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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미완의 것

 

.. 이 점에서 미완의 것은 완성된 것보다 오히려 더욱더 좋은 것을 암시하는 함축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야나기 무네요시/김순희 옮김-다도와 일본의 도>(소화,1996) 188쪽

 

“암시(暗示)하는 함축성(含蓄性)”이란 무엇을 가리킬까 생각해 봅니다. 앞뒷말과 이어, “더욱더 좋은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라든지 “살며시 일러 준다고도 할 수 있다”쯤으로 손보면 어떠할까 싶군요.

 

 ┌ 미완(未完) = 미완성

 │   - 미완인 상태로 마무리를 짓다 / 원고는 아직도 미완인 채로였다

 ├ 미완성(未完成) : 아직 덜 됨

 │   - 미완성의 작품 / 미완성에 그치다 /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

 ├ 미완의 것은

 │→ 아직 덜 된 것은

 │→ 아직 완성이 안 된 것은

 │→ 아직 모자란 것은

 │→ 아직 어리숙한 것은

 │→ 아직 마무리가 안 된 것은

 └ …

 

 완성이 안 되었다면 “완성이 안 된”이라고 하면 됩니다. 이렇게 쓰면 외마디 한자말 ‘未-’뿐 아니라 토씨 ‘-의’가 얄궂게 들러붙을 일이 없습니다.

 

 ┌ 미완인 상태로 → 마무리를 못 지은 채로 / 덜 된 채로 / 끝을 못 맺은 채로

 └ 원고는 아직 미완인 채로 → 글은 아직 덜 쓴 채로 / 글은 아직 마무리가 안 된 채로

 

 그러나 보기글은 “완성이 안 된”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未-’를 붙이고 ‘-의’를 붙입니다. ‘마무리’도 ‘끝’도 ‘끝맺기’도 살피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아쉽다고 느낍니다. 조금이나마 마음을 써 주면 좋았을 텐데 싶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느끼는 사람만 느낄 뿐, 느끼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런 말건넴도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 미완성의 작품 → 아직 덜 된 작품 / 마무리짓지 못한 작품

 ├ 미완성에 그치다 → 덜 된 채로 그치다 / 마무리가 안 된 채로 그치다

 └ 미완성으로 남아 → 덜 된 채로 남아 / 끝을 못 맺은 채로 남아

 

 하나씩 배우는 말이요, 늙어서도 익히는 말이며, 두 눈을 감는 마지막 날까지 새로 추스르는 말입니다. 한결 낫게 쓰는 말을 배우고, 좀더 알차게 쓰는 말을 익히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말을 추스릅니다. 그래서 비록 아직까지는 덜 무르익고, 어설피 보이더라도, 앞으로는 차츰차츰 나아지면서 알뜰살뜰 말과 생각과 삶 모두 넉넉히 보듬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을 꿉니다.

 

 

ㄴ. 미완의 과제

 

.. 오끼나와의 일본 복귀를 통해 오끼나와 해방과 일본 사회의 변혁을 추구한다는 운동의 목표는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셈이다 ..  <아라사끼 모리테루/김경자 옮김-또 하나의 일본, 오끼나와 이야기>(역사비평사,1998) 137쪽

 

 “오끼나와의 일본 복귀(復歸)를 통(通)해”는 “오끼나와를 일본땅으로 돌려놓으면서”나 “오끼나와를 일본땅으로 되찾으면서”로 다듬어 봅니다. “일본 사회의 변혁(變革)을 추구(追求)한다는”은 “일본 사회가 달라지도록 재촉한다는”으로 손보고, “운동의 목표”는 “운동 목표”로 손봅니다.

 

 ┌ 미완의 과제로

 │

 │→ 풀리지 않은 일로

 │→ 풀지 못한 일로

 │→ 끝나지 않은 일로

 │→ 끝맺지 못한 일로

 └ …

 

 마무리짓지 못한 일은 아직 끝내지 못한 일입니다. 끝내지 못한 일은,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한 일, 곧 풀지 못한 일입니다.

 

 어떤 일은 맺지 못하여 끝내지 못하고, 어떤 일은 풀지 못하여 끝내지 못하며, 어떤 일은 이루지 못하여 끝내지 못합니다.

 

 ┌ 앞으로 풀 일

 ├ 먼 뒷날 풀 일

 ├ 이제부터 풀어갈 일

 ├ 뒷사람이 풀어갈 일

 └ …

 

 끝내지 못하니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조금 더 애쓰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끝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애쓴 땀방울을 보람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음에 다시 해 보자고 다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비록 쓰러진다고 해도, 아직은 미처 손을 쓸 수 없다고 해도, 차근차근 곱새기고 곰삭이면서 뒷날을 꿈꾸어 봅니다.

 

 우리들이 이루지 못했어도 우리 뒷사람이 이룰 수 있으니까요. 우리들은 모자라거나 못나게 삶을 꾸렸다고 하지만, 우리들이 애쓰고 힘쓴 자취를 물려주게 된다면, 뒷사람이 이를 이어받아서 슬기로움과 새로움으로 꽃피울 수 있으니까요.

 

 ┌ 뒷사람한테 남겨진 일

 ├ 앞으로 해야 할 일

 ├ 이제부터 이루어 나갈 일

 └ …

 

 그런데 우리 어른들이 얄궂고 뒤틀리고 못나고 모자라고 어설프고 어줍잖은데다가 엉망진창인 말을 조금도 못 고치거나 못 바로잡거나 못 추스른다고 할 때에, 우리 뒷사람들은 어찌 될까요. 앞사람들이 잘못 써서 잘못 뿌리내린 말을 뒷사람들은 어떻게 껴안게 될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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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의#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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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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