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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군중은 ‘검은 악마는 물러가라’, ‘검둥이는 집에 가라’ 등의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를 배회했다 ..  《폴 인그램/홍성녕 옮김-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알마,2008) 129쪽

 

 “중국인 군중(群衆)”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중국사람들은”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등(等)의’는 ‘같은’이나 ‘따위’로 손보고, ‘배회(徘徊)했다’는 ‘다녔다’나 ‘돌아다녔다’나 ‘떠돌았다’로 손봅니다.

 

 ┌ 인종차별적 : x

 ├ 인종차별(人種差別) : 인종적 편견 때문에 특정한 인종에게 사회적, 경제적,

 │    법적 불평등을 강요하는 일

 │

 ├ 인종차별적 구호를

 │→ 인종차별 구호를

 │→ 인종차별을 하는 구호를

 │→ 인종차별을 일삼는 구호를

 └ …

 

인종을 차별하니 ‘인종차별’이고, 인종을 차별하는 말이니 “인종을 차별하는 말”이나 “인종차별 목소리”입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어느 한쪽을 푸대접하거나 따돌리지 않습니다. 꾸밈없이 껴안는 마음이라면 어느 한쪽이 업신받거나 외톨이가 되도록 내버리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함께한다면 어느 한쪽이 동떨어지거나 버림받을 까닭이 없습니다. 믿음을 오순도순 나눈다면 어느 한쪽이 외롭거나 쓸쓸해지지 않습니다.

 

 ┌ 인종적 편견 때문에

 │

 │→ 인종을 치우친 눈으로 보기에

 │→ 사람들을 비뚤어진 눈으로 보기에

 │→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기에

 └ …

 

한 사람을 다른 한 사람과 갈라 놓고 보는 눈을 어릴 적부터 키우고 마는 우리들은, ‘사람 푸대접’과 함께, ‘장애인 푸대접’을 합니다. 장애인 푸대접과 함께 여성 푸대접을 하고, 어린이 푸대접과 늙은이 푸대접도 합니다. 똑같이 나라밖에서 들어온 노동자라 해도, 살결 하얀 사람은 높은대접이고, 살결 검거나 누런 사람은 낮은대접입니다. 대학교 졸업장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졸업장 숫자에 따라서 ‘똑같이 일했어도 받는 일삯’이 달라집니다. 출산가산점은 없어도 군대가산점을 만들면서, 한 나라 사람들이 둘로 나뉘어지게끔 정책이 꾸려집니다.

 

 ┌ 사회적, 경제적, 법적 불평등을 강요하는

 │

 │→ 사회, 경제, 법 모두 푸대접을 받게 하는

 │→ 사회와 경제와 법 어디에서도 푸대접을 받게 하는

 │→ 사회며 경제며 법이며 푸대접을 받게 하는

 └ …

 

푸대접은 일자리 푸대접도 있으나, 배우는 자리에서도 푸대접이 이어집니다. 길을 거닐 때에도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경적을 빵빵빵 울리면서 걷는 사람을 비키라 합니다. 자전거도 걷는 사람을 비키라 합니다. 자전거에 탄 사람조차 걷는 사람한테 딸랑딸랑 울리면서 비키라 합니다. 걷는 사람은 어린이한테 윽박지르며 비키라 하고, 걸음 느린 사람 어깨를 툭툭 치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놀고 싶으나, 길을 비키라 하는 어른 때문에, 또 이 어른이 탄 자동차와 자전거 때문에 놀 수 없습니다. 놀다가 끊깁니다. 놀면 위험하다며 손 붙잡고 말리는 어머님들 때문에라도 못 놀며, 놀지 못하게끔 학원에 넣고 과외를 시키는 아버님들 때문에라도 못 놉니다.

 

 ┌ 사람 푸대접

 ├ 사람 깔보기

 │

 └ 업신여김 / 깔봄 / 얕잡음 / 괴롭힘

 

생각할 자유가 없이 푸대접인 우리들입니다.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옳지 못한 일을 겪은 아픔 때문에 모임을 하고자 하나 경찰 곤봉에 두들겨맞고, 서러움을 털어놓을 권리가 없이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푸대접인 우리들입니다. 헌법에는 집회와 시위를 누리도록 적혀 있으나 경찰권력은 헌법을 올라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꿈꿀 시간과 꿈을 펼칠 자리를 얻지 못하여 푸대접인 우리들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말뿐인 ‘자율’학습과 거짓스런 ‘보충’수업으로 옭아매고 있는 데다가, ‘자율’이자 ‘보충’이라면, 아이들 스스로 하고플 때 해야 할 텐데,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받지 않으면 몽둥이찜질이 돌아옵니다. 더구나 억지 보충수업비를 따로 내야 하기까지 합니다.

 

너무 일찍부터 권리를 밟히니, 나이가 들어도 권리 찾기를 못하고 말까요. 너무 어릴 때부터 권리를 빼앗기니, 머리가 굵어져도 권리를 빼앗긴 줄 못 느낄까요. 너무 오래도록 권리를 잃다 보니, 주먹에 힘이 붙어도 권리를 처음으로 누려 보고자 팔뚝질이라도 할 마음을 못 내고 있을까요.

 

사회와 경제와 법, 여기에 교육과 문화와 삶, 어느 자리에서도 우리는 제 대접이 아닙니다. 사람 대접이 아닙니다. 참 대접이 아니요 좋은 대접이 아니며 살가운 대접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 한 자리에서도 옳은 대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도 옳은 대접을 받게끔 마음을 기울이지 못할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어느 한때라도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우리가 늘 쓰는 글도 마땅한 대접을 누리게끔 힘을 쏟지 못할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그냥저냥 스쳐 보낼 뿐입니다. 대충 팔짱 끼고 구경할 뿐입니다. 푸대접받다 못해 밟히고 눌리고 찢기는 사람들을 못 보는, 아니 안 보는 넋이요 얼이요 매무새요 몸짓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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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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