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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세계 최대 규모의 수용 인원

 

.. 소년 교도소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용 인원이었다 ..  《윌리엄 에이어스/양희승 옮김-법정의 아이들》(미세기,2004) 66쪽

 

 ‘최대(最大)의’처럼 쓰지 않아서 반갑지만, ‘규모의’를 안 썼다면 “세계 최대의 수용 인원”처럼 썼겠구나 싶습니다. ‘수용(收容)’은 “범법자, 포로, 난민, 관객, 물품 따위를 일정한 장소나 시설에 모아 넣음”을 뜻하는 말이랍니다. 이 말을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보기글에서는 ‘들어갈’로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 규모(規模)

 │  (1) 본보기가 될 만한 틀이나 제도

 │   - 윗사랑, 아랫사랑, 행랑채의 규모를 고루 갖춘 것

 │  (2) 사물이나 현상의 크기나 범위

 │   - 규모가 크다 / 천 평 규모의 건물 / 모금 운동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어

 │  (3) 씀씀이의 계획성이나 일정한 한도

 │   - 살림 규모 / 예산 규모 / 며느리는 빡빡한 살림을 규모 있게 꾸려 나갔다

 │

 ├ 세계 최대 규모의 수용 인원이었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었다

 │→ 세계에서 가장 큰 곳이었다

 │→ 세계에서 이보다 큰 곳이 없었다

 │→ 세계에서 이보다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 …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얼마나 큰가를 헤아려 봅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가장 큰 곳”은 아닐 테지만,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숫자’에 따라서 ‘크기가 어떠한가’를 말하기도 하는 만큼, 가장 많은 사람을 넣을 수 있는 그곳을 가리켜 “가장 큰 곳”이라고 해도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가장 큰 곳이라 할 때에는 “이보다 큰 곳이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을 넣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천 평 규모의 건물

 │

 │→ 천 평 크기인 건물 / 크기가 천 평인 건물

 │→ 천 평이 되는 건물 / 천 평이나 되는 건물

 │→ 천 평 넓이 건물 / 넓이가 천 평인 건물

 │→ 천 평짜리 건물

 └ …

 

 ‘크기’를 가리키는 한자말 ‘규모’를 쓰고 싶다면 써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크기는 ‘크기’라는 토박이말로 가리켜도 넉넉함을 헤아려 주면 좋겠습니다. ‘크기’를 뜻하는 ‘규모’를 구태여, ‘테두리’를 나타내는 ‘규모’를 일부러,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눌러 가면서 써야 할 까닭은 따로 없음을 읽어내 주면 고맙겠습니다.

 

 한 마디로 단출하게 “크다”고 하면 될 말입니다. 한 마디로 알뜰하게 “작다”고 하면 될 말입니다. 괜히 “규모가 크다”고 말할 일이, “규모가 작다”고 말할 일이, 또 “규모가 대형이다”나 “규모가 소형이다”고 말할 일이란 없습니다.

 

 ┌ 규모가 크다 → 크기가 크다 / 참 크다 / 크다

 └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어 → 전국으로 넓어져 / 전국으로 퍼져 / 온누리에 퍼져

 

 말을 어떻게 하느냐는 내 삶을 어떻게 꾸리느냐와 이어져 있습니다. 글을 어떻게 쓰느냐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와 잇닿아 있습니다. 삶을 알뜰살뜰 꾸리면서 말을 알뜰살뜰 꾸리게 되고, 삶을 대충대충 꾸리는 동안 말을 대충대충 꾸리게 됩니다. 마음을 넉넉히 다스리면서 글을 넉넉히 펼치게 되고, 마음을 좁살뱅이처럼 다스리는 동안 글을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히게 됩니다.

 

ㄴ. 방대한 규모의 책

 

.. 그들의 희망과 사회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해 설문조사하여 엮은 방대한 규모의 책이다 ..  《최엄윤-이천동, 도시의 옛 고향》(이매진,2007) 127쪽

 

 “그들의 희망(希望)과”는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로 손보고, “사회에 대(對)한 비판(批判) 등(等)에 대(對)해”는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들을”이나 “사회에 하고 싶은 말 들을”로 손봅니다. ‘방대(尨大)한’은 ‘어마어마한’이나 ‘대단한’으로 손질합니다.

 

 ┌ 방대한 규모의 책이다

 │

 │→ 어마어마한 책이다

 │→ 무척 두꺼운 책이다

 │→ 아주 두툼한 책이다

 │→ 쪽수가 장난 아닌 책이다

 └ …

 

 부피가 많으니 ‘두꺼운’ 책입니다. 부피가 적으면 ‘얇은’ 책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알아보고 자료를 모았으면 부피가 많아질 테니, 자연스레 ‘두꺼운’ 책이 됩니다. 그런데 이 두께가 여느 두께로는 견줄 수 없이 두껍다면 “아주 두꺼운” 책이라 하거나 “몹시 두꺼운” 책이라 하면 됩니다. “장난 아니게 두꺼운” 책이라 하거나 “쪽수가 장난 아닌” 책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꾸밈말을 요모조모 달리 넣으면서 “참 두꺼운 책”이나 “퍽 두꺼운 책”이나 “대단히 두꺼운 책”이나 “꽤나 두꺼운 책”으로 적어 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알맞게 쓸 말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으면서 얄궂게 말을 쓰다 보면, 차츰 버릇이 되고 길이 들어서 자기 말씨를 살뜰히 추스르기 어렵게 됩니다. 토씨 ‘-의’를 붙여서 ‘규모의’처럼 쓰는 말버릇을 어떻게 털어내야 좋은가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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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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