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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9월과 10월에는 '가뭄'이란 용어가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렸다. 지구상의 생물체는 산소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물 없이 살 수 있는 생물체는 없다. 또한 지구상 최초의 생물체는 약 40억 년 전에 물(바다)에서 태어났다.

 

금년은 특히 남부지방에 가뭄이 심했다. 기상청이 전국 60개 지점에서 관측한 올해 10월 기상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평균기온(15.9℃)은 평년보다 1.7℃ 높아 1973년 이후 최고 3위를 기록하였다. 반면에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32.7mm 로 평년에 비해 57%의 수준을 보였다.

 

9월도 강수량이 부족했다. 9월과 10월의 강수량 합은 95.7mm 로 평년의 46%에 불과했다. 아마 산속의 생물체들은 물을 찾아 헤매었을 것이며 많은 동물들은 땅속에 갇혀있는 물을 찾으려고 발톱이 달토록 땅을 휘저었을 것이다. 창밖의 단풍 또한 금년은 가뭄 때문인지 붉은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으며 많은 잎들이 땅바닥에 힘없이 우수수 떨어져 있다.

 

가뭄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 가뭄은 자연 현상이며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쳐(Nature)>에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태양의 밝기 변화(일사량 변화), 보통과 다른(anomalous) 해수의 순환, 해양 표층수 온도의 급격한 변화, 지표면의 가열, 대기의 온도 상승(온난화), 인간의 영향(인간의 토지 이용 증가, 토양 수분의 변화 및 도시화), 극지방의 빙하 녹음 등 다양하다. 이러한 모든 가뭄을 유발하는 요소는 한마디로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 기후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소빙하기(100~500년 전)와 중세 온난 시기(500~1000년 전)였으며 이때 가뭄 또한 현재보다 빈번히 발생하였다. 소빙하기 때는 빙하의 면적이 현재보다 넓었으며 전 지구 평균온도 또한 현재보다 약 0.5~1℃ 높았다. 중세온난 시기는 소빙하기 때와 반대로 빙하의 면적이 현재보다 적었으며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약 0.5~1℃ 높았다.

 

소빙하기 때와 중세 온난 시기의 가뭄은 20세기의 가뭄에 비해 지속기간이 길었음이 특징이다. 가뭄의 정의는 없지만 고기후의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10~15% 줄어드는 기간이 수 년~수십 년(때에 따라 수백 년) 지속될 때 사회·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으며 심지어 문명의 붕괴를 초래했다.

 

비가 평년보다 적게 오는 기간이 1~2년 지속 된 후 그 다음해에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이 오면 자연의 동 식물은 겨우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수 년~수십 년 지속되면 황량한 먼지만 날리는 사막으로 변한다. 이유는 땅속의 암석과 토양에는 구멍(공극)이 있으며 이 공극 속에 물이 채워져 있다. 육상의 식물들은 공극 속의 물을 뿌리를 통하여 흡수한다.

 

하지만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경우 공극 속의 물은 더욱 더 줄어들게 되고 강수량이 계속 수년간 평년보다 적게 올 경우 나무는 죽게 되고 이로 인하여 생물체도 살지 못하는 황량한 환경이 된다. 강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강수량이 적을 경우 호수나 강 밑바닥의 공극을 채우기 위하여 호수물의 수위가 낮아지며 이가 수년간 지속 될 때 호수와 강은 바닥을 들어내게 된다. 이로 인하여 강물에 의존하던 인간의 삶 또한 아직 강바닥을 드러내지 않은 곳으로 생존을 위하여 이주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강수형태가 바뀌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에 의하면 2000년대가 1970년대에 비해 강수집중 지역(9월과 10월의 강수량 합)이 넓어진 반면 10월의 경우 강수부족 지역이 넓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 한반도 남서쪽의 대부분 지역들은 10월 강수량이 1970년대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중부와 남부 내륙지방은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70% 이하로 줄어들어 가뭄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10월 기온 또한 1970년대 10월에 비해 큰 변화가 일어났다. 1970년에는 평균기온과 평균 최저기온은 남동 내륙지방이, 평균 최고기온은 동해안 내륙지방이 평년보다 높았으나 2000년대에는 한반도의 거의 대부분 지역의 기온(평균, 평균 최고, 평균 최저)이 평년보다 높다. 기온과 강수량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1970년대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지역에서 강수량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의 경우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지역일 경우라도 강수량은 동해안의 일부지역에서 평년보다 많았으나 대부분 지역에서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은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북극의 빙하녹음으로 인한 대기 순환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의 강수현상(가뭄과 홍수)을 강화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이언스>와 <네이쳐>에 출판된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북극의 빙하녹음은 중위도 지역의 대기 순환과 강수형태를 변형시킨다. 또한 온도상승은 전 지구 강수량은 증가시키지만 지리적, 계절적 강수분포에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1970년대와 2000년대의 강수량과 강수형태의 차이를 초래했다고 본다.

 

참고로 금년 우리나라의 9월과 10월의 강수량 합(95.7mm)은 평년의 46%이며, 작년 9월과 10월의 강수량 합(472.1mm)은 평년의 228%였다. 왜 이처럼 작년과 올해의 강수량에 극단적인 현상을 보이는 걸까? 아마 자연은 자연의 갈 길을 변함없이 가고 있을 뿐일 것이다. 강수량에 미치는 요소는 빙하의 부피, 풍향, 풍속, 온도, 생태계, 땅, 대기, 해양 등에 포함된 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변할 것이다. 하지만 빙하의 부피 만으로만 단순화 시켜 본다.

 

작년은 북극의 빙하가 가장 많이 녹은 해였다. 하지만 올해는 <네이쳐>(2008년 9월 호)에 출판된 자료에 의하면 9월 중순까지 북극의 빙하는 작년 여름에 비해 9.4% 많았으며 9월 중순이후 빙하가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는 작년보다 북극에 따뜻한 날이 적었으며 바람의 방향도 작년과 달라 빙하가 많이 녹지 않았다. 즉 습기가 빙하에 갇히면서 강수가 줄어들 수도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의 10월 강수부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덧붙이는 글 | 신임철 기자는 현재 기상청에서 연구관으로 있습니다. 


#가뭄#기후변화#강수량#빙하녹음#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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