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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전국적으로 확대

 

.. 이렇게 시작된 신문잡지종람소는 그 후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1907년 진주에 지방 최초의 신문잡지종람소가 설립된 것을 시발로 같은 해에는 경기도 파주와 평안남도 성천 ..  《채백-신문》(대원사,2003) 52쪽

 

 ‘시작(始作)된’은 ‘처음 생긴’으로 다듬고, “그 후(後)”는 “그 뒤”로 다듬습니다. ‘확대(擴大)되었다’는 ‘넓어졌다’나 ‘퍼졌다’로 손보고, ‘현재(現在)’는 ‘이제’로 손보며, ‘최초(最初)의’는 ‘첫’으로 손봅니다. “설립(設立)된 것을 시발(始發)로”는 “세워지고부터”나 “생기고부터”로 손질해 줍니다.

 

 ┌ 전국적(全國的) : 온 나라에 관계되는

 │   - 전국적 규모의 대회 / 전국적 명성 / 전국적인 행사 /

 │     이 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므로 / 독감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 전국(全國) : 온 나라

 │   - 전국 순회공연 / 이번 여행에서 전국을 다 돌아볼 예정 / 전국으로 중계방송

 │

 ├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 전국으로 넓혀졌다

 │→ 온 나라로 퍼졌다

 │→ 나라 곳곳으로 퍼졌다

 │→ 두루(두루두루) 자리잡았다

 │→ 널리 가지를 쳤다

 └ …

 

 한자말 ‘全國’을 언제부터 쓰게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이 한자말은 ‘온 나라’를 뜻한다고 하는데, 국어사전을 뒤적이면 ‘온나라’는 한 낱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온 누리’ 또한 한 낱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어쩌면 예전에는 ‘온 나라’와 ‘온 누리’만 말해 오다가, 일제강점기 즈음 해서 일본사람 손을 거쳐서 ‘全國’이라는 낱말이 우리 삶터에도 스며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문으로 글을 쓰던 옛사람이 아닌 여느 사람들은, “온 나라에 잘 알려져 있는뎁쇼”나 “온 누리가 다 아는 일인뎁쇼”처럼 말하지 않았으랴 생각해 봅니다.

 

 ┌ 전국적 규모의 대회 → 전국에서 모이는 대회 / 온 나라에서 모이는 대회

 ├ 전국적 명성 → 전국에 떨치는 이름 / 온 나라에 알려진 이름

 ├ 이 풀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므로 → 이 풀은 온 나라에 자라므로

 └ 전국적으로 퍼지고 → 전국으로 퍼지고 / 나라 구석구석에 퍼지고

 

 그러나, 제아무리 밑뿌리가 얄궂은 낱말이라 하더라도,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두루 쓰는 낱말을 함부로 털어내거나 쓰지 말자고 하기란 어렵습니다. 가만히 보면, 낱말 하나하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문제입니다. 일제식민지 부역이나 독재정권 부역을 했던 사람들이 버젓이 판치고 있어도 나무라거나 끌어내려 꾸짖지 못하거나 않은 우리들입니다. 정치든 생각이든 삶이든 올바른 길로 걸어가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이들이 마치 우리한테 큰돈을 벌게 해 줄 듯한 어설픈 믿음으로 표를 주어 국회의원으로 뽑고 대통령으로 뽑고 합니다.

 

 바른 길이 있어도 돈이 안 된다고 하면 안 걸어가는 오늘날 우리들입니다. 아름다운 길이 있어도 이름값을 얻을 수 없다면 손사래를 치는 오늘날 우리들입니다. 훌륭한 길이 있어도 자기한테 물질로 도움이 되어야만 비로소 못마땅한 얼굴로 걸어가 주는 오늘날 우리들입니다.

 

 스스로 참된 길을 찾아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입에 밴 잘못된 말씨를 털어내기란 힘든 노릇입니다. 스스로 곧은 길을 살피며 힘차게 걸어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릴 때부터 몸에 익은 뒤틀린 말투를 씻어내기란 벅찬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떤 길을 어떤 마음과 매무새로 걷고 있는지요.

 

 

ㄴ.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가장 대표적인 동요이다 ..  《김소운-한국의 구전 동ㆍ민요》(중앙일보,1981) 19쪽

 

 ‘보편화(普遍化)된’은 ‘널리 퍼진’을 가리킵니다. ‘대표적(代表的)’이란 ‘대표가 되는’을 가리킬 텐데, ‘손꼽을 만한’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

 │→ 전국에 고루 퍼진

 │→ 전국 어디서나 두루 들을 수 있는

 │→ 온 나라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 …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어떤 말을 골라서 하느냐에 따라서, 듣는 쪽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집니다. 느낌도 달라지고 앎도 달라집니다. 생각이나 마음 또한 많이 달라지겠지요.

 

 좀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쓰느냐, 몇 번씩 머리를 쓰고 고개를 갸우뚱해야 하는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깨끗하고 살갑다고 느끼는 말을 쓰느냐, 어떤 권위나 무게로 내리누르는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말투와 문화에 잘 들어맞고 어울리는 말을 쓰느냐, 바깥 말투에 길들거나 찌든 말투를 쓰느냐에 따라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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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的#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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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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