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가 온 후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진짜 가을 날씨를 느끼게 한다.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답다.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단풍은 낙엽이 되어 도로를 감싸기 시작한다. 추풍낙엽(秋風落葉)! 그러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어 있을 상황이 아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차가운 가을 바람은 한국뿐 아니라 온 세계의 증시를 낙엽처럼 떨어뜨리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은 바닥에 부딪혀 멈추기라도 하지만 주가는 바닥이 안 보인다.

 

너무 쉽게 무너진 1000P 속 투자전략

 

지난 일주일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241p나 폭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34조원 이상 날아갔다. 코스피지수는 3년 4개월 만에 1000p 아래로 떨어진 것은 물론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아주 쉽게, 너무 쉽게 무너지게 하였다. 유가증권 시장 전체적인 시가총액도 477조로 1000조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지난 금요일은 110.96p(10.57%)가 하락하면서 938.75p로 마감했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잠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던 1000, 950이라는 심리적인 지지선은 없었다. 연초대비 50.52%가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8일 연속 순매도를 보이면서 2776억원의 매도를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매를 요구하는 고객에게 돈을 주어야 하고 환율까지 불안한 한국에 금년 들어 40조원을 매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달까지 매수했던 채권까지 매도하고 있어 불안한 한국을 외면하고 있다. 기관 역시 장 막판 매수세로 전환했지만 환매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확보 때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ELS와 관련된 물량이 나오면서 또 다른 매물벽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해외 언론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반박하면서 한국의 위기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높은 600bp가까이 최근 급상승하는 등 국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러한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등의 변화가 보이기 전까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급의 안정은 외국인들의 매도세 약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외국인의 비중이 작아지기는 했어도 매도가 줄어들고 있는 시그널이나 매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심리도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자 기사에서 "IMF가 재정정책은 양호하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를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말과 함께, 수혜 예상국가로 멕시코·브라질·한국 및 동유럽 국가를 거명했다. 재경부에서 부인했지만 여기에 거론이 되는 것도 가뜩이나 힘든 증시에 또 하나의 짐이 되고 있다.

 

1000p에 대한 기대를 무척 하고 있었던 투자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증권사 객장은 오히려 조용했다. 순식간에 변해버린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다. 지난 한 주 동안의 하락은 그 동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금융위기의 실물전이라는 사실이 다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이유가 없는 가운데 투자심리의 위축에 따른 투매 양상이 주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3분기 경제성장률이 3.9%로 나왔다는 한은의 발표가 있었을 뿐이다.

 

수출이 둔화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등 수출관련 대형주들 마저 하한가나 그와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다. 장 막판 한은이 은행에 이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전 종목이 거의 하한가로 떨어진 증권주들을 비롯해 1000개에 가까운 종목들이 하한가를 맞았다. 어느 한 곳이라도 안정세를 유지한다면 믿는 구석이라도 있겠지만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손실로 연결되는 현실이 투자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주가를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현재의 가치가 각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 비정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알고도 손이 나가지 않을 뿐이다. 증권사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최근에 현재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종목이나 전략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의 수익가치보다는 자산가치에 무게를 둔 시황이나 추천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각 업종 대표주들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나 우량한 중소기업들의 접근은 신중히 고려해 볼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해외 신용경색 지속 징후 곳곳에 보여

 

은행 국유화, 중앙은행의 CP, CD 매입을 통한 자금공급 등 해외 금융시장은 이제 더 내 놓을 대책이 없는 것인지 또 다른 대책을 준비 중에 있는 것인지 잠깐 소강 상태에 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의 달러가 만신창이 경제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는 이상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어서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는 유럽 경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디레버리지(자산의 청산)가 이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달러로 회귀와 그 동안 퍼졌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엔화는 달러에 대해 13년만에 최고로 치솟고 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투자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통으로 돌아오고 있어 이 또한 금융위기의 희생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래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는 헤지펀드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개월 동안 파산한 헤지펀드가 217개, 지난 21일까지 평균 수익률 -17.6%를 기록중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환매에 대응하기 위한 이러한 헤지펀드의 자금이 실물자산에서 빠져 나오고 있어 안전 자산이라고 하는 금값마저도 급락하고 있다. 

 

아직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돈이 돌고 돌아 급한 불은 끄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런던 은행간 리보금리가 최고 6.8%에서 1.21%까지 급락하는 것을 보면 그 동안 서로 믿지 못하면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색국면이 풀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금이 공급되면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유일한 증표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선진국에서 신흥국까지 그 여파가 확대되고 있다. IMF 당시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러시아 등이 구제 금융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이슬란드를 비롯해서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그리고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까지 확대되고 있고 남미의 아르헨티나도 10년 만에 디폴트 재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쓰러져 가던 IMF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이는 체감적으로는 그 당시 상황보다 더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처방전이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안정화 대책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출발점인 미국의 주택시장은 아직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차압건수가 76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나 급증했다고 한다. 이러한 차압건수는 경기침체로 인해 직장을 잃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현재의 대책이 통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근본적인 치유책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지만 주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국내외적으로 전방위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한국시장은 CD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상승추세를 꺾지 않고 있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는 금융기관과 건설사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00P가 쉽게 무너지면서 허탈해 있는 투자자들의 환매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2조원이라는 자금을 공급하게 하였다.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한다. 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고 펀드멘탈이 반영이 안 되는 시장이라 하더라도 세자리 수에 머물기에는 한국의 증시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PBR 0.57배!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고 지난 IMF 때보다 낮은 가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구미가 당기는 수치라고 생각된다.

 

자금을 공급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생각보다는 또 다른 대책과 투자심리의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할 것이다. 공급하는 자금을 외국인들이 빠져 나가는데 도와주는 것에 쓰여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안전하다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그에 맞는 행보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청와대에서 긴급 경제장관회의가 열리는 등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잦은 말 바꾸기와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금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다. 예상외로 0.75%P금리가 인하되었다. 사상 최대폭이다. 기준금리가 5%에서 4.25%로 떨어지게 된다.

 

통화정책이 완화로 돌아섰다는 평가이다. 일단 시장은 그 동안 묶여 있던 돈들이 돌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었다고 반기고 있다. 이외에 추가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코멘트도 나왔다. 

 

늦었지만 유동성 공급이라는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를 위한 대책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국가들의 글로벌 신용 위험이 남아 있어 다른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공조체제가 필요하며 이번의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의 모습을 보인다면 이것을 계기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주도 많은 경제 지표들이 발표된다. 해외에서는 27일 미국의 9월 신규주택판매, 28일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가 발표되고 30일에는 3분기 GDP가 나온다. 29일에는 미 FOMC회의가 열려 금리인하를 결정하게 되는데 0.5%P 인하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에서는 30일 한은이 10월 기업경기실사 조사결과와 9월 국제수지동향이 발표된다. 31일에는 9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다. 특히 금주에는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이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최근 중소기업의 대출과 PF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주목이 된다. 대통령의 시정연설도 예정되어 있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나올지 기대를 하고 있다.

 

시장이 상당히 어렵다. 여기저기서 우울한 소식들이 자주 들려오는 것도 안타깝다. 100년만에 올까 말까하는 위기인지 100년만에 올까 말까하는 기회인지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증시전망#증시#금리인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