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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9월 25일 저녁 7시 ‘2008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제6강을 개최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올바른 사회읽기’의 주제들 중 이날은 ‘성찰의 샘, 문화에 발 담그기’라는 주제로 문화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강사로 나선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비가 오는 날씨에 조금 늦게 강의장에 도착했다. 그는 진행자에게 통상적인 강사소개 및 인사말을 생략하자며, 곧바로 참가자들을 향해 그의 풍부한 문화적 체험들과 성찰의 물꼬를 틔웠다.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먼저 서구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문화적 충격과 물밀 듯 밀려왔던 여러 가지 감동들을 소개했다. 해외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접해 보았음직한 문화유적들에 대한 그의 범상치 않은 안목과 통찰은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동경에 젖어 들만 할 즈음, 그는 하나의 도전을 제시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05년 문화·인문 올림피아드에서 주빈국을 맡게 된 한국의 문화적 위상에서 큰 슬픔을 느꼈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바로 한국은 유럽인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빈 종이’와 같았다는 것.

그는 철학자 칸트의 정의를 빌려 취미판단이라는 개념으로 이러한 도전을 풀어나가고자 했다. 칸트에 의하면 취미란 ‘어떤 대상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우리 마음의 능력’인데, 우리의 취미판단의 척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는 서구 중심의 근현대사를 살아왔고, 학교에 다닐 때부터 서구 유럽의 문화는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한국의 문화는 어딘가 엉성하고, 작다는 콤플렉스를 형성해 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취미판단의 척도는 서구의 것에 맞추어져 있으니, 한국 문화의 놀라운 경쟁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취미판단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취미’(심미안)을 가지고 우리가 흔히 보고 겪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술어(형용사)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불어 넣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한국적인 취미판단의 술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의 경복궁과 중국의 자금성의 문화적 편린들을 사진을 통해 비교해 보고, 더불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접할 수 있는 사찰, 정원, 선현들의 집, 시골의 풍경, 그림, 옷과 음식, 국악 등의 예를 통해 한국적 아름다움의 술어들을 캐내었다.

마지막으로 강사는 한국적 취미판단의 술어들을 △웅장함을 과시하지 않는 소박함 △인간의 몸이 견딜 만한 크기를 모듈로 하는 친(親)신체적 스케일 △응축적이며 밀도가 높음 △자아를 줄임으로써 세계를 넓게 경험하려는 경향 △매끈함, 청명함 보다는 까끌까끌함, 바삭바삭함을 좋아함 △화려한 장식을 절제하는 담백함, 광택 없는 색채 △자연을 인공적인 것 내부로 초대함 △가능한한 비우고, 외부로 틔어 놓음 등으로 정리했다. 더불어 근대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에 우리의 ‘오래된 미래’로부터 추출된 아름다움의 술어들을 문명사적 대안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리들부터 ‘한국취미’의 술어들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화 할 때 이른바 하나의 ‘세계적인 사투리’로서의 한국의 문화와 예술이 다시 태어날 것임을 당부했다.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 일정
1. 입학식 - 인문학적 성찰, 삶, 그리고 사회의 희망
2. 제2강(8월28일) - 나와 이 세대와의 대화
                          (김정남, 전 청와대교육문화사회 수석비서관)
3. 제3강(9월4일) - 우리는 어떻게 다스려 왔는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4. 제4강(9월11일) - 이제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
5. 제5강(9월18일)-보편의 눈으로 바깥세상을 읽다
                           (이삼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6. 제6강(9월25일)- 성찰의 샘, 문화에 발담그기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7. 제7강(10월2일) - 보는 만큼, 알게 된다
                           (박인규, 프레시안 발행인)
8. 제8강(10월9일)- 과학기술은인류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임경순, 포항공과대 교수)
9. 제9강(10월16일) - 지속가능한 삶으로의 초대
                           (최열,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10. 졸업여행 -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듯 ...



#민주시민교육#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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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법인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료 수집과 관리, 민주주의 교육과 학술연구 사업을 추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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