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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적

 

.. 걸어온 길을 넉넉함과 평화 속에서 되돌아보면서, 가끔은 좌선하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너무나 오랜 세월을 외부적 현상과 변화에 대응해 온 ‘남의 삶’에서 조금은 명상적인 ‘나의 삶’을 살고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  《리영희-스핑크스의 코》(까치,1998) 6쪽

 

 “평화 속에서”는 “평화로이”로 다듬고, ‘좌선(坐禪)하는’은 ‘차분히 돌아보는’으로 다듬습니다. “제2의 인생(人生)”은 “또다른 삶”이나 “다른 삶”으로 손질하고, “싶었던 것이다”는 “싶었다”로 손질해 줍니다. “외부적(外部的) 현상(現狀)”은 ‘바깥일’로 손보고, ‘변화(變化)’는 ‘흐름’이나 ‘물결’로 손보며, ‘대응(對應)해’는 ‘마주해’나 ‘몸을 맞춰’로 손봅니다. “남의 삶”은 “남 삶”이나 “다른 이 삶”으로 고쳐 주고, ‘생(生)’은 ‘삶’으로 고치며, ‘솔직(率直)한’은 ‘꾸밈없는’으로 고쳐씁니다. ‘심정(心情)’은 ‘마음’으로 풀어냅니다.

 

 ┌ 명상적(冥想的) : 명상을 하는 듯한

 │   - 명상적 깊이를 가진 눈빛 / 명상적인 선율 / 명상적인 생활로 이끄는 듯하다

 ├ 명상(冥想/瞑想) :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   - 명상에 잠기다 / 점점 깊은 명상 속에 빠져들어 갔다

 │

 ├ 조금은 명상적인

 │→ 조금은 생각에 깊이 잠기는

 │→ 조금은 생각에 한껏 젖는

 │→ 조금은 생각바다에 빠지며

 └ …

 

 “깊이 생각하는” 일을 두고, 한자말로 ‘명상(冥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얕게 생각하는” 일이나 “잠깐 생각하는” 일이나 “가볍게 생각하는” 일은 무어라고 가리킬까요. “오래 생각하는” 일이라든지 “곰곰이 생각하는” 일이라든지 “여러모로 생각하는” 일은 또 무어라고 가리킬는지요.

 

 찬찬히 생각하는 일을 두고 ‘찬찬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생각하는 일을 놓고 ‘천천생각’이라 할 수 있어요. 예전 일을 돌이켜본다고 해서 ‘옛생각’이니, 앞일을 내다본다고 하면 ‘앞생각’입니다. 새롭게 생각을 하기에 ‘새생각’이고, 지나간 일을 자꾸만 곱씹어 보니 ‘지난생각’이거나 ‘낡은생각’입니다.

 

 바르게 생각하면 ‘바른생각’이요, 곧게 생각하면 ‘곧은생각’입니다. 여러 사람 뜻과 마음이 모이면 ‘모둠생각’일 테고, 혼자서 생각하면 ‘혼자생각’ 또는 ‘홀생각’입니다. 나만 생각하기에 ‘내생각’이고, 남들을 생각해 주기에 ‘남생각’입니다. 이웃을 생각하니 ‘이웃생각’이고, 동무를 생각한대서 ‘동무생각’입니다. 부모를 생각하면 ‘부모생각’이요, 누나를 생각하여 ‘누나생각’입니다.

 

 ┌ 되돌아보면서 (o)

 ├ 좌선하는 (x)

 └ 명상적인 (x)

 

 보기글을 살피면, 첫머리에서는 ‘되돌아보다’를 꺼내고 다음으로 ‘좌선(坐禪)하다’를 들추며 마지막으로 ‘명상적’을 읊습니다. 모두 ‘생각하는’ 일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어쩌면, 글쓴이로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여러 가지 낱말로 나타내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글에서 세 가지 낱말을 넣지 않았으랴 싶어요.

 

 그렇지만, 고요히 잠기는 생각은 ‘고요생각’으로, 가만히 잠기는 생각은 ‘가만생각’으로, 잠깐 동안 잠기는 생각은 ‘잠깐생각’으로, 오랫동안 잠기는 생각은 ‘오랜생각’으로 적을 수 있어요.

 

 사랑이 가득한 생각은 ‘사랑생각’입니다. 이웃과 나누려는 생각은 ‘나눔생각’입니다. 평화를 생각하기에 ‘평화생각’이고, 통일을 생각하기에 ‘통일생각’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삶자락을 꾸밈없이 수많은 낱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우리 삶터 온갖 모습을 숱한 낱말로 그려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 이웃과 내 얼굴을 이런저런 낱말로 알알이 담아낼 수 있습니다.

 

 ┌ 사람생각 / 자연생각 / 목숨생각

 ├ 큰생각 / 작은생각 / 튼튼생각 / 여린생각

 ├ 참생각 / 거짓생각

 ├ 나라생각 / 겨레생각

 ├ 일생각 / 놀이생각

 └ …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누가 잡아끌어서 하는 일은 목숨이 짧습니다. 누가 다그쳐서 하는 일은 금세 시들해집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누가 잡아끌지 않아도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누가 다그치지 않더라도 스스로 신나게 꾸리는 일이어야 합니다.

 

 말을 알맞춤하게 다독이는 일도, 글을 살뜰히 추스르는 일도, 우리 스스로 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올바른 길을 찾아나서고, 우리 스스로 사랑스러운 길을 짚으며, 우리 스스로 슬기로운 길을 엮어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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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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