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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YMCA가 함께하는 '라온아띠(함께하는 즐거운 친구!)' 태국 해외봉사단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환경과 에너지 보존 및 지속가능한 사회'에 대한 고민과 활동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을 여러분과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 - 기자 주

 

Snkhanpaeng YMCA(그동안 활동을 하면 잠시 머물렀던 곳)를 떠나야 하는 아침이 밝았다.

 

6시.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피곤하지만 아직 제대한 지 4달 밖에 안되서 인지 눈을 뜨는 시간은 여전히 동일하다.

 

 Wanglieng school의 전경, 겉으로 보기엔 운치있지만 교실안의 시설이나 환경은 낙후된게 사실이다.
Wanglieng school의 전경, 겉으로 보기엔 운치있지만 교실안의 시설이나 환경은 낙후된게 사실이다. ⓒ 고두환
프레지역의 Wanglieng school로 들어가는 첫 날. 우리는 5일을 그 학교에서 머물러야 하며, 생각보다 시설이 좋지 않고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우리 팀원들은 몸도 정신도 이미 충분히 강하기에.

 

3시간의 이동이 시작된다. 대부분 신나게 떠들고 노래부르다가 이내 지쳐서 잠이 든다. 태국에 온 지 2주가 다 돼가지만 열대지방에 적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팀원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대다수 피곤함을 느낀다.

 

이런 팀원들의 상태가 걱정됐는지 요가 한마디 한다. "no camp, no travel, this is reality!" 오랜 시간 동안 머릿 속에 머무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 역시 경험 많은 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행복하다.

 

 쉬는 시간, 학생들이 식당에 모여 있는 모습. 대부분 아이들의 옷과 양말은 헤졌지만 웃는 미소만은 더없이 맑다.
쉬는 시간, 학생들이 식당에 모여 있는 모습. 대부분 아이들의 옷과 양말은 헤졌지만 웃는 미소만은 더없이 맑다. ⓒ 고두환
2시쯤 됐을까? 드디어 Wanglieng school에 도착했다. 쏨싹 교장선생님과 13명의 선생님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프레에 위치한 Wanglieng school, 전교생이 200여명이 조금 넘고 걷거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통해서 이동하는 아이들, 혼혈이 많고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소리만 들으면 걱정을 한다. '그들에겐 그늘이 지지 않았을까?', '그들의 삶에 우리가 큰 도움을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등의. 하지만 가난하다고, 조금은 다르다고 그들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지극히 우리 관점의 편견이다. 그들은 외국인조차 처음보는 아주 깊은 시골에서 살아가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시원한 물 한잔 먼저 건넬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 수업은 막바지였다. 외국인이 와서 기웃거리기 시작하는데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이쯤되면 선생님들은 짜증낼 법도 한데 오히려 대환영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항상 긍정적이고 항상 즐기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피페(치앙마이 YMCA의 매니져)의 손이 분주해진다. 우리와 함께 저녁을 한 후 치앙라이로 이동하여 회의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사실 Wanglieng school도 치앙마이 YMCA에서 처음 진출한 지역으로 우리가 첫 봉사자! 태국은 이런 봉사활동의 경우에도 지방 정부가 긴밀한 협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5개월간의 우리 활동으로 치앙마이 YMCA의 모든 인력이 우리에게 맞추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감사하고도 미안한 일이다.

 

 낡은 시설에 비해 넓은 부지와 천혜의 자연환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에겐 좋은 시설과 교육 여건 대신 다른 부분의 어떤 조건들이 그들의 삶을 훌륭하게 채워줄거라 생각됐다.
낡은 시설에 비해 넓은 부지와 천혜의 자연환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에겐 좋은 시설과 교육 여건 대신 다른 부분의 어떤 조건들이 그들의 삶을 훌륭하게 채워줄거라 생각됐다. ⓒ 고두환

떠나는 피페, 피메, 피푸('피'는 태국에서 나이 많은 이에게 붙이는 호칭). 4일 후면 Snkhanpaeng YMCA에서 다시 만날 인연인데 뭐가 이리 아쉬운지. 아이들이 손을 놓지 않는다. 짧은 한국말을 건네면서 우리를 위해 김치를 담그는 피페 모습에서 어머니의 정이라도 느끼는 듯 오랫동안 손을 놓지 않는 팀원들. 국경을 떠나, 피부색을 떠나, 정이라는 건 무서운 거다.

 

어느새 저녁놀이 지나고 어두침침한 밤이 되었다. 요와 뚠(치앙마이 YMCA 스텝, 우리와 함께 일정을 소화한다)과 짧은 영어를 유창한 듯 구사하고 있는데, 요의 손가락이 밤하늘을 가리킨다. 검은 천막에 수많은 구멍이 뚫린 듯이 사방에서 반짝거리는 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태국이 내 가슴에 자연스레 물들 듯, 하늘을 수놓은 별이 자연스레 내 가슴을 물들인다.

 

그렇게 프레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씻는 곳이 마땅치 않아 고생하고, 너무 더운 날씨에 다들 기진맥진하지만 눈물나게 빛나는 하늘, 먼지 하나 없는 공기, 항상 웃으면서 합장하고 인사하는 아이들.

 

난 이곳에 서있다. 프레!

덧붙이는 글 | 위 일정은 9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된 라온아띠 태국팀의 일정이며, 그동안 인터넷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라온아띠#YMCA#KB#치앙마이#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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