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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영국의 인도 지배

.. 영국의 인도 지배 기간 동안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다리가 강의 양변을 이어 주고 있었다 ..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189쪽

“지배(支配) 기간(期間) 동안”은 “다스리는 동안”으로 다듬습니다. ‘기간’과 ‘동안’이 겹으로 쓰였거든요. “강의 양변(兩邊)”은  “강의 두 가장자리”라는 뜻인데, “강 이쪽저쪽”으로 손질해 봅니다.

 ┌ 영국의 인도 지배 기간 동안에
 │
 │→ 영국이 인도를 다스리는 동안에
 │→ 영국이 인도를 다스릴 때에
 └ …

겹으로 쓰인 “지배 기간 동안”을 “다스리는 동안”으로 다듬어 주면, 또는 한자말을 살려 “지배하는 동안”으로 다듬어 주면, “영국의 인도 지배”에 붙은 토씨 ‘-의’는 저절로 떨어지면서 ‘-이’로 바뀝니다. 처음부터 낱말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까닭에 토씨 ‘-의’가 달라붙었습니다.

낱말 하나이든 말투 한 곳이든, 차근차근 헤아리고 살펴야 앞뒤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흐름이 막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낱말 하나며 말투 한 자리며, 이냥저냥 쓰거나 함부로 붙이면, 앞뒤도 어긋나고 흐름도 막히며, 뜻이고 느낌이고 엉터리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ㄴ. 우리 민족의 정신의 구조

.. 그 사실을 통해서 드러나는 우리 민족의 정신의 구조이며 의식의 방향이다 ..  《염무웅-민중시대의 문학》(창작과비평사,1979) 89쪽

“그 사실을 통(通)해서 드러나는”은 “그 사실로 드러나는”으로 다듬어 봅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의 구조”에서는 ‘우리의’처럼 적지 않아서 한 시름 덥니다. 그러나 ‘민족(民族)’은 ‘겨레’로 고치고, ‘정신(精神)’은 ‘얼’로 고쳐 줍니다.

 ┌ 우리 민족의 정신의 구조
 │
 │→ 우리 겨레 생각
 │→ 우리 겨레얼 짜임새
 └ …

이 보기글을 쓰신 분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의’처럼 쓰지는 않았으나 ‘민족의’와 ‘정신의’에는 토씨 ‘-의’를 잇달아 붙이고 있습니다.

글흐름으로 보면 “우리 겨레얼이 어떻게 짜여 있는가”를 말하지 싶어요. 그래서 “우리 겨레 정신 구조”쯤으로 다듬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우리 겨레얼 짜임새”로 풀어 보며 생각합니다. “우리 겨레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처럼 풀면서 다시 헤아려 봅니다. “우리 겨레 생각”으로 다듬으면서, 또 “이 나라 사람들 생각”으로 다듬어 보면서 생각합니다. 글쓴이는 꼭 이 보기글과 같은 짜임새로 글을 써야 당신 생각을 사람들한테 나누거나 보일 수 있었을까요. 손쉽게 쓰는 글을 펼치거나, 수월하게 알아들을 글을 나눌 수 없었을까요.

ㄷ. 기존 가옥의 철거

.. 기존 마을 주민들은 현재 기존 가옥의 철거를 앞두고 속속 집을 비우고 떠나고 있다 ..  《강희정,김선주,김한담-삼송, 사라지는 마을과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높빛,2007) 11쪽

“기존(旣存) 마을 주민(主民)”은 “예전부터 살던 마을사람”이나 “예전 마을사람”으로 손봅니다. ‘철거(撤去)’는 ‘허물기’로 손질하고, ‘속속(續續)’은 ‘하나둘’이나 ‘자꾸자꾸’로 손질합니다. ‘가옥(家屋)’은 ‘집’으로 고쳐 줍니다.

 ┌ 기존 가옥의 철거를 앞두고
 │
 │→ 예전 집이 허물리기 앞서
 │→ 그동안 살던 집을 허물기 앞서
 └ …

한자말 ‘철거’를 넣는다고 해도, “예전 집을 철거하기 앞서”나 “그동안 살던 집을 철허가기 앞서”로 적어 주면 됩니다. 그러나 ‘앞두고’라는 말을 썼기 때문에, 바로 앞을 이름씨 꼴로 이으려고 하다 보니, “(무엇)의 (무엇)” 꼴이 되어 토씨 ‘-의’가 끼어듭니다. 그러면, 차라리 “기존 가옥 철거를 앞두고”처럼 적으면 될 텐데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태그:#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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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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