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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마고도에서 가장 높은 고개 백망설산의 모습
차마고도에서 가장 높은 고개 백망설산의 모습 ⓒ 서종규

 백망설산의 흰 눈
백망설산의 흰 눈 ⓒ 서종규

구례에서 지리산 성삼재를 차로 올라 본 사람이라면 아찔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강원도 산악 지역 고개를 넘을 때에도 이렇게 아찔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발고도가 4292m의 고개를 넘어가니 국내의 고개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차창 아래를 내려다보면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올라온 길이 대관령 옛길보다 훨씬 더 많이 굽이져 있고, 저 밑, 나무도 별로 없는 산을 더듬어 내리막으로 가다 보면 계곡은 아스라이 보인다. 간혹 산비탈에 세워져 있는 집들도 조그맣게 보이고, 그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산허리에 그어 놓은 한 줄 낙서 같다.

지리산 성삼재를 차로 올라본 사람은 안다

눈을 들어 앞을 내다 보면, 하얗게 물결치는 산줄기가 아스라이 떠 있고, 그곳을 향하여 오르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씩씩대는 짐승소리 같다. 도로는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라 자갈을 박아 놓은 길이다. 아마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자갈을 길에 다져 놓은 것 같다.

겨울이어서 높이 올라간 도로는 군데군데 빙판길이다. 내린 눈이 대부분 녹아 있지만 그늘 진 길에는 눈길이 다져져 있다. 운전사의 어깨가 한층 굳어지면서 1단 저속으로 엔진이 더 크게 울부짖는다. 그래도 계속 구불구불 굽이진 길을 자동차는 잘도 올라간다.

그 빙판길에서 올려다 보이는 백망설산의 줄기는 눈이 부시게 하얗다. 오후의 해도 설산 위에서 빛나고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 구름처럼 하늘에 걸려 있던 백망설산의 줄기가 험한 길 앞에 우뚝 서 있다. 어서 올라오라는 손짓 같다.

모두 긴장한다. 해발 4300m에서 고산병의 반응을 어떻게 나타날까? 구불구불 올라왔던 길에서 나타난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더 일어나는 것 같다. 멀미인 것 같기도 하고, 고산병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발고도 4300m를 오른다는 기대에 모두 두 눈이 또렷하다.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서 만난 말과 사람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서 만난 말과 사람 ⓒ 서종규

 백망설산 가는 길에서 본 민가와 계단식 밭
백망설산 가는 길에서 본 민가와 계단식 밭 ⓒ 서종규

 길가의 민가와 먼리 백망설산의 모습
길가의 민가와 먼리 백망설산의 모습 ⓒ 서종규

백망설산을 넘는 길, 고산증이 오려나

1월 13일, 백망설산 고개를 넘어 매리설산으로 가기 위하여 샹그릴라를 출발하였다. 겨울철 백망설산 고개를 넘어 매리설산까지 가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에 눈이 한 번 오면 교통이 두절되어 10여일 이상을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겨울철 윈난성 차마고도 답사는 샹그릴라에서 그친다고 한다.

우리가 타고 간 버스 운전사는 다른 핑계를 대며 가지 못하겠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샹그릴라에서 다른 버스를 임대했다. 라싸 변경은 허가가 나지 않아서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매리설산까지는 꼭 답사하겠다는 열망이 앞섰다.

고도 3200m 샹그릴라에서 나파하이 초원 옆을 지나 굽이굽이 도는 언덕을 내려가니 금사강이 나타난다. 거의 2000m 아래까지 고도가 낮아진 금사강을 타고 쭉 나아갔다. 가다가 강을 건너지르는 큰 다리, 흑룡교가 나타난다. 강을 건너지 않고 곧바로 가면 쓰촨성(四川城)이 나오고, 강을 건너면 백망설산을 넘어 매리설산 옆을 타고 라싸에 이른 차마고도의 중심 길이라고 한다.

금사강은 푸른 물결을 이루고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여름이면 강물이 훨씬 더 많아지고 황토물로 변한다고 한다. 강변에 빤즈란(奔子欄)이란 조그마한 마을이 나타난다. 차마고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란다.

고도 1800m 정도로 기온이 온화하고 비옥한 토양이 강변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물자가 풍부하여, 차마고도를 다니는 마방들이 하루 정도는 머물러서 휴식하면서 다음 여행을 준비한 곳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거리에 라마교 승려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백망설산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였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백망설산을 넘어가려는 것이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반반하게 터를 닦아 놓은 곳이 있다. 아마도 전망대를 지으려는 모양으로 그 옆에는 금사강제일만(金沙江第一灣)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모두 차에서 내렸다.

아! 입에서 연달아서 감탄이 쏟아진다. 저 밑 한없이 낮은 계곡에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푸른 금사강 물줄기가 고깔처럼 솟아 있는 산 밑동을 빙 둘러서 휘감아 돌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산맥들이 이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산이 고깔처럼 우뚝 솟아 있고, 그 밑동을 둥그렇게 감싸고 휘도는 금사강 물줄기는 자연의 신비를 보는 것 같다. 그 물줄기 위로 도로가 있고 도로에는 쓰촨(四川)을 오가는 차들이 다닌다.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금사강제일만(金沙江第一灣)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금사강제일만(金沙江第一灣) ⓒ 서종규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 만난 버스
백망설산 오르는 길에 만난 버스 ⓒ 서종규

차는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고도 3000m를 넘어서자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갑자기 돌길로 변했다. 비포장도로라기보다는 바닥에 자갈을 박아 놓은 길이다. 대부분 길은 녹아 있는데 길 옆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그늘진 곳에는 다져진 눈이 얼어 있다. 모두 긴장된 표정이다.

백망설산은 빠이마쉐산(白馬雪山)이라고도 한다. 길 옆 안내석에는 백마설산이라고 써져 있다. 백망설산 주봉의 높이는 5430m이고, 윈난성에서 최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매리설산을 지나 라싸로 가려면 이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4292m 고개는 차마고도 도로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것이다.

마방들은 이 차마고도 이 고개를 어떻게 넘었을까? 당시엔 길도 좁은 산길이었을 것이고, 직선으로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도로처럼 구불구불 돌아서 올랐을 것이다. 오르면서 쉬었다가 갔을 것이다. 오르는 말들도 힘이 들어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이 이 고개를 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백망설산 위의 타르쵸, 부처님 불심은 멀리멀리

 차마고도 자동차길에서 가장 높은 4292m의 이정표가 서 있는 백망설산 고개
차마고도 자동차길에서 가장 높은 4292m의 이정표가 서 있는 백망설산 고개 ⓒ 서종규

 백망설산 고개에 있는 타르쵸
백망설산 고개에 있는 타르쵸 ⓒ 서종규

 백망설산의 흰 눈을 밟은 우리들
백망설산의 흰 눈을 밟은 우리들 ⓒ 서종규

고갯마루에는 해발고도 4292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그 옆에는 타르쵸가 있다. 타르쵸는 금(金), 수(水), 화(火), 목(木), 토(土)를 상징하는 노랑, 빨강, 흰색, 파랑, 녹색 깃발을 줄로 연결하여 쳐 놓은 것으로, 조그마한 깃발엔 깨알 같은 불경이 기록되어 있다. 바로 바람을 타고 세상 어느 곳이든 흘러가 부처민의 불심이 닿기를, 평안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티베트인들의 신앙이란다. 길 가에 하얗게 세워놓은 탑 스투바와 함께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눈이 부시다. 넘어가려는 햇살을 비스듬히 받은 설산이 빛난다. 우리들은 차에서 내려 모두 눈밭으로 갔다. 어느새 두통도 사라지고 오직 하얀 눈 세상에 푹 파묻혔다. 평생 처음으로 밟아본 4292m 고도의 백망설산 눈 위에서 손으로 눈을 만져보고 눈 위를 걸어 본다. 우리들이 서 있는 하얀 눈 세상을 중심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그 위에 하얀 눈이 덮여 있다. 우리들도 백망설산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차마고도 윈난성(云南城) 지역 답사’ 기사 총 8편을 쓰려고 합니다. ①쿤밍(昆明)에서 매리설산까지, ②따리,③리장,④호도협과 옥룡설산,⑤샹그릴라, ⑥백망설산, ⑦매리설산, ⑧쿤밍



#차마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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