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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징계 대상 교사와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징계 대상 교사와 전교조 조합원들이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동아일보>와 <국민일보>는 지난 12일 사설을 통해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로 파면된 한 교사가 자신의 6학년 자녀에게는 시험을 보게 했다며 "파렴치한 짓", "이율배반"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같은 날 오후 "'파렴치 교사' 보도의 배후는 서울시교육청"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신문의 보도는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점심식사 자리에서 일부 출입기자들에게 정상용 교사 자녀의 신상정보를 제공한 결과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정 교사의 딸이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편지를 지난 14일 보내왔다.

 

정양은 이 편지에서 "아빠가 아빠 반 아이들에게는 편지를 나눠주고 제가 시험을 봐서 일이 커진 듯하다"면서 "파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신문에 난 걸로 봐서 이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자책했다.

 

이어 정양은 "아빠가 일제고사를 볼지 안 볼지 물었을 때 우리 선생님이 시험 내용을 알려주시지 않았고 우리 반에서 나 혼자 안 본다면 부담이 되어 시험을 보게 되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제가 시험을 봤고 몇 달 후 이런 일이 터져서 참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편지 뒷부분에서 정양은 "너무나 답답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재미있지 않다"면서 "제가 시험을 봤는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남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퍼뜨린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참 나빠진다"고 적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파면 의결된 정 교사는 이 편지에 대해 "딸이 하도 답답해하고 슬퍼하기에 그렇다면 네 마음을 담아 글을 써보라고 했다"고 편지를 쓰게 된 사연을 전했다.

 

다음은 정양이 <오마이뉴스>에 보낸 편지 전문이다.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통보를 받은 정상용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통보를 받은 정상용 교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며칠 전 신문에 있는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빠의 생일날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엄마가 신문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읽고 있던 신문을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중간대목을 읽던 중 저는 흠칫 놀랐습니다. 기사내용이 아빠와 내가 했던 일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저는 '같은 또래에 자녀에게는 시험을 보게 했다'라는 대목을 손으로 짚으며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나야....?"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봐서 이 일이 보통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저번에 제가 시험을 본 일과 관련해서 아빠가 파면을 당한다고 합니다. 또 아빠가 아빠 반 아이들에게는 편지를 나눠주고 제가 시험을 봐서 일이 커진 듯합니다. 파면이랑 해임이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신문에 난 걸로 봐서 이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우선 시험을 보기 전 아빠가 했던 말을 되살려 봤습니다.

 

그러니까 시험보기 일주일쯤 전이었을 겁니다.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려는데 아빠가 일제고사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시험을 볼지 안 볼지 물었습니다. 나는 우선 우리 선생님이 시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고 만약 시험을 안 볼 경우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으며, 우리 반에서 나 혼자 안 본다면 부담이 되어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험을 보고 중, 고등학교 때 시험을 볼지 안 볼지 결정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이번에는 시험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시험을 봤고 몇 달 후 이런 일이 터졌습니다. 참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힙니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이것 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학교에 갔습니다. 선생님께 파면이 뭔지 여쭈어 봤습니다.

 

"다 잘 될 거야. 금방 끝날 테니 열심히 해."

 

그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너무나 답답해서 거의 모든 일에 무뎌진 듯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재미있지 않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도 슬프지 않습니다. 이 일이 얼른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가 시험을 봤는지 안 봤는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리 그래도 남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퍼트린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참 나빠집니다.

 

저에게 이번 일이 충격이 꽤 컸나 봅니다. 주변에서 일제고사 이야기만 들리면 갑자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다 잘 되겠지요. 그렇게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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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파면#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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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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