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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8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강기희 강인규 김갑수 이윤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이며, 이번 수상자부터 부문 없이 선정했습니다.

시상식은 2009년 2월 6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9 2월22일상>과 <2008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3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김갑수 시민기자.
김갑수 시민기자. ⓒ 임정훈

김갑수 기자를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난 건 지난 6월이었다. 강화도의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시민기자대회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 촛불정국이 한창인 상황이었고 그의 정치평론을 오름(머리기사) 언저리에서 자주 읽을 수 있었던 무렵이다.

촛불정국을 분석하고 정치를 비평하는 그의 글은 아주 예리하고 섬세했다. 구체적 논거로 삼은 자료들은 역사서와 다르지 않았고, 이를 현실에 옮겨와 따따부따 하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그의 글에서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더불어 연재 중인 소설 '제국과 인간'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긴 마찬가지.

바로 그 김갑수 기자를 다시 만났다. 여름도 다 지나갔고, 잦아든 것 같았던 촛불정국이 시즌2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들리던 지난 12월 중순. 점심식사를 겸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의 집에서 멀지 않은 음식점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그는 소주부터 시켰다. 겨우 오전 11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 게다가 인터뷰를 마치고는 가까이 있는 형님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선대인의 기일이라고 했다. 술잔을 함께 나누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며 그는 인터뷰 내내 쉬엄쉬엄 소주 한 병을 거의 다 비웠다.

"나는 저널리즘에 지나치게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 <오마이뉴스>와는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나?
"<오마이뉴스>는 창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다만 내가 저널리스트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사를 쓰지는 않았다. 당시 나는 저널리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제도가 이 정도로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 일찍 글을 써 보냈을 거다. 이런 신뢰감이 바탕이 돼서 <오마이뉴스>에 본격적으로 기사를 쓰고 소설을 연재하게 됐다."

-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을 축하한다. 소감을 듣고 싶다.
"저보다 상을 받을 만한 분들이 더 많이 있는데 내가 받게 돼 계면쩍다. 나이 들어 상이라는 걸 함부로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순수한 뜻으로 모여 자발적으로 쓴 글에 대한 결과로 주어진 소박한 상이란 점에서 부담스럽지는 않다. 삶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 가족 소개를 간단히 부탁한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7남매 중 여섯째다. 형제들 부부의 절반이 초·중·대학에서 선생을 했거나 하고 있다. 마누라도 대학 선생이고 평범한 딸 셋을 두고 있다."

- 소설가 김훈은 전업작가로서 '밥벌이의 지겨움'을 말한 바 있는데 역시 전업작가로서 밥벌이의 지겨움 혹은 어려움은 없나?
"(김훈씨야 이제 여유가 있겠지만) 나는 사실 '밥벌이'에는 대책이 없다. 나는 평생 강의를 해서 먹고 살았는데 강의야말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6년 전부터 전업작가로 살고 있는데 아직 글을 써서 제대로 밥벌이를 해 본 적이 없으므로 지겨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글쓰기가 밥벌이를 위해 강요된다면 그보다 더 혹독한 일은 없을 것 같다."

- 소설 '제국과 인간'의 <오마이뉴스> 연재가 연말에 끝나는 걸로 안다. 구체적인 마감 일정과 이후 다른 작품 연재 계획 등이 궁금하다.
"'제국과 인간'은 식민지 시대 전체를 배경으로 하는 준대하소설이다. 200자 원고지 기준 약 4300장인데 금년 말에 끝난다. 단행본으로 출간하면 3권 정도의 분량이다. 평균 이틀에 한 회씩 연재했다. 내년에는 독자들이 허락한다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팩션을 연재할 생각이다. 시대적으로 '제국과 인간'과 연계성도 있어 알맞다고 본다."

"그럴 듯한 거짓말, 내 팩션의 핵심이다"

 김갑수 기자는 소설 및 정치평론 기사에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김갑수 기자는 소설 및 정치평론 기사에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 임정훈
- '제국과 인간'은 역사팩션이다. '픽션'이 아닌 '팩션'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픽션(fiction)'은 전통적 개념의 현대소설을 말하는데, '팩션(fact+fiction=faction)'이라고 하면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럴듯하지 않은 참말보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이 더 우월하다'고 했다. 요즘 출판되는 대부분의 소설들은 '그럴듯하지도 않은 거짓말'들이 양산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 영상물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에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려면 픽션보다는 팩션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 '제국과 인간'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과 취재는 어떻게 했나?
"당연히 사서가 1차로 중요한 자료다. 중국과 일본 저자들의 책을 포함하여 좌우익의 근·현대사 역사서들을 읽었다. 또한 당대에 산 인물들의 자서전과 회고록 그리고 논문들도 요긴한 도움이 됐다. 물론 당대의 신문, 잡지도 찾아 읽었다. 대략 200여 권 정도의 저작물을 읽지 않았나 싶다.

'제국과 인간'은 제국주의 시대 경성과 상해가 주 무대이고 일본의 동경 북해도, 중국의 동북삼성과 간도 항주 소주 북경 등,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바이칼, 미국의 뉴욕 등이 망라된다. 다 가 보지는 못했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직접 가서 보았다."

- 소설 못지않게 정치평론도 독자들이 상당하다.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글쓰기의 논거로 사용되는 자료들도 매우 풍부하다. 어떻게 준비한 것인가?
"사실 소설에 비해 정치평론의 독자가 훨씬 많다. 기사 배치의 차이도 있겠지만 소설보다 정치 기사를 많이 읽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소설이 정치평론만큼 읽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

식민지 시대의 '제국과 인간' 외에 한국전쟁을 다룬 팩션과 6·15 이후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범죄(연쇄살인) 추리소설을 1차 탈고해 놓은 것이 있다. 4·19와 '광주'를 배경으로 한 팩션과 시나리오를 쓰다가 만 것도 있다. 쓰다 말긴 했지만 자료는 확보하고 읽어놓았으니 그 자료와 (정치평론 자료가) 겹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내 정치비평 기사는 비겁한 운동권 악몽의 씻김굿"

- 특히 촛불정국 당시 김갑수 기자의 정치평론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시 글쓰기의 즐거움 혹은 괴로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젊은 시절 이후 두 가지 유형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꿈을 꾼다. 하나는 군대에서 외출이나 휴가를 나왔다가 제 시간에 귀대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꿈이고, 더 무서운 것은 시위대에서 나 혼자 이탈하여 도망치는 꿈이다.

꿈속의 나는 최루탄이나 페퍼포그가 터질 때까지는 누구보다 용감하다가 총성이 울리면 슬며시 빠져나와 골목길로 접어드는 비겁자의 모습이다. <오마이뉴스>에 정치평론을 쓰면서 이 악몽을 '씻김굿'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독자들의 호응은 내 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오늘의 현실에 좌절하거나 분개하는 열정과 순수함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도 당시 하룻밤에 20만 명이 넘는 독자가 내 글을 찾아 주었다는 건 꿈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기회에 독자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새해도 곧 밝아오는데 덕담(?) 삼아 이명박 정부에 한마디 한다면?
"이명박 정부에 덕담을 하라는 것은 나에게 담배를 끊으라거나 자살하라는 요구처럼 무모한 일이다. 덕담을 하려야 할 수가 없다. 새해의 소원은 이명박 정부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본인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엄청나게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유별난 일로 생각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사실 유능한 작가가 되는 것보다도 유능한 독자가 되는 것이 더 행복하다. 가장 불우한 것은 무능한 작가가 되는 일이다. 그보다는 무능한 독자가 낫다고 생각한다."

김갑수 기자는 중학생 때부터 한 동네에 살던 아내와 결혼을 했다. 만날 함께 지내므로 부부동반 모임은 절대 안 간다. 글은 재빨리 쓰고 퇴고에 공을 들인다. 소리 내서 읽으면서 제대로 안 읽히는 대목은 고친다. 아내가 읽고 고쳐주기도 한단다.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땐 하루에 10시간씩 작업을 하기도 한다.

김갑수 기자는?
'한국문학' 소설신인상에 '그 눈빛' 당선
대학과 학원가에서 문학과 논술 강의
전업작가로 소설 집필과 정치평론 겸하고 있음
소설창작집 '그 눈빛(1998)', 장편소설 '오백년 동안의 표류(2008)', 논술이론서 '논술의 수사학(2002)' 펴냄
2008년 2월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현재, <오마이뉴스>에 역사 팩션 '제국과 인간' 연재 중

스스로 댓글놀이를 즐겨하기도 한다. 일부 독자들이 그를 '친북좌파'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부당하거나 과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술은 조금 양을 줄여 마시려고 한다. 왜? 앞으로 한 30년은 계속 더 마셔야 하니까!

[2008 올해의 뉴스게릴라]
☞ [올해의 뉴스게릴라상①] 미국 해외통신원 강인규
☞ [올해의 뉴스게릴라상②] 정치평론 쓰는 소설가, 김갑수
☞ [올해의 뉴스게릴라상③] 서평 쓰기의 달인 이윤기 기자
☞ [올해의 뉴스게릴라상④] 강원도 정선의 '강기자' 강기희
☞ [2월22일상①] 고기복 김행수 송경원 임정훈 장태욱 전대원
☞ [2월22일상②] 강지이 김준희 문동섭 문종성 성하훈 이돈삼
☞ [2008 특별상] 머리기사만 316개, '불곰' 윤근혁 기자
☞ [2008 특별상] 민간 싱크탱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갑수#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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