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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 토론회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문제와 영어격차 해소 방안을 위한 토론회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 토론회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문제와 영어격차 해소 방안을 위한 토론회 ⓒ 교육희망 이원영

지난 토요일(11월 29일) 오후 서울 혜화역 부근 한성대학 에듀센터 8층에서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천대회장을 찾았다. 2009년에 새로 선보일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서 분석과 통합교육과정에 대해 발표하는 신은희 교과부 초등교육과정 심의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를 한 신은희 심의위원은 이미 <오마이뉴스>에 3번에 걸쳐 영어수업시수확대 관련 기사(<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방안, 기초연구부터 부실>, <초등 영어 시수 확대 전자공청회, 반대 의견 압도적>, <주5일 수업시대에 초등 영어시간 늘려야 하나>)를 작성했다.

인터뷰는 신 심의위원 발표 후에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12월 2일에 열리는 '영어수업시수 확대를 위한 심의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대책회의가 열려 좀 더 기다려야 했다.

나는 인터뷰를 기다리면서 전교조 참교육실 초등, 중등 국장과 초등교육과정모임 연구원들의 대화를 들으며, 초등영어수업시수 문제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어난 영어 수업을 담당하게 하려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제도는 현재 기간제로 영어교과전담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비화될 조직적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또한 교대협(전국교육대학협의회) 차원에서 1999년 중초교과전담의 전례를 들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초등의 담임중심 체제가 무너지고 교과체제로 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초등교육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교육대학 교수들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오륀지'로 상징되는 '영어몰입교육'을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라는 우회로를 통해 관철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국제중학교 입시와 맞물려 교내 영어 경시대회(입상실적 20점 반영)를 급조하고 있고, 방과후학교 영어반(10점 반영)에 고급 영어학원을 다니던 학생들이 등록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중 입학원서 작성 때문에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해 교내행사를 진행하려는 학교장을 향한 교사들과 학생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고 한다.

조기영어교육의 여파로 초등국어교육이 심각한 부작용을 앓고 있다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에 더하여 초등수학교육에서도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문장제 문제의 내용 파악을 못하는 것이지 수학문제풀이의 내적 기능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포아'(영어포기학생) 문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유아 대머리현상, 지방에서 외국인 선생의 야반도주, 과밀 학급에서 수업하는 것에 대한 외국인 선생들의 불만….

참교육 실천대회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 실천대회 관련 홈페이지 메인 사진.
참교육 실천대회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 실천대회 관련 홈페이지 메인 사진. ⓒ 전교조 서울지부

한편 12월 2일 화요일 오후 2시 교과부에서 열리는 초등 교육과정 심의회는 영어수업시수확대를 심의한다고 한다. 심의에 올려질 안건도 통보하지 않고 심의회 개최를 통지했다고 한다.

"영어수업시수 확대에 반대"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신 위원은 정치적 판단에 의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신 의원은 "2일 심의회에 참석하기 전에 1인 시위라도 할 것"이며 "전교조 위원장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지만 전교조의 조직적인 대응을 본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한 질문과 답변 전문이다.

- 초등 영어과 수업시수 확대 관련 초등학교 교육과정 심의회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요?
"12월 2일 2시 교과부에서 열립니다."

- 선생님이 참여하는 교육과정 심의위원회는 어떤 기구인가요?
"예. 2000년 이후 7차 교육과정 철폐투쟁이 현장에서 일어났지요? 그 뒤로 2004년부터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교육 현장이나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든 자문기구입니다. 임기는 2년이고 현재 2기이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재구성 이야기가 없네요. 전에는 빨리 했는데…."

- 심의회는 초등학교에만 있나요?
"아니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급별 위원회와 총론 심의위원회가 있고, 교과별로도 있어요. 재량, 특별활동, 실업, 특수, 선택과목 등 굉장히 많은데, 초등과 직접 관련 있는 것은 초등과 통합교과(우리들은 1학년,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가 있습니다."

- 교과부에서 받은 심의 안건은 공청회에서 논의된 방안 중 어느 쪽인지요?
"심의안건은 아직 못 받았고, 공청회안건을 대신 보내주었습니다. 전자공청회도 끝났는데 아직 2-2-3-3안인지 3-3-3-3안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공청회 지정 발제자도 이틀 만에 의견을 내라고 했다던데, 심의위원들은 아직 심의안건도 못 받았으니 그 날 잘 이뤄질지 모르겠네요."

- 일각에서는 심의 위원이 교과부에 찬성하는 분들로 구성되어 영어 수업시수 확대로 진행되는 요식행위로 열리는 심의회라고 하던데, 심의회의 권한은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심의 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간 진행과정을 보면 찬성하시는 분도 있지만, 반대의견도 많습니다. 작년 사회심의회는 역사과 심의 문제로 집단사퇴한 일도 있습니다. 지난 보건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해서는 초등 심의위원들이 초등의 통합교육을 고려하지 않고 재량활동 침해는 총론개정사항이라며 거의 반대하였습니다.

요식행위라는 말은 부분적으로 맞는데요. 심의회 안건이 하루 전에 오거나 그 자리에 가서 받는 경우도 있으니 졸속 비판을 받습니다. 심의를 잘 해보려고 해도 상황이 안 따라주는 거죠. 그래도 저 같은 경우 미리 연락하고 계속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질의서를 보내고 의견서까지 미리 써가는 편입니다. 시간이 보통 2시간 정도로 의견을 말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든요.

보통 심의회에서는 안건에 대해 찬반이나 수정동의안 등을 이야기합니다. 심의회가 최종단계인 경우가 많아 찬반결정을 하자는 제안도 많이 나오는데, 교과부는 자문기구라 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 반대합니다."

- 그럼 이번에는 초등 심의회만 열리나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총론 심의회가 아직 연락은 안 왔다지만, 초등, 영어, 총론은 기본으로 할 것으로 봅니다. 지난 보건교육과정 심의할 때에도 급별 심의회에 이어 총론을 2번이나 했거든요."

- 아니 영어 시수 확대라고 그렇게만 연다구요.  지금 교육과정이 수시개정체제라고 해도 총론에 영향을 주는 문제이면 관련심의회만 열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개정기처럼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영어 때문에 다른 교과가 위축될 상황이니 다른 교과들도 심의회를 열어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에 대한 계획은 따로 있다고 하던가요?
"교과부의 계획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심의회를 열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교과목 수와 시수를 다루는 편제표가 교육과정을 바꿀 때마다 핵심 사안이고 각 교과 간에 논쟁이 많은 부분입니다. 그런데 영어만 이렇게 홀로 바꿀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게다가 초등학생 수업 시수나 교과 학습 부담이 늘어나는데다 사회적 논란도 큰 문제인데, 더더욱 총론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선생님의 의견이나 심의위원들 분위기는 어떤지요?
"저는 현재 같은 상황에서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는 반대합니다. 초등학교는 교과목 체제가 아니라 학급담임제이고 통합적인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영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을 토대로 전인교육,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찬성하는 분들도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달라고 하는데, 내년 교원정원이 동결되고 예산도 깎였으니 불가능하죠.

시수확대보다는 97년부터 시작된 초등영어 현황과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모국어가 완성되고 인지 능력이 발달한 중학교 때 배우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국어실력도 너무 많이 떨어졌구요. 사교육비 폭등이나 도농간, 지역간, 빈부 간 영어격차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연구보고서에 이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습니다.

초등학생들이 7교시를 하게 되는 것은 아동발달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고요. 제가 사는 지역의 작은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 시수가 늘며 아이들 영어스트레스만 커지고 지금도 큰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자공청회에서는 80%가 넘게 반대하고, 얼마 전 2만 명이 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반대서명지도 교과부에 전달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중요한 정책에 대해 판단을 할 근거가 없습니다. 국가수준의 연구치고 너무 허술해서 모든 연구가 '아마 ○○할 것이다, 별 문제 없을 것이다'란 주장이 많습니다. 97년에도 연구학교나 변변한 이론도 없이 무작정 초등학교에 영어를 들여놓았다가 아이들에게 L과 R을 구분하게 한다며 설소대 수술을 한 비인간적 사건도 있었습니다. 조기영어 때문에 탈모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유아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정치권이나 교육부에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초등영어시수확대는 기초연구나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른 심의위원님들도 이런 사회적 책임과 영향을 고려하여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봅니다."

- 영어수업시수확대 계획과 국제중학교 입시가 맞물려 학교 교육과정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요?
"아, 좋은 질문이네요. 저도 이것을 심의회에서 제기할 예정인데요. 국제중학교가 초등학교에 있지도 않은 평가항목을 요구해서 6학년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더군요. 현재 초등학교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성취기준에 대해 보통 3~4단계(잘함, 보통, 노력요함)로 절대평가를 합니다.

그런데 제멋대로 매우 탁월한 1%를 찾아내라고 상대평가를 요구했더군요. 그럼 그동안 한 거 다 무효로 하고 6학년 1년을 다시 보내서 평가서를 만들어오라는 것인가? 어떤 학교에서는 수험생 학부모가 무조건 잘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더군요. 앞으로 국제중 입시 때문에 모든 학교들이 여기에 맞춰 교육과정과 평가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영어점수는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교육을 배제하고 공교육에서 영어노출시간이나 입상경력을 써달라고 하니까 학교들이 내년부터는 응시자가 있든 없든 이런 행사를 만들고 영어마을에 다 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제중에 가려는 학생만이 아니라 안 가는 학생들도 이런 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지요.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예산이 영어로 가고 있는데, 학교 예산도 이런 데로 낭비될 것 같습니다. 교과부는 이렇게 국제중 때문에 초등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가게 되는 걸 막을 책임이 있습니다. 국가가 교육과정의 질 관리를 위해 교육과정 평가도 하고 학업성취도 평가도 보고 있잖아요. 심의회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반드시 관리 감독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총론 개정 공청회나 심의회도 거치지 않고 초등영어수업시수 확대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거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저 기우이기를 바라는 심정이란......



#초등영어수업시수#교육과정 심의회#영어몰입교육#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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