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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교적인 모임

 

.. 많은 학생들은 대학 생활의 일부인 사교적인 모임에 열심히 참가한다 ..  《P.우드링/홍웅성 옮김-미국의 고등교육》(탐구당,1972) 96쪽

 

 “대학 생활(生活)의 일부(一部)인”은 “대학 생활 가운데 하나인”으로 고쳐 봅니다. ‘열심(熱心)히’는 ‘부지런히’나 ‘힘껏’으로 다듬고, ‘참가(參加)한다’는 ‘함께하다’나 ‘나가다’로 다듬어 줍니다.

 

 ┌ 사교적(社交的) : 여러 사람과 쉽게 잘 사귀는

 │   - 사교적 분위기 / 내 짝꿍은 사교적이지 않아서

 ├ 사교(社交) :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사귐

 │   - 사교 모임에 나가다 / 사교 범위가 넓다

 │

 ├ 사교적인 모임에 열심히 참가한다

 │→ 사교 모임에 부지런히 나간다

 │→ 모임에 뻔질나게 나간다

 │→ 사귀기 모임에 즐겨 나간다

 │→ 온갖 모임에 신나게 나간다

 └ …

 

 우리한테는 없는 문화 이야기를 옮겨 쓰자니 영 어울리지 않는 말을 억지스레 지어내게 됩니다. ‘사교 클럽’이니 ‘사교 모임’이니 ‘사교 파티’이니 하지만, 아무래도 맞갖지 않습니다. 낱말뜻은 “서로 사귐”이라 하는데, “서로 사귀는 클럽”이나 “서로 사귀는 모임”이나 “서로 사귀는 잔치”로 풀어낸다 하여도 도무지 낯선 느낌만 듭니다.

 

 ┌ 사교적 분위기 → 오붓한 느낌 / 즐거운 느낌 / 도란도란함

 └ 내 짝꿍은 사교적이지 않아서 → 내 짝꿍은 낯가림을 해서

 

 1:1로 옮기려고 하니까 자꾸만 낯설거나 어설프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다시 짚어 봅니다. 서로 사귀든 둘만 따로 만나서 사귀든, 우리들은 사귀자면 ‘모입’니다. 모여서 ‘만납’니다. 우리한테는 이런 ‘만남 문화’나 ‘모임 문화’가 드물었다고 할 수 있기에, 이러한 모임이나 만남을 가리킬 알맞는 낱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하는 흐름을 살피면서, ‘만남’이라고, 또는 ‘모임’이라고 이야기를 해 봅니다. “사교적인 모임에 나간다”나 “사교 모임에 나간다”고 하지 말고 “모임에 나간다”고 해 봅니다. 아니면, “온갖 모임에 나간다”고 해 봅니다.

 

 “사교적 분위기”라 할 때에는, 모인 사람들이 서로 ‘좋은’ 분위기라는 이야기일 테니 ‘좋은’이나 ‘오붓한’이나 ‘즐거운’ 같은 낱말을 넣어 줍니다.

 

 사람 품새가 “사교적이지 않다”고 할 때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는 일을 싫어하거나 잘 못하는’ 셈이니, “낯가림을 한다”고 하거나 “새로운 사람 사귀기를 힘들어 한다”고 하거나 “부끄럼을 많이 탄다”고 해 봅니다.

 

 

ㄴ. 사교적인 인물

 

.. 같은 시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밝고 명랑하며 사교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  《장소현-뚤루즈 로트렉》(열화당,1979) 13쪽

 

 ‘같은 시대 사람들’이라고 쓴 대목이 반갑습니다. 으레 ‘동시대인(同時代人)’ 따위로 쓰거든요. “사람들의 증언(證言)에 의(依)하면”은 “사람들 말을 들으면”으로 다듬고, ‘명랑(明朗)하고’는 앞말과 이어 “밝고 웃음 많으며”나 “밝고 싱그러우며”쯤으로 풀어 봅니다. ‘인물(人物)’은 ‘사람’으로 고쳐씁니다.

 

 ┌ 사교적인 인물이었다고

 │

 │→ (사귐성 / 붙임성) 좋은 사람이었다고

 │→ (살가운 / 싹싹한) 사람이었다고

 │→ (사근사근한 /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다고

 └ …

 

 낯을 가리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하고도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사귐성이 있거나 붙임성이 있다고 하지요. 살갑거나 싹싹하다고 할 수 있으며, 사근사근하거나 서글서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원시원하다고도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대로 어떤 모습인지를 가만히 헤아리면서 나타내면 됩니다. ‘사교적’이란 말에 갇히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지 않나요? 이런 ‘-적’붙이 말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는 모습을 맥아리없이 틀에 박히게 못박아 버리지 싶습니다.

 

 

ㄷ. 활발하고 사교적이었다

 

.. 코리는 잘생기고 조용한 남자였고, 반면에 커티는 활발하고 사교적이었다 ..  《달렌 스틸/김형근 옮김-시대를 뛰어넘은 여성과학자들》(양문,2008) 64쪽

 

 ‘반면(反面)에’는 덜어내거나 ‘그렇지만’이나 ‘이와 달리’로 고쳐 줍니다. ‘활발(活潑)하고’는 ‘시원시원하고’나 ‘밝고’로 손봅니다.

 

 ┌ 사교적이었다

 │

 │→ 붙임성 있었다

 │→ (여럿이) 어울려 다니기 좋아했다

 │→ 사람 만나기를 즐겨했다

 │→ 발이 넓었다

 └ …

 

 두 사람 성격이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한쪽은 ‘조용하’고 한쪽은 ‘사교적’이라 합니다. 그러면, ‘조용함’은 사람 만나기를 잘 못하거나 수줍음을 잘 타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교적’은 사람을 잘 만나거나 낯가림이 없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기에 말수가 적을 테지요. 낯가림이 없으니 붙임성이 있고, 붙임성이 있으니 말수도 제법 있지 않으랴 싶습니다. 조용한 사람은 다른 이 만나기를 좀 꺼린다 할 수 있고, 붙임성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이 만나기를 즐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럿이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이기를 좋아하니 ‘조용합’니다. 혼자이기보다는 여럿이 어울리기를 좋아하니 붙임성이 있으면서 발도 넓고 사람 사귀는 일을 퍽 즐깁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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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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