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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 1년을 앞두고 22일 오후 홈페이지(사람사는세상) 참여게시판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형인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된 뒤 방문객들을 만나지 않는 등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홈페이지와 토론사이트(민주주의2.0)에도 글을 올리지 않다가 지난 13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방문 내용과 관련해 해명하는 글을 올린 뒤 10여일만에 다시 글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올린 글을 통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가?' 이런 질문을 받고, 저는 '고시공부 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이런 대답을 한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딱딱한 법률 책을, 읽고 또 읽는다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이치를 깨우치고 아는 것을 더해 간다는 것이 제겐 참 기쁜 일이었습니다"고 덧붙였다.

"비록 목표에 대한 기대와 집념이 단단하기는 했지만, 서른이 되도록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살림살이에,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바라보며, 아무런 놀이도 휴식도 없이 오로지 책상에서 책과 씨름하는 강행군을, 그것도 몇 년씩이나 계속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랜 동안 그 시절을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는 것은 아마 그런 기쁨이 주는 충만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요즈음 저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온 느낌입니다"며 "저를 둘러싼 요즈음의 여러 가지 상황이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만, 지난 12월 인사를 나가지 않기로 한 이후,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하여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고 설명했다.

요즘 책 읽기를 한다고 한 그는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되거나 확인하게 되는 것들이 모두 제가 풀고 싶은 의문에 완전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렇게 하는 동안 세상 이치를 깨우쳐 가는 기쁨이 있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자 노력에 스스로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소개해놓았다.

"삶이 무엇이고,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불변의 진리를 알 수는 없을 것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서로 나눌 수 있을 만큼은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생각이 좀 정리가 되면, 근래 읽은 책 이야기, 직업 정치는 하지마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지마라는 이야기, 인생에서 실패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무슨 큰일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그냥 인생을 정리하면서 자라나는 사람들과 삶의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험 중에서도 큰 자리를 성취한 사람의 실패와 좌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화려한 성취의 이면에 있는 어두운 이야기가 큰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다만, 본시 재주가 모자라는데다가 허리가 좀 좋지 않아서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속도가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양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아직 글을 내놓을 사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귀향 1년의 인사로 이 글을 올립니다. 그 동안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로 귀향 1년을 맞는다. 봉하마을에는 1년동안 9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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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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