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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m 높이 굴뚝에서 아래로 바라보고 있는 노동자 2명. 24일 새벽 굴둑에 올라간 후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70m 높이 굴뚝에서 아래로 바라보고 있는 노동자 2명. 24일 새벽 굴둑에 올라간 후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 박석철

지난 24일 새벽 "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70m 높이의 소각장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2명이 8일째인 31일 정오 현재까지 음식물을 공급받지 못해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발을 구르고 있다.

 

고공 농성중인 민주노총울산본부 이영도 수석부본부장과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김순진씨에게는 8일동안 굴뚝위에서 내린 밧줄을 통해 생수 몇 통과 초콜릿 2봉지가 올라간 것이 전부다.

 

또 최근에는 무전이나 전화조차 두절됐지만 30일 가까스로 충전된 휴대전화가 올라갔고, 굴뚝에 있는 이들은 배터리 절약을 위해 휴대전화를 껐다 켰다하며 밑에 있는 노동자들과 통화할 때만 휴대전화를 켜놓고 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밑에 있는 조합원들을 되레 걱정하며 걱정말라고 하지만 건강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이대로 있다간 큰일나겠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듯 이영도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9일 낮 굴뚝에서 테이프로 말아 아래로 던져 보낸 편지에서 "하루하루가 불안과 고통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너무 춥고 배가 고프다. 밤마다 몰아치는 칼바람이 탄압 이상으로 무섭다"고 적기도 했다.

 

고공 농성장인 울산 동구 현대미포조선 옆 현대중공업 소유의 소각장 주변에서는 현재 굴뚝 위로 물품을 보내려는 노동자들과 현대중공업 경비들의 대치로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다.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5시 30분부터 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30일에도 집회 참가자들이 굴뚝에서 내려온 줄에 음식과 방한복을 올려 보내려고 두 차례 시도했으나 현대중공업측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같이 고공 농성중인 두 노동자의 건강이 우려되자 민주노총과 대책위 등은 31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음식물 반입 등을 호소할 예정이다.

 

진보신당울산시당준비위원회 노옥희 위원장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약한 비정규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고공 농성으로써 호소중인 이들에게 음식물을 차단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처사"라며 "정몽준 의원이 즉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옥희 위원장은 31일 "이제 정몽준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라는 공식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편지에서 "정 최고위원은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어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라고 되묻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숫자를 넘었고, 두 회사는 활동가들을 탄압 감시하기로 유명해 민주파 대의원의 당선은 고사하고 출마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공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79년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계열의 고등학교에서 평범한 수학 교사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후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노동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투옥까지 됐던 노 위원장은 "87년 당시에도 활동가들에게 일상적으로 미행·감시·테러 등을 일삼더니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분개했다.

 

노 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 문국현 후보처럼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며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 없이는 정 최고위원 아버님의 실패를 반복할 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대미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이므로 이제 정몽준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두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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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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