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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이용규의 〈더 내려놓음〉
책 겉그림이용규의 〈더 내려놓음〉 ⓒ 규장

한국교회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인한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목회자들이 값싼 구원론을 이야기해 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교인들에게 부활의 영광이 아닌 십자가의 고난을 이야기했다면, 자기 채움이 아닌 자기애의 비움을 가르쳐왔다면 결코 그와 같은 일은 자행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사실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흘러나오는 말씀을 들을 때면 성공신화가 주를 이룹니다.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도깨비 방망이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기도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고 설교합니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여 필요할 때면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다는 듯이 기도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용규의 〈더 내려놓음〉은 한국교계의 그런 가르침 자체가 한낮 미신을 섬기는 자들의 삶과 전혀 다를 바 없음을 일깨워 줍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그 분이 몽골국제대학교의 부총장으로 봉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좇아산다는 것이 자기애의 비움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번은 몽골국제대학교 졸업생들 가운데 한국의 대학원에 선발된 두 명의 학생 비자가 기각되어 자신이 나서서 도와주려고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학생들의 비자를 담당하는 우리 측 대사관에게 연락을 해 보니, 학생들이 지닌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데도 한국의 대학원에 선발된 것은 지극히 잘못된 일이라며, 그것을 문제 삼아 학생들의 비자를 기각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릴 겁니다. 그 분도 처음에는 “하나님, 그 대사관 사람을 몽골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주세요. 그 사람이 있으면 학생들 앞길에 지장이 많아요.”라고 기도하면서 대사관 직원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분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판단의 강화였을 뿐 결코 자아가 죽는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분은 자신이 원하는 상황보다는 하나님께서 원하는 상황으로 모든 것을 보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머잖아 그 담당자와도 화해하게 되었고, 자신이 바라던 일들도 순리대로 잘 풀렸다고 합니다.

  

“우울증의 배후에는 극도의 자기애가 숨어 있음을, 자기가 상처받았다고 느끼고 그 상처를 핥고 또 핥으며 자기연민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안 것이다.”(42쪽)

 

이는 그 분의 아내가 겪은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분의 아내는 한 남편의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연구소의 착한 소장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속병을 앓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웃으려고만 애를 쓸 뿐 짜증을 낼 수는 없었고, 그로 인해 3개월 동안의 과정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 앞에 자기 자신의 문제를 비추며 기도하는데 그녀가 우울증에 빠진 근본 원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아가 십자가에 완전히 못 박히지 않았던 이유였다고 합니다. 죽은 송장은 아무리 많은 화살을 맞아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부활의 영광으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십자가의 고난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곤 서서히 그 올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한국 교계 목회자들의 가르침 속에 무엇이 결여돼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크리스천들이 추구해야 할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결코 부활의 영광이 아닌 '십자가의 고난'이요, 송장처럼 자기 자신을 더욱 더 내려 놓는 '자기애의 비움'일 겁니다.


더 내려놓음 -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은혜

이용규 지음, 규장(규장문화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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