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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가 이길까, 칠판 지우개가 이길까?
▲ "제법 긴 랠리에 시선 집중" 슬리퍼가 이길까, 칠판 지우개가 이길까?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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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들어가려고 복도를 걷다 보면 교실에서 '똑-딱-똑-딱' 탁구공 소리가 들린다. 망을 보던 녀석이 신호를 던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교실은 잠잠해진다.

"어라? 이 녀석들 봐라~ 교실에서 먼지 일으키면서 감히 탁구를 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양심이라도 있는 거야?!!"

호통을 치면서 탁구공을 압수한다.

한 달 전 일이다. 일부 학급에서 교실 탁구 열풍이 불어 교사의 금지 명령과 학생의 쾌락 사이에서 신경전이 치열했었다. 내 서랍 속엔 열흘 사이에 탁구공 아홉 개가 들어 있을 정도였다.

사실 교사로서 바라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다. 가로 60cm, 세로 120cm 교탁에서 벌어지는 교실 탁구는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마치 맥가이버처럼 임시 방편으로 교실에 있는 소도구를 이용해 이루어진다.  

'탁구대 = 교탁, 탁구채 = 슬리퍼나 칠판 지우개, 네트 = 출석부 혹은 교과서 두 권,  그리고 탁구공 하나'
이상은 교실 탁구의 기본 구성품이다.

이 교실 탁구가 어디서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슬리퍼나 칠판 지우개를 탁구채로 하여 저마다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교사로서 금지와 허용 사이에서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교탁이 교권을 대리하는 상징물이라고 제법 엄격한 잣대로 규정하다 보면 녀석들의 행위는 개념 없는 철부지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입시 준비에 지친 고교생들이 창의적 발상을 동원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신종 스포츠(?)라고 판단하여 너그럽게 이해할 수도 있다.

결국 학습 방해 및 먼지를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 지금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녀석들의 익살 넘치는 교실 탁구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즐감하시기 바란다.

▲ 단식 경기 슬리퍼 탁구채와 칠판지우개 채의 대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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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식 경기 교실만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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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교실 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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