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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아기의 존재가 느껴졌다

 

.. 때로 조용한 밤에 깨어서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내 안에서 아기의 존재가 느껴졌다 ..  《재클린 크래머/강도은 옮김-엄마들을 위하여》(샨티,2007) 17쪽

 

 아기는 내 배, 그러니까 어머니 배속에 어떻게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잠든 듯, 멈춘 듯,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일는지 모르는데,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한 낮은 소리로 숨을 쉬고 밥을 받아들이고 살짝살짝 움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아기의 존재가 느껴졌다

 │

 │(1)→ 아기가 느껴졌다

 │(2)→ 아기가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2)→ 아기가 살아숨쉼이 느껴졌다

 │(3)→ 아기 움직임이 느껴졌다

 │(4)→ 아기가 꿈틀거린다고 느꼈다

 │(4)→ 아기가 움직인다고 느꼈다

 │(5)→ 꿈틀거리는 아기를 느꼈다

 │(5)→ 움직이는 아기를 느꼈다

 │(5)→ 살아숨쉬는 아기를 느꼈다

 └ …

 

 말 그대로 그냥 ‘있기’도 할 테지만, 조물락조물락거리는 느낌도 있을 테며, 꿈틀거린다든지, 발차기를 하며 방방 뛰논다는 느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움직임이든 꿈틀거림이든, ‘이야, 살아 있는 목숨이 내 안에 있네’ 하고 헤아리리라 봅니다.

 

 이런 느낌, 생각, 마음을 고이 나타내면 됩니다. 바로 이 모든 느낌이, 움직임이, 숨결이 ‘아기라고 하는 한 목숨붙이’ 모두일 테니까요.

 

 

ㄴ. 조윤옥 할머니의 존재가 알려진 것

 

.. 이 책의 주인공인 조윤옥 할머니의 존재가 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1998년 3월의 일이었다 ..  《안이정선-가고 싶은 고향을 내 발로 걸어 못 가고》(아름다운사람들,2006) 15쪽

 

 “1998년 3월의 일이었다”는 “1998년 3월이었다”로 다듬어 줍니다. “알려진 것은”은 “알려진 때는”으로 다듬습니다.

 

 ┌ 조윤옥 할머니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

 │→ 조윤옥 할머니가 알려진 때는

 │→ 조윤옥 할머니가 있음이 알려진 때는

 │→ 조윤옥 할머니가 살아 있음이 알려진 때는

 └ …

 

 일본군 성노예로 몸앓이와 마음앓이를 한 분들은, 그동안 ‘없는 사람’처럼 되어 있었다가 뒤늦게 ‘있는 사람’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를 입었고 생채기가 남았으며 고달팠던 사람들이기에 아픔을 쓰다듬고 달래 주어야 했을 터이지만, 외려 쉬쉬하거나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아픔이 알려지고 조금이나마 아픔을 달랠 수 있던 분들이 백 분 남짓 계시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할머님들이 꽃조차 못 피운 채 사라지셨을까요. 그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ㄷ. 특별한 존재 마리

 

.. 선생님은 내 이름을 여러 번 중얼거렸다. “마리, 마리.”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선생님이 가만히 중얼거리자 내 이름은 점점 더 아름다운 울림으로 퍼져 나갔다. 정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처럼 느껴져 나조차도 눈부실 지경이었다. ‘특별한 존재 마리.’ 태어나서 처음 나는 마리라는 내 이름이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39쪽

 

 ‘점점(漸漸)’은 ‘차츰’으로 고쳐 줍니다. ‘정(正)말로’는 ‘참말로’로 다듬고, “특별(特別)한 의미(意味)”는 “남다른 뜻”으로 다듬습니다. “눈부실 지경(地境)이었다”는 “눈부실 노릇이었다”나 “눈부셨다”로 손봅니다.

 

 ┌ 특별한 존재 마리

 │

 │→ 남다른 이름 마리

 │→ 눈에 띄는 아이 마리

 │→ 돋보이는 마리

 └ …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마리­’라는 아이는 제 이름을 시시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새로 온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남달리 생각하고 입에서 몇 번 굴리며 되뇌이자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혼잣말로 “특별한 존재 마리”라고 말해요. 여기에서 ‘존재’는 아이 ‘이름’을 가리킵니다. 다음으로 마리라는 ‘아이’ 자신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 특별한 이름 마리

 ├ 특별한 아이 마리

 └ 특별한 마리

 

 ‘존재’라는 말을 쓰면 ‘이름’이 특별하다고 느끼는지, ‘아이’를 특별하다고 느끼는지 두루뭉술합니다. 어쩌면 ‘존재’라는 말은 두 가지를 함께 담거나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이에 들어가는 다른 말은 다 덜고 “특별한 마리”라고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이름’도 ‘아이’도 모두 특별한 느낌이 있다고 가리킬 수 있어요. 우리한테는 우리 낱말, 우리 말투, 우리 말느낌, 우리 말씨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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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한자#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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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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