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주 특별한 책자카드. 표지를 넘기니 ‘근하신년’이란 제목 아래 편지글이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책자카드. 표지를 넘기니 ‘근하신년’이란 제목 아래 편지글이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 이돈삼

연말연시를 맞아 연하카드가 날아듭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전해지는 게 연하카드입니다. 한결같이 지난해 베풀어 준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내용입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를 떠올리는 한 방편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엊그제 아주 특별한 카드를 하나 받았습니다. 봉투 크기로 봐서 일반적인 카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내용물은 카드보다 조금 두툼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무심코 봉투를 뜯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드인 줄만 알았는데 조그마한 책자였습니다.

 

색다른 카드여서 다시 한번 살펴봤습니다. '2009년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고 씌어져 있었습니다. 표지를 넘겨보니 '근하신년'이란 제목 아래 편지글이 한 페이지를 채우고 있습니다.

 

"2008년은 유난히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해로 역사에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련은 사람을 지혜롭고 강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시련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2009년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과 지혜로 승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분들과 함께 나누시는 기회 있기를 기원합니다. …(중략)…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2009년이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처음 받아본 책자카드에 묘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기분 좋게 한 페이지를 넘겨보니 책자의 '서문'이 나옵니다.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잠시라도 머뭇거린다면 남에게 뒤쳐질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 두고 말입니다." 마음까지 사로잡는 서문에 끌려 또 책장을 넘겨봅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보내온 책자카드 '아주 특별한 선물'의 앞표지. 이 책자에는 편지와 함께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22편이 실려 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보내온 책자카드 '아주 특별한 선물'의 앞표지. 이 책자에는 편지와 함께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22편이 실려 있다. ⓒ 이돈삼

단편 에세이들이 실려 있습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인간 승리 ▷희망과 사랑 ▷부족한 사람들 ▷헬렌 켈러의 기도 ▷시골 호박 ▷성자를 닮은 의사 ▷따뜻한 판결 ▷받은 것을 돌려준다 ▷삶을 바꾼 미소 ▷희망의 노래 ▷거리의 악사 ▷아름다운 박수 ▷특효약 ▷하벤스의 선택 ▷가장 좋은 소식 ▷회식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 ▷60초 소설 ▷버큰헤드 호의 전통 ▷뜨거운 전우애 ▷자선냄비 등 모두 22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내친 김에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캐나다의 총리 장 크레티앵(Jean Chretien)의 얘기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날 때부터 한쪽 귀의 청력이 약해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고, 안면근육 마비로 입이 비뚤어져 발음도 어눌했던 그이지만 세 차례나 총리직을 맡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신체적인 장애는 종종 가십의 대상이 되고, 정적(政敵)이나 유권자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와 올곧은 성격으로 극복한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연설을 듣던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야유를 던졌다. '그렇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언어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이 아닌가요?' 이에 크레티앵은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나는 비록 말은 잘하지 못합니다만,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정직함과 성실성이 인정되어 그는 1963년 스물아홉 살에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로 40여 년 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시골 호박' 중에서-

 

크레티앵 뿐만 아닙니다. 불치의 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투수 커트 실링을 비롯 헬렌 켈러, 앤드류 카네기, 덩샤오핑 그리고 인술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 건국대에 건물을 기증한 이순덕 할머니, ‘해뜰 날’의 가수 송대관, 사진작가 김영갑 등 어둡고 칙칙한 장막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아름다운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읽는데 불과 1∼2분, 한 권의 책을 모두 보는데 20여분쯤 걸렸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글이 알차고 긴 여운을 남기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한 감동도 안겨주었습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이야기들이어서 정감도 더 갔습니다. 그것의 요지는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을 간직하지만 말고 나누라는 가르침도 담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나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은 것도 좋았습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중압감으로 다가오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거친 소식들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어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이때 삶의 활력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편으론 조용히 눈 감고 마음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남을 앞지르기 위해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 내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흡족해지고 숨결까지도 행복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이 공간을 빌어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원장 이상석)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늘 가까이 두면서 보고 또 보고, 가족·친구들과도 돌려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특별한 선물#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상석#책자카드#오현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