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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아르바이트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인턴도 이를테면 임시직인데, 임시직도 소중한 일자리."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청년인턴'에 대한 외부 지적에 대해 한 말이다. 정부는 또한 올해 공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연봉수준을 낮추는 대신 그 예산으로 인턴을 더 선발해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일조하려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턴제 활성화를 통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많은 기업들 역시 인턴 선발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인턴제도는 사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 널리 퍼져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기존 선진국들에서 시행중인 인턴제도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1월 30일 밤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날 패널로 출연한 조국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인턴제도에 대해 관공서 알바 아니냐고 지적했다.
1월 30일 밤 SBS 목동 사옥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날 패널로 출연한 조국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인턴제도에 대해 관공서 알바 아니냐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미국서 인턴은 '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기자가 다니는 미국 드렉셀 대학교는 학부과정 학생에게 1년간 인턴의 기회를 부여하는 Co-op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이다. 많은 학부생들은 학교에 재학하는 5년 중 2학년과 3학년 사이에 1년간을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해 실무를 익히고 이 기회를 통해 졸업 후 직장에 취업하기도 한다. 이밖에 미국 대학생들 대부분이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인턴으로 일하는데 이는 취업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 역시 공공기관 등의 인턴으로 일한다. 경영대학원생이나 법학대학원생들에게도 인턴십은 취업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청년인턴'과 다른 점은 학교를 졸업한 후 인턴으로 취업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턴십은 철저히 재학생을 위한 제도이지 졸업 후 직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임시직이 아니다.

 

미국 내 회사들은 항상 인턴들이 해야 하는 직무를 정해놓고 있다. 즉, 그들이 잉여인력이 아니라 필수인력이라는 뜻이다. 인턴십을 위해서는 직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인턴의 경력에 따라 하는 일의 수준도 다르다. 예를 들어, 학부 1학년과 4학년생의 직무가 다르고 당연히 그에 따른 임금 수준도 같지 않다. 일을 처음 배울 때는 무급인턴일 경우가 많은데 경력이 늘어날수록 임금도 올라간다.

 

미국 인턴과 MB의 청년인턴은 '극과 극'

 

이에 비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인턴 제도는 경제위기 속에서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나온 것으로, 인턴이라는 이름의 임시직을 다량으로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이런 인턴제도가 이미 학교를 졸업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량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번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청년들의 경우,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년인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현재 체계적인 인턴십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직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청년인턴 재원을 정규직의 임금삭감을 통해 마련한다고 하는데, 이는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낮출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인턴제도의 정착 역시 어렵게 할 수 있다. '임시직을 통해 단기적으로 청년실업문제를 덮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따르는 이유다.

 

'임시직 채용'을 '인턴제'라 포장말아야

 

미국의 인턴제도는 수십 년간의 경험 속에서 구축된 미국 사회 나름대로의 체계이다. 학생들은 인턴십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기업은 정규직 채용 시 직무관련성에 대해 수월하게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대학생들이 한국과는 달리 특별한 취업준비를 하지 않고, 인턴십을 통한 실무경험을 통해 사회로 진출하는 점을 보면 한국에서의 인턴제 도입을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이명박 정부는 다량의 임시직 채용계획을 인턴제도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제도를 도입하려면 철저한 연구를 통해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임시직 역시 소중한 일자리라는 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으나 아무에게나 인턴 칭호를 붙인다 해서 그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아님은 상식적인 일이다.


#미국 인턴#청년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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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소재 Augsburg University 경영학과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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