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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제고사 성적조작 파문으로 시끌하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현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적자생존(適者生存),약육강식(弱肉强食)이란 사자성어만 떠오른다. 쇠고기파동으로 중고생들이 촛불을 켜게 하더니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조롱하고 있다는것을 알고나 있을까?

회사일로 미국에서 몇년간 살다가 온 지인이 있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오니 살 것 같다고
한다. 언어불통의 막막함 보다는 문화적인 차이로 외국생활이 쉽지 않음을 체험하고
왔단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천국(?)이였다고 하는데 한국 학교로 돌아오는 날로부터
지옥이였다고 한다. 적응을 못해 혼자라도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고 하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생각이 많아진것이 사춘기 온것 같단다. 밤새웠다며 낮잠에 빠져들었다.
 생각이 많아진것이 사춘기 온것 같단다. 밤새웠다며 낮잠에 빠져들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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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들어갈 날을 달력에 까지 표시하며 기다리는 다은(딸)이는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맘껏 놀고 싶은 기대감에 가득차 있다. 정말로 운동장에서
같이 놀아줄 또래의 친구들이 몇명이나 될까 싶지만 말이다. 6학년에 올라가는 다한(아들)이는 겨울방학에도 그랬지만 봄방학인 요즘도 한마디로 방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공부좀 해야지... 잡지책이라도 읽어라. 만화책이라도." 한마디 하면  항상 "네.네.네"

아내가 가끔 정색을 하고 다그쳐야 책을 펴지만 머리속은 딴 생각중이란 것을 알수있다.

"6학년이 되는 기분이 어떠냐."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6학년이 되면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수업도 늦게 끝날텐데 걱정 안되냐."
"글쎄... 공부는 하면 되는거고 수업이 얼마나 늦게 끝나는데? 놀 시간도 없는거 아냐."

아이때에는 자유롭게 놀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공부는 전혀 가르치지 않고 체험학습 위주의 유치원에 다니게 했는데 이때부터 너무 노는 재미의 맛에 길들여졌는지 혼자서도 잘논다. 온갖 공상과 상상을 하며 황당하고 엉뚱한 질문들을 할때도 많다.학교에서도 수업의 정석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으로 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다는데.

 생활통지표. 학교생활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한다.
 생활통지표. 학교생활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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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도 이정도면 공부 잘한것 아니냐며 생활통지표를 자신있게 내밀어 보인다. 수학,영어를 제외하고는 다른과목은 대체로 우수하게 평가가 되어 있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교과학습 보다는 각종 특별활동 부분이다.

하고싶지 않은 공부를 기계적으로 하는것보다는 하고싶은 공부를 찾아서 할수 있도록 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냈으면 하는데 현재로는 부모로서 해줄수 있는일이 별로 없는것 같아서 녀석이 하고싶은대로 그냥 두고 있는편이다. 보고싶은 영화를 골라오면 같이 가서 봐주고 원하는 책을 사주거나 (대부분이 만화로된 책) 가끔은 황당한 질문에도 답을 해주거나 말상대를 해주는 정도다.(말이 많을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해마다 바뀌는 장래희망이 올해는 '시나리오 작가'라고 한다. 인생에서 한가지 목표만을 갖는 것 보다는 여러가지 희망사항을 생각하면서 살아보라고 했다. 이제 13살짜리에게 뭔가를 기대하거나 무한경쟁속으로 내모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다는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 그리하여 우리모두 초식동물처럼 산다. 

초식동물의 군집은 가장 뒤처지는 놈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 나머지의 안전이 잠정 담보되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공적 신뢰따위는 없다. 결국 끝줄에 서지 않으려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는 왜소하고 불안한 낱개들만 남을 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시도할 겨를도 없고 엄두도 안날 밖에." - 저자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본문중에서 -


#일제고사#장래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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