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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림천도 물고기 없는 생태하천복원 공사중??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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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천국'인 안양천변의 자전거도로를 타고 검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와, 도림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지점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2급하천인 도림천의 모습은 엉망이었습니다.

 

 

비좁은 도림천변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며 대체 무슨일인가 하고 봤더니, 서울 영등포구가 내년말까지 안양천의 지류인 도림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키로 하고 지난 10월 21일 자연형하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원구간은 전체 14.02Km 중 지하철2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신정교에 이르는 영등포 구간으로 4.04Km라고 합니다.

 

저희 동네에 있는 지방2급하천 공촌천을 인천시와 민관하천살리기추진단, 건설업체가 짜고 '친수공간 조성'을 한답시고 하천정비 공사란 이름 대신 '자연형하천'이란 그럴싸한 명분하에, 2년여 동안 마구잡이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고 삽질을 해댄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도심화로 도림천이 하천으로서 제 기능을 못할 만큼 물이 메말라 버리자, 이번 공사를 통해 펌프로 한강물과 대림역에서 발생하는 지하용수를 끌어와 도림천에 물을 댈 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라 합니다. 이는 마치 하천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콘크리트 수로일뿐인 청계천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한마디로 서울시의 "청계천 따라서" 지역구가 예산을 퍼붓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 몇 년 사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청계천 복원이 성공사례(청계천으로 이명박은 '환경영웅'이란 웃지 못할 타이틀도 받았습니다.)로 언론을 통해 미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이 확산되었습니다. 서울만 해도 도림천뿐만 아니라 홍제천, 성북천, 당현천, 정릉천, 불광천 등이 어느날 갑자기 '자연형하천'이란 이름의 공사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지역구나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시작한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은 생태복원성을 향상시킨다는 원래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를 걷어낸다 했지만 콘크리트 대신 산을 쪼개 파낸 바윗돌을 하천변에 박아놓거나, 하천 주변 토지를 주차장, 자전거도로, 체육시설 등의 도시기반시설로 조성해 놓고 '친수공간'이라 이름 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하천생태계의 자정능력과 본래 모습을 되찾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과도한 공원화와 조경화를 통해 '친환경' '녹색' 가면을 쓴 건설업체들의 밥통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생태하천복원 공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제발 생색내기 전시행정용 공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예산으로 안양천을 끼고 있는 여러 지역구가 합심해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염원들을 차단하거나 정화하는 작업들을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림천#안양천#자전거도로#생태하천#자연형하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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