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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 물론 그 영역을 한 마리의 여우가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회색곰 왑의 삶》(지호,2002) 212쪽

 

 ‘물론(勿論)’은 ‘말할 나위 없이’나 ‘그러니까’로 손보고, ‘영역(領域)’은 ‘자리’로 손봅니다. “한 마리의 여우”는 “여우 한 마리”로 고치고, “소유(所有)하는 것은 아니다”는 “다스리지는 않는다”로 고쳐 줍니다.

 

 ┌ 배타적(排他的) : 남을 배척하는

 │  - 배타적 성격 / 배타적 민족주의 / 배타적 이기주의 / 배타적 감정 /

 │    배타적 국수주의 / 배타적인 태도 / 배타적인 기질 / 배타적인 관계 /

 │    그의 태도는 너무 배타적이다 / 정권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음모

 ├ 배타(排他) : 남을 배척함

 ├ 배척(排斥) : 따돌리거나 거부하여 밀어 내침

 │

 ├ 한 마리의 여우가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 여우 한 마리가 다른 여우를 밀어내고 다스리지는 않는다

 │→ 여우 한 마리만이 다스리지는 않는다

 │→ 여우 한 마리만 외따로 다스리지는 않는다

 └ …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부나 언론에서 “배타적 경제구역”이나 “배타적 영유권”이라는 말을 곧잘 쓰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는 말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없다고 느끼는지, 상자나 덧말을 달아서 풀이를 해 줍니다. 이를테면,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구역’이라고 하면서.

 

 ┌ 배타적 성격 → 꽉 막힌 성격 / 남을 내치는 매무새

 ├ 배타적 민족주의 → 꽉 막힌 민족주의

 └ 배타적 감정 → 남을 멀리하는 마음 / 다른 이를 꺼리는 마음

 

 국어사전을 뒤적여 봅니다. ‘배타’는 ‘배척’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배척’은 ‘꺼리’거나 ‘밀’거나 ‘내치’는 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곧 ‘배타’란, 남을 받아들이지 않는 매무새입니다. 남을 싫어하는 매무새입니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는 듣지 않거나 남들이 하는 일은 손사래를 친다는 매무새입니다.

 

 이런 모습으로 민족주의가 이루어진다면 ‘닫힌’ 민족주의입니다. 남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닫힌’ 마음이에요. ‘꽉 막힌’ 마음이며 ‘꽁꽁 얼어붙은’ 마음입니다.

 

 ┌ 그의 태도는 너무 배타적이다

 │→ 그는 너무 자기만 생각한다

 │→ 그는 너무 남을 멀리한다

 │→ 그는 너무 자기 울타리에 갇혀 있다

 │

 ├ 정권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음모

 │→ 정권을 홀로 차지하려는 꿍꿍이

 │→ 정권을 혼자서 움켜쥐려는 속셈

 └ …

 

 이웃은 헤아리지 않는 마음은 자기 하나만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이웃을 헤아리지 못하는 삶은 자기 한 사람 울타리에 머무는 삶입니다. 무엇이든 혼자 한다고, 무엇이든 혼자 차지한다고, 무엇이든 혼자 가지겠다고, 무엇이든 혼자 휘두르겠다고 하는 몸짓입니다.

 

 

ㄴ. 배타적인 특정한 개인들

 

..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축적된 거대한 부가 모두가 아닌 배타적인 특정한 개인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  《레프 톨스토이/조윤정 옮김-국가는 폭력이다》(달팽이,2008) 35쪽

 

 “노동자들의 노동(勞動)으로 축적(蓄積)된”은 “노동자들이 일해서 얻은”이나 “사람들이 일해서 쌓인”으로 다듬습니다. “거대(巨大)한 부(富)”는 “엄청난 돈”으로 손보고, “개인(個人)들의 손아귀에”는 “사람들 손아귀에”로 손봅니다.

 

 ┌ 배타적인 특정한 개인들의 손아귀에

 │

 │→ 몇몇 사람들 손아귀에

 │→ 몇몇 손아귀에

 │→ 몇몇 사람들한테

 └ …

 

 보기글에 쓰인 ‘배타적인 특정한 개인’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헤아려 봅니다. 말풀이를 따르자면, “남을 배척하는 특별히 지정한 개인”입니다. ‘남을 배척하는 따로 지정한 사람’이 ‘수많은 사람들이 일해서 이룬 돈’을 제 손아귀에 움켜쥔다는 소리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일해서 이룬 보람이 몇 안 되는 사람 손아귀에 들어간다

 ├ 수많은 사람들 땀방울이 몇몇 사람 손아귀에 들어간다

 ├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땀방울이 고작 몇 사람 손아귀에 들어간다

 └ …

 

 그러니까, ‘땀흘린 사람 따로 돈 챙기는 사람 따로’라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일한 사람은 많으나, 일하지 않고 돈을 챙기는 사람 몇몇이 있다는 이야기일 테고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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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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