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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적으로 평화라는 말은 무성한데 현실적으로 평화의 삶은 있지 않습니다 ..  <도법-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 (불광출판사,2008) 81쪽

 

'일상적(日常的)으로'는 '으레'나 '어디서나'로 다듬고, '무성(茂盛)한데'는 '넘치는데'로 다듬습니다. '현실적(現實的)으로'는 ‘현실에서는'이나 ‘우리 둘레에서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평화(平和)

 │  (1) 평온하고 화목함

 │   -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다 / 항상 평화가 깃들고 행복이 피어오른다

 │  (2)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   -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다 / 평화를 지키다 /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다

 ├ 평온(平穩) : 조용하고 평안함

 │   - 평온을 유지하다 / 평온을 회복하다

 ├ 평안(平安) : 걱정이나 탈이 없음

 │   - 그 사건으로 인하여 나는 마음의 평안을 잃게 되었다

 │

 ├ 평화의 삶은

 │→ 평화로운 삶은

 │→ 평화가 넘치는 삶은

 │→ 평화가 깃든 삶은

 │→ 평화는

 └ …

 

한자말 '평화'를 쓰면서, 이 낱말이 한자말임을 느끼지 않습니다. 평화는 그냥 '평화'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평화 + 의' 말투를 한 번 보게 되면서, 국어사전에서는 이 낱말을 어떻게 풀이해 놓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펼쳐 봅니다.

 

말뜻을 찬찬히 헤아립니다. '평화'는 '평온'을 뜻하는 낱말이라고 합니다. '평온'을 찾아보니, 이 낱말은 '평안'을 뜻한다고 나옵니다. 다시 '평안'을 찾아보니, 이 낱말은 '걱정없음'을 가리킨다고 나옵니다.

 

 ― 평화 → 평온 → 평안 → 걱정없음

 

그동안 낱말뜻을 꼼꼼히 헤아리지 않으면서 말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평화를 바란다'고 할 때에는, '걱정없이 꾸리는 삶'을 바라는 셈이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걱정없음'이란, 마음이 조마조마하거나 떨리거나 두렵거나 힘들거나 고단하거나 안타까울 일이 없을 때입니다. 그러니, '걱정없는' 삶은 '평안'한 삶이고 '평온'한 삶이며 '평화'로운 삶과 이어집니다. 한동아리입니다.

 

걱정이 없으면 느긋하고, 걱정을 떨치면 홀가분합니다. 걱정이 없으니 한갓지고, 걱정을 떨치니 가볍습니다. 걱정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걱정을 이겨내니 즐겁고 기쁘고 넉넉합니다.

 

 ┌ 걱정없는 삶

 ├ 느긋한 삶

 ├ 즐거운 삶

 ├ 가벼운 삶

 └ …

 

때와 자리에 따라서 '평화'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전쟁과 맞서는 낱말로 씁니다. 폭력으로 우리를 짓누르는 독재정권과 맞설 때에도 쓰는 '평화'입니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며 끝없는 물질문명으로 치닫는 사회와 맞설 때에도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한자말 '평화'는 한자말임을 느끼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두루 쓰고, 또 두루 쓰일 값이 있습니다. 다만, 때때로 말뜻을 곰곰이 짚어 나가면서 '평화' 아닌 '걱정없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평화'가 아니더라도 '느긋함'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화'가 아니더라도 '고요함'이나 '조용함'을 누릴 수 있고, '평화'가 없어도 '가볍'거나 '홀가분한' 우리 모습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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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의#우리말#우리 말#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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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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