 세계 노동운동사에 획기적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계 대표로 참석한 엄신현 기독교총연합 회장은 "국회도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신속하게 처리해줘야 한다"며 "당리당략 때문에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외신들을 보면 '해고한다'는 의미의 'cut'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매일 넘쳐나는데 우리는 노사가 한뜻으로 대졸초임까지 줄여가며 고용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언급한 뒤 "더 비상한 각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국 사람들은 한번 일을 시작하면 신들린 듯하기 때문에 (대타협이) 전국에 불길처럼 번져 나갈 수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노사민정 대타협은 대표성도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야당은 물론이고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 대표도 참여하지 않았고, 경제위기의 원인을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돌려 비용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다음은 이날 오찬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사람은 한번 일을 시작하면 신들린 듯 한다"

 

▲장석춘 한국노총위원장 "우리 노동계도 이 경제난국에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다.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에게 노동계가 투쟁만 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어려울 때 사회적 대안세력으로 가는 방안을 많이 생각했다. 어제 선언한 내용을 전국 53개 한국노총 지부에 하달해서 각 지역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수영 경총 회장 "이번 대타협은 정부에서 요구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예산,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었다. 경제 5개 단체는 고용안정과 해고자제 방침을 구두로 하는데 그치지 않고 산하 회원들이 잘 합의해줘서 이같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정부가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제도적 뒷받침을 잘 해주면 합의문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IMF 경제위기 때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회복했듯이 이번 합의문을 통해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가 가장 빨리 회복하도록 하자."

 

▲이세중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대표 "이번 합의문은 세계 노동 운동사에 획기적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여러 방안이 있는데, 노사가 앞장서서 난관을 헤쳐 나가기로 하고, 특히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 위기극복의 대안을 마련한 것은 세계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렇게 다 내놓고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대통령께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시며 확신을 심어주셔서 안심이 된다."

 

▲엄신형 기독교총연합 회장 "27일 오후 기독교 7개 종단이 총회를 개최하는데, 거기서 이번에 합의된 대타협 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국회도 정부가 위기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신속하게 처리해줘야 한다. 당리당략 때문에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최강식 연세대 교수 "위기극복의 희망적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 이번에 노사가 손을 맞잡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노사가 합심해서 어떻게 하면 이 경제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들도 투자를 늘려서 어떻게든 버텨 나가려 한다. 외신들을 보면 '해고한다'는 의미의 'CUT'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매일 넘쳐나는데 우리는 노사가 한뜻으로 대졸초임까지 줄여가며 고용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배영호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지금은 어떤 분야를 탓하거나 책할 때가 아니다. 서로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따뜻한 말로 다독이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 "자율적 노사 대타협이 의미 있는 일이며 또 그 정신에 동감하기 때문에 이 일에 동참했다. 어려운 상황에 정말 한국노총 위원장께서 큰 결단을 내려 주셨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1997년 IMF 위기 때는 수출시장이 떠받쳐 줘서 견딜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더 비상한 각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임금을 줄인 기업은 삭감된 임금의 50%를 노동자들에게 소득공제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지원하겠다.

 

한국 사람들은 한번 일을 시작하면 신들린 듯 한다. 신명이 나면 전국에 불길처럼 번져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번에 노사민정 대타협을 끌어냈듯이 모두 손을 잡고 지혜를 모아서 나가야 한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번 대타협을 통해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위기극복 저력을 내보였고, 국내적으로 국민의 대기업에 대한 기업관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노사가 손을 잡고 간다면 훨씬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노사민정 대타협#한국노총#장석춘#이세중#조석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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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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