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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즉흥적으로 꾸며낸

 

.. 즉흥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치고는 우리 어머니 처지에 딱 어울리는 것이었다 ..  《전희식,김정임-똥꽃》(그물코,2008) 218쪽

 

 “어울리는 것이었다”는 “어울렸다”나 “어울리곤 했다”로 다듬어 줍니다. ‘창작(創作)한’이라 하지 않고 ‘꾸며낸’으로 적어서 반갑습니다.

 

 ┌ 즉흥적으로 꾸며낸 이야기

 │

 │→ 그 자리에서 꾸며낸 이야기

 │→ 생각나는 대로 꾸며낸 이야기

 │→ 떠오르는 대로 꾸며낸 이야기

 │→ 그때그때 꾸며낸 이야기

 │→ 바로바로 꾸며낸 이야기

 └ …

 

 이야기 한 자락을 지어도, 생각나는 대로 술술 잘 풀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시 한 줄을 읊어도, 떠오르는 대로 아름다이 엮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국 하나를 끓여도, 이것저것 그때그때 챙겨서 맛깔스럽게 끓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 훌륭한 사람입니다. 마땅한 연장이 없어서 일손을 못 잡고 있을 때, 바로바로 뚝딱뚝딱 하면서 무언가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솜씨가 뛰어난 사람입니다.

 

 

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적당히

 

.. 선생님께서는 사물을 실제로 보지 않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엄한 짓임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적당히 넘기지는 않는다는 것이 갖는 매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  《마스다 지로/이영세 옮김-대학에서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백산서당,1994) 73쪽

 

 “실제(實際)로 보지 않고”는 “두 눈으로 보지 않고”로 다듬고, “그것에 대(對)해 말하는 것은”은 “함부로 말하는 짓은”으로 다듬으며, ‘무엄(無嚴)한’은 ‘괘씸한’이나 ‘몹쓸’로 다듬습니다. ‘적당(適當)히’는 ‘대충’이나 ‘얼렁뚱땅’으로 손질합니다. “않는다는 것이 갖는 매력(魅力)은 정말(正-) 대단했습니다”는 “않는 모습은 참으로 훌륭해 보였습니다”나 “않는 일은 내 마음을 대단히 사로잡았습니다”로 손질하고요.

 

 ┌ 즉흥적으로 적당히 넘기지는

 │

 │→ 대충 넘기지는

 │→ 얼렁뚱땅 넘기지는

 │→ 어설피 넘기지는

 │→ 그냥그냥 넘기지는

 │→ 가볍게 넘기지는

 └ …

 

 보기글을 살피니, ‘그때그때’와 ‘즉흥적’이 겹치기입니다. 둘 가운데 하나를 덜어야겠는데, 저는 ‘즉흥적’을 덜겠습니다. 또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나 “그때그때 부딪히는 대로”로 손봅니다.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써 봅니다. “선생님께서는 사물을 두 눈으로 보지 않고, 이를 함부로 말하는 짓은 아주 몹쓸 짓임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때그때 얼렁뚱땅 넘기지 않으셨는데, 이 모습은 우리 마음을 대단히 사로잡았습니다.”

 

 

ㄷ. 결정은 즉흥적으로 내리지 않지만

 

.. 영아를 살해하기로 하는 결정은 절대로 가볍게 즉흥적으로 내리지 않지만,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도 있다 ..  《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니사》(삼인,2008) 103쪽

 

 ‘영아(?兒)’는 ‘젖먹이’나 ‘갓난아기’로 다듬고, ‘살해(殺害)하기로’는 ‘죽이기로’로 다듬습니다. ‘결정(決定)’은 ‘생각’으로 손보고, ‘절대(絶對)로’는 ‘틀림없이’로 손봅니다. “선택(選擇)의 여지(餘地)가”는 “어쩔 수가”나 “어찌할 길이”로 손질해 줍니다.

 

 ┌ 결정은 가볍게 즉흥적으로 내리지 않지만

 │

 │→ 결정은 가볍게 함부로 내리지 않지만

 │→ 결정은 가볍게 곧바로 내리지 않지만

 │→ 결정은 가볍게 내키는 대로 내리지 않지만

 │→ 결정은 가볍게 아무렇게나 내리지 않지만

 │→ 결정은 가볍게 그때그때 내리지 않지만

 └ …

 

 아프리카 땅에서 부족 사람들이 너무 먹고살기가 힘들어 ‘젖먹이 죽이는 일’도 드물게 있다고 하지만, 아주 드문 일이지 정작 이와 같은 죽임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 땅에서도 사람들이 아주 먹고살기 힘들 때에는 젖먹이를 남의 집 문간에 내려놓곤 했어요. 1950년대 끝무렵과 1960년대 첫무렵에 나온 신문을 들추면 날이면 날마다 1쪽 머리기사에 ‘버려진 아이 숫자’와 ‘버려져서 죽은 아이 숫자’가 크게 실리곤 했습니다. 《에밀》을 쓴 루소도 갓난아이를 버렸다고 하지만, 루소가 어떠니 저떠니 하기 앞서, 우리들도 이렇게 했습니다. 더구나 오늘날에도 이 땅에서는 ‘젖먹이 버리기(‘미혼모’는 법에 따라서 아이를 못 기르게 하여 반강제 입양을 시키지만)’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여느 사람들이 잘 모르고, 기사로 적히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들 여느 사람들은 세상일을 잘 모르고, 우리 말도 잘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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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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