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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책을 읽던 중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요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이라”고 하셨던 공자의 말씀에 부딪쳐 인터넷 블로그를 살폈더니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되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 한다’는 신영복님의 해석과 화이부동(和而不同)을 현대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이라는 글이 보였는데 많은 공감이 갔다.

 

 정말 요즘 정치판을 보면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뜻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들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실덕(失德)에 대한 반성 없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권력자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에게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정치에 반발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솔선하여 법과 질서를 지킨다면 국민들에게 법과 질서를 강요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굳이 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라의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인다면 따르지 않을 국민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8년,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취를 살피면 국민이 원하는 길과 사뭇 멀리 갔을 음을 알 수 있다.

 

 광우병 불안이 가시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의 동의 없이 전격적으로 수입해버린 만행, 값싼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며 제 나라 농민의 가슴에 못을 박은 우행, 부시의 품에 안겨 체신없이 고개를 젖히고 파안대소했던 기행…그런 대통령의 소행을 눈으로 보면서 내가 수치스러웠다. 당연히 그런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은 ‘시민’들이 원망스러웠다.

 

 종부세 폐지하여 부자 살리기는 헌법 재판소의 책임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했던 그의 장담은 어떻게 되었던가? 이미 747이라는 구호는 폐기 되었다. 은행이 위기에 처하고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실업자는 넘치고 노숙자는 발에 채일 지경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어떤 가장은 가족을 동반하여 세상을 뜨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무능한 경제장관은 필요 없는 외환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만 축내버렸다.

그리고 가난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말았다. 겨우 새벽시장을 찾아 목도리를 풀어 주고 기도하겠다는 것이 그가 했던 일의 전부였다.

 

한때 20%를 밑돌던 그의 지지율이 지금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어쩌면 앞으로 국민들은 그의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언론법이 개정되기 전에 권력의 눈치를 보는데 이골난 언론과 권력의 비호를 받은 언론사 사주들이 자발적인 복종심으로 낮은 지지도를 보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2008년이 저물어간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마당에 여러 감상이 없겠는가만 나라를 생각하면 촌노인의 가슴도 터질 것 같다.

 

주식과 펀드가 반토막 되어 국민의 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소식인데 그것이 회복되려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소비는 줄고 수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굳어진 남북관계는 쉽게 풀어질 것 같지 않다. 일본 정부는 세계를 상대로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바닥이 보이질 않고 중국도 덩달아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판은 어떤가?

국민의 힘을 모아 세계적인 난국을 돌파하는데 앞장서야할 대통령이 고작 각종 악법이나 만들어 ‘질풍노도’의 ‘속도전’을 강행하려 한다. 질풍노도라는 말도 새롭거니와 속도전이라는 단어도 북에서 많이 쓰던 용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정치판에서 들을 수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대통령은 언론관계법 개정을 경제논리로 봐야 한다는 개념 없는 발언을 하면서 속도전을 재촉하고 있다.

 

그리고 운하작업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공청회도 없고 해명도 없이 4대강 개발의 삽질을 시작했다. 무조건 따르라는 정권의 독선이 빚은 납득할 수 없는 소행이었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여당의 누구도 대통령을 견제하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국회에 있는 그의 ‘형님’과 그의 ‘아우’들은 조폭의 앞잡이인양 설치고 있다. 헌법기관과 공안기관도 대통령을 위해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만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얼빠진 국민이 아니라면 그런 정치판을 곱게 볼 것인가?

 

이제 국민을 섬긴다는 구호는 사라져 버렸다.

준법과 강경진압만 남았다. 여당은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 만의 법안을 심의하였다. 그러면서 마지막 통과를 막겠다는 소수의 야당에게 준법을 강조하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다. 야당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되어 돌격을 다짐하는 여당의원들이 차라리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이 없으면 물러나야 한다.”

 

공기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다. 자기를 모르는 철부지도 아니고 명색 70을 눈앞에 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한심하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31일) 한겨레신문에서 김이태 연구원에 대한 징계 후 [건기연]연구원들에게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웃을 수 없는 코메디 기사와 함께 ‘명비어천가’를 부른 봉숭아학당만도 못한 국무회의 기사를 보며 그런 인간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고 있구나 싶으니 웃음에 앞서 서글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일을 잘 하는 대통령을 만나 걱정 할 것 없다”는 한승수 총리의 아부, 돈을 원 없이 써 본 '호조판서'를 자처한 강만수의 허세,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개념 없는 바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력도 없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만 했던 하루였다.

 

 아무튼 2mb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면 앞으로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법과 질서를 말하지 않아도 국민이 승복하고 손뼉을 쳐주는 정치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태생적으로 각종 불법과 비리에 익숙했던 그의 모습도 그렇지만 지난 1년간의 작태를 볼 때 국민을 살리는 정치는 더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상태라면 깊은 절망과 좌절만 눈에 보일 뿐이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희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금 이 상태에서 2009년에는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나아지고 정치적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세상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면 나 역시 멍청한 인간이 되는 것일까?

 

 과연 내년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암담한 세밑이다.

 

새해에 독자여러분의 건강하심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겨레 필통 등 다른 곳에도 옮길예정


#화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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