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초등학교때 읽었던 위인전들 입니다. 현재 제 방에 보관하고 있는 책들인데, 요즘 제 여동생이 위인전을 비롯 어린이 동화책까지 즐겨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기 때문이죠.
제가 초등학교때 읽었던 위인전들 입니다. 현재 제 방에 보관하고 있는 책들인데, 요즘 제 여동생이 위인전을 비롯 어린이 동화책까지 즐겨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기 때문이죠. ⓒ 이상규

요즘 제 여동생이 학원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할 때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읽었던 위인전과 어린이 동화책 여러 권을 읽는 것이죠. 올해 만 21세인 여동생이 초등학생들 책을 읽는 것이 의아했습니다만 알고 봤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군요. 그것 뿐만이 아니라 평소 읽었던 문학관련 서적까지 읽고 있어서 독서량이 남들보다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 전공자인 제 여동생은 2개월째 국어관련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모 전문대에서 성적 우수자로 장학금을 받았고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 및 교육 이수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알차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2008년 2학기 도중에 취업에 성공한 것이죠. 그것도 만 20세 때 일입니다. 평소 "나는 문학이 너무 즐겁다"고 말할 만큼 자기가 매달리는 분야에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죠.

 

그런 제 여동생이 취업하면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주6일 근무는 기본입니다. 학원강사 특성상 월차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학원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요. 일반인들도 견디기 힘든 환경인데(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갓 성인이 된 여성이 적응하기에는 상당히 벅찹니다. 거기에다 회사 막내다 보니 하는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다행히 매사에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회사일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아이들에 눈높이 맞추기, 동화책과 위인전을 읽다

 

여동생이 취업 초기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배우는 입장에 있다가 어느 순간에 가르치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아이들까지 대해야 하니 그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직설적이고 당돌해서 자기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을 겪었습니다. 최근 10년간 남자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하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워낙 남학교가 엄한 분위기여서 갓 들어온 여선생이 만만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죠. 아마 제 짐작으로는 동생이 그런 것과 비슷한 분위기에 직면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한 며칠 동안, 잠자기 전 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어했는데 적응이 된 지금은 즐겁게 보내고 있더군요.

 

여동생이 위인전을 읽는 경우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여동생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다 보니까 어느 모 위인에 대해 자기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여동생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조건 '모른다'는 답변은 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 넘어갈 수 있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자기 자신속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집에서 위인전과 동화책들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 TV만화를 너무 많이 보면서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제 자기가 어린 아이들을 대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입장에 오니까 그것에 한계를 느낀 모양입니다. 아무리 대학교때 문학의 매력에 푹 빠져서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지만, 역시 독서의 힘은 오랜 시간끝에 다져지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면 학원 강사로서 튼튼한 입지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여동생의 모습은 오빠인 저의 입장에서 봤을때 대견스럽기만 하네요. 요즘 경제불황으로 인한 취업난으로 구직자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만, 취업전선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동생을 마음속으로 계속 지지해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여동생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2007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모 중학교 식당에서 일했는데 2008년 3월에 인턴으로 들어온 모 여성 영양사가 제 뇌리를 스치더군요. 그 인턴도 학교 시절 장학생이었다고 하는데 취업에 성공한 이후부터 자기 현실에 너무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부터 위에서 하라는 것 제대로 하지도 않고, 요령 피웠습니다. 상식밖 행동으로 일관했고, 심지어 조리중에는 조리실장에게 다가가 가위 바위 보 놀이까지 하자고 졸라댈 정도로 말이죠. 전쟁 중인데 말뚝박기 하고 놀자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결국 그 인턴은 3개월만에 그만뒀습니다.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하소연할 정도였기에 그만뒀다는 소식에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워낙 미친듯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게 제 직성이라, 그런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았죠. 조리실장이든 영양사든, 조리원이든 누구든 서로 힘든 일을 똘똘 뭉쳐서 하는데 누군가가 '열외'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꼴불견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그 식당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에, 그 인턴을 보면서 '당시 대학생이던' 제 여동생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혹시나 여동생도 취업 성공해서 저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 말입니다. 워낙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애로사항을 겪지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죠. 이런 글을 쓰는 저 자신도 20대 초반 군대에서 적응하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군대에서 이것 저것 다 경험하니까 사회 적응도 빨리할 수 있었습니다.) 염려스러웠던 것이죠.

 

아직 2개월에 불과하지만, 제 동생은 자신을 둘러싼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런 결과가 '적응 성공'이란 위치에 거의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매사에 열심히 노력했던 습관이 천성이 되어 취업 전선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뼈대를 형성했습니다. 이제 더 많은 경험들을 쌓아서 훌륭한 학원 강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인생이란게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컨데 거의 없습니다. 제 아무리 '낙하산'이라고 할지라도 업무 적응 못하면 그걸로 끝이죠. 적응도 그렇지만, 모든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게 요즘 세상입니다.

 

고인물은 썩게 되어 있으며 물은 계속 흘러야만 합니다. 자신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려면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부딪혀가면서 적응하고 그에 대한 노하우를 새롭게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 어디에서 무슨일이 터질지 모를 사회에서 뒷전으로 밀릴 염려가 거의 없게 되니까요. 제 여동생을 보면서 인생의 고귀한 진리를 배울 수 있었네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이 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동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