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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온 코끼리와 기린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입니다. 그날도 기린이 코끼리 집에 놀러 갔습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나?
코끼리가 거울에 얼굴을 바짝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뚫어지게 자신을 봅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코도 이만하면 쓸만하고…”
코끼리가 만족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탁탁 칩니다.
“나 참! 넌 하나하나 뜯어보면 잘 생겼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비극이지!”
기린이 잡지를 뒤적거리며 돌아보지도 않고 말합니다.

“넌 뭐 나 보다 잘생겼냐? 덩치에 비해 머리가 그게 뭐냐?”
코끼리가 기린을 비꼽니다.
“그래도 난 요즘 대세야! TV도 안보냐? 얼굴 큰 연예인이 어딨냐?”
기린이 또 코끼리를 무시합니다.
“그래. 넌 머리 작아서 좋겠다. 그럼 나보다 힘 세?”
“갑자기 잘 생긴 얼굴 이야기하다가 힘이 왜 나와! 힘 자랑 할려고?”
코끼와 기린이 누가 잘생겼지 옥신각신 합니다.

“그럼 우리 객관적으로 다른 동물한테 물어보자”
코끼리가 기린를 데리고 거실로 나옵니다.
“너네 엄마한테 물어보게?”
“뭐 멀리 갈 것 있어?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지!”
코끼리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솔직히 나하고 얘하고 누가 더 잘생겼어?”
“당연히 네가 더 잘생겼지” 코끼리 엄마가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거봐! 내가 잘생겼다잖아”
코끼리가 의기양양합니다.
“야! 너네 엄마니까 당연히 너가 잘 생겼다고 하지. 이건 말도 안 돼”
그때 코끼리 엄마가 기린의 머리를 쥐어박습니다.

“아니. 왜 때리세요?”
“이 녀석, 어른이 말하면 들어야지. 버르장머리 없이”
기린이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코끼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따라 나옵니다.
“이젠 나 따라와!”
기린의 부모집입니다.

“너네 엄마한테 묻게?”
“너도 너네 엄마한테 물었으니 나도 물어야 공평하잖아”
“싫어”
“왜 자신없어?”
“그게 아니라, 이번에 다른 동물한테 묻자”
“들어와!”
코끼리가 풀이 죽은 채 기린집으로 들어갑니다.

“엄마! 코끼리랑 나랑 누가 더 잘 생겼어?”
기린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녀석 싱겁기는, 내가 보기엔 코끼리가 더 잘 생겼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기린이 화를 냅니다. 코끼리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엄마! 솔직히 얘기해요. 내가 더 잘 생겼잖아요. 코끼리 엄마는 코끼리가 잘 생겼다고 했단 말이에요”

“아무리 봐도 코끼리가 잘 생겼는데...”
기린 엄마는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합니다. 기린이 울면서 집을 나갑니다. 코끼리가 엉겁결에 따라 나갑니다. 그런데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봤지? 너 엄마도 내가 더 잘 생겼데. 이제 결정났지?”
울고 있는 기린 옆에서 코끼리가 의기양양하게 서 있습니다.

“그래. 너 잘 생겼다.”
기린이 승복을 합니다.
“넌 잘생겼으니까 잘 생긴 친구하고 놀아. 난 이제 너랑 안 놀아”
기린이 휑하니 가 버립니다. 이후 기린은 코끼리를 만나지 않습니다.
코끼리와 기린은 친구를 잃었습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기로 덤비고 의미없는 대답에 정작 소중한 것을 잃을 때도 있더군요.

덧붙이는 글 | ?



#성인동화#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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