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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것이 패션이든

 

.. 그것이 패션이든, 아니면 음료수나 전기제품이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  《악셀 담믈러/이미옥 옮김-부모가 사주고 싶은 것 아이가 갖고 싶은 것》(에코리브르,2003) 256쪽

 

 ‘음료수(飮料水)’는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마실거리’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예외(例外)가 있을 수 없다”는 “다르지 않다”나 “거의 똑같다”로 다듬어 줍니다.

 

 ┌ 패션(fashion)

 │  (1)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이나 두발의 일정한 형식

 │      ‘옷맵시’, ‘유행’, ‘최신 유행’으로 순화

 │   -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 신세대들은 패션에 민감하다 /

 │     그는 세계의 패션을 주도하는 디자이너이다

 │  (2) 새로운 양식(樣式)

 │

 ├ 패션이든

 │→ 옷이든

 │→ 사입는 옷이든

 │→ 옷입기이든

 └ …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을 보면서 “패션 죽이는데?” 하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옷을 잘 차려입지 못한 사람을 보면서 “패션이 엉망이네!” 하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옷을 잘 차려입은 사람한테 “옷 참 잘 입었네?” 하고 이야기하거나 “옷맵시가 아주 좋은데?” 하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옷을 참 못 입는구나!” 하고 이야기하거나 “입성이 영 형편없네!” 하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 옷을 잘 차려입는다 / 옷맵시가 뒤어나다

 ├ 패션에 민감하다 → 유행을 잘 탄다 / 유행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 세계의 패션을 주도하는 → 세계 옷 흐름을 이끄는 / 세계 옷맵시를 이끄는

 

 옷차림을 보니 ‘옷차림’을 말합니다. 옷맵시를 살피니 ‘옷맵시’를 말합니다. 입성을 헤아리니 ‘입성’을 말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패션을 보거나 패션을 생각하거나 패션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오로지 ‘패션’만 말합니다.

 

 삶대로 생각이 달라지고, 삶결에 따라 말길이 바뀝니다. 삶이 자리잡은 곳에 따라서 말씀씀이가 다르며, 삶자락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서 말투와 낱말을 고르게 됩니다.

 

 세상이 온통 영어누리라 하더라도, 우리 넋과 얼을 고이 붙잡는 분들은 살갑고 아름다이 말을 합니다. 세상이 알차고 튼튼하게 짜여졌더라도, 우리 넋과 얼을 힘있게 붙잡지 못하는 분들은 이냥저냥 흐름에 휩쓸리면서 영어를 마구 쓰고 맙니다.

 

 

ㄴ. 패션 감각

 

.. ‘어휴, 우리 샘, 다 좋은데 패션 감각은 영 꽝이야!’ ..  《박남정-초딩, 자전거길을 만들다》(소나무,2008) 15쪽

 

 ‘감각(感覺)’은 ‘느낌’으로 다듬으면 되지만, 이 자리에서는 앞말 ‘패션’과 함께 묶어서 살펴봅니다.

 

 ┌ 패션 감각은

 │

 │→ 옷차림은

 │→ 옷 차림새는

 │→ 옷 입는 모습은

 │→ 옷 고르는 솜씨는

 │→ 옷 고르는 눈은

 │→ 입성은

 └ …

 

 ‘디자인 감각’, ‘컨트롤 감각’, ‘비즈니스 감각’, …… 우리 나름대로 우리 삶을 담아서 펼치던 토박이말 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다 보니, 우리 말뿐 아니라 우리 삶도 많이 뒤숭숭합니다. 뒤죽박죽이고 뒤엉켜 있습니다. 껍데기는 틀림없이 한겨레이지만, 속알맹이는 한겨레가 아니게 됩니다. 이제는 껍데기마저도 성형외과에서 뜯어고쳐서 겉도 속도 죄다 한겨레가 아니게 되고 있어요. 어쩌면, 이렇게 탈바꿈하는 모습이 오늘날 우리들 모습, 우리 한겨레 모습이 아니랴 싶어요. 자기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 우리를 식민지로 삼던 나라를 닮아가려는 모습이, 우리를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힘여린 나라를 식민지로 삼으려는 우리 모습이, 숨길 수 없고 감출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우리 모습이 아니겠느냐 싶습니다.

 

 ┌ 우리 샘, 다 좋은데 옷은 영 꽝이야

 ├ 우리 샘, 다 좋은데 옷 입는 모습 보면 영 꽝이야

 ├ 우리 샘, 다 좋은데 옷은 참, 영 꽝이야

 ├ 우리 샘, 다 좋은데 어쩜 옷을 저리 입어서 영 꽝이야

 └ …

 

 뿌리찾기는 ‘고루한 민족주의’가 아닙니다. 제 길을 찾는 일이 뿌리찾기입니다. 제 삶을 보듬는 일이 뿌리찾기입니다. 민들레가 민들레 뿌리를 내리고, 도라지가 도라지 뿌리를 내리며 봉숭아가 봉숭아 뿌리를 내리는 일이 뿌리찾기입니다. 살살이꽃은 살살이꽃 뿌리를 내리고 해바라기는 해바라기 뿌리를 내립니다. 고구마는 고구마 뿌리를 내리고 감나무는 감나무 뿌리를 내립니다. 뿌리는 감자인데 줄기는 토마토라면, 뿌리는 오이인데 줄기는 수박이라면, 뿌리는 복숭아나무인데 줄기는 호두나무라면 어찌 될까요.

 

 제자리를 찾고 제걸음을 걷고 제모습을 가꾸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제 말을 하고 제 글을 쓰며 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과 제 마음과 제 느낌을 담아서 제 얼과 제 넋을 키워야지 싶습니다.

 

 쓰고 싶으면 한자도 쓰고 영어도 쓸 일이지만, 우리 스스로 우리 뿌리를 튼튼히 내린 터전인 가운데 한자를 쓰고 영어를 써야지요. 어줍잖게 이리 흔들리고 저리 기웃거리면서 못난이가 되지 않도록, 엉터리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담금질을 하고 갈고닦아야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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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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