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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관광을 했으니 이제는 칭다오에 있는 관광 명소를 둘러볼 차례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기 전에 일단 이동 수단을 결정해야겠지.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이다. 목적지만 말하면 알아서 간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장점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그런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한 데다가 중국어도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바가지를 쓸 위험성이 크다. 그건 칭다오에서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관광지에 자주 안 가 본 교민 역시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거리도 계속해서 지리를 잘 몰라 귀찮은 마음에 택시를 자꾸 타다 보면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그보다는 기사가 딸린 차를 하루 빌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차 종류와 시간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7인 이하일 경우 최저 300원에서 최고 800원까지이니 여러 명이 여행을 왔을 경우에는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중이니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참고로 차를 빌릴 생각이라면 아래 적은 사이트에 가서 조언을 얻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http://cafe.daum.net/qingdao77, /cafe.daum.net/qingdaokorean).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이동 수단은 버스와 튼튼한 두 다리를 번갈아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칭다오 여행 2일째를 맞아 내가 꼭 사용하려고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교 졸업 후 몇 년 만에 시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사실 조금 두려움이 앞섰다.

대학생 때처럼 한 시간이 걸리거나 두 시간이 걸려도 일단 목적지를 정하면 무작정 걸을 수 있는 그런 용기와 체력이 남아 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처음 시도하는 것이므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시내 여행 때처럼 자세히 길 안내를 해주지 못하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버스 정류장 안내판 대부분 노선도가 있으므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중국어를 몰라도 모양은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 버스 정류장 안내판 대부분 노선도가 있으므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중국어를 몰라도 모양은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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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이번 여행만큼은 나 자신을 찾기 위해 하는 것이니 만큼 많이 걷고 싶었기에 과감히 버스와 도보를 병행한 여행법을 택하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것은 칭다오 외곽 지역에 살기에 일단 칭다오 시내까지 나간 후 시내에서 8번 버스로 갈아탔다. 8번 버스 외에도 301, 305, 320, 25, 223번 버스 등 가는 버스가 많은데,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타더라도 버스 정류장 옆 안내판에 노선도가 나와 있으므로 栈桥(쟌치아오/잔교)라고 쓰인 글자가 있으면 타면 된다.

8번 버스에서 내리자 기념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보였다. 기념품들이 아니라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아기자기한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버스에 내려서 쟌치아오를 향해 가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기념품 가게들 구경이 끝나니 바다가 보였다.

기념품보다 가게가 더 아기자기하다. 기념품보다 저 가게를 더 사고 싶다.
▲ 기념품보다 가게가 더 아기자기하다. 기념품보다 저 가게를 더 사고 싶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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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마음에 빨리 바다가 보이는 길 쪽으로 건너가려 했으나 차단막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지하도가 있는 것 같았지만, 어째 내려갔다가 올라가려니 귀찮은 마음이 들어 그냥 좀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로 차단막이 길게 설치되어 있어 한참을 돌아가서야 쟌치아오로 가는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정도 고생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것이 고생의 시작이 되리라고는 그 때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돌아 돌아 쟌치아오가 보이는 길의 입구까지 들어섰다. 저 멀리 바다 가운데를 가르고 있는 쟌치아오의 풍경을 보니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바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에 취한 것도 잠시 쟌치아오 끝에 있는 정자 건물에 도달하고자 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해보면 꼭 거기에 가야만 쟌치아오를 봤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곳까지 갔다 오지 않으면 여행을 하다 만 기분이 들 것 같아 그 곳을 향해 돌진했다.

쟌치아오 쟌치아오(잔교)의 마지막 부분
▲ 쟌치아오 쟌치아오(잔교)의 마지막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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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진하는 도중에 여기저기서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과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사인들이 눈에 띄었다.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거나 사진을 찍어봐야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념품을 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그런 쓸데 없는 데 돈을 낭비할까 하며 그런 이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얼굴이 무척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여행이란 건 원래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허나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아 가슴이 턱턱 막히는 기분으로 이 곳 저 곳을 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이 여행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팔고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상인들을 보는 일이야 흔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나 보다. 다른 이들은 그런 상인들과 대화하면서 저렇게 즐거움을 선물 받는데 말이다.

사진 찍어주는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시던데, 관광지라 그런지 굳이 돈을 내고 저렇게 찍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사진 찍어주는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시던데, 관광지라 그런지 굳이 돈을 내고 저렇게 찍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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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쟌치아오 끝 부분에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데 입장료가 4원이란다. 안에 해양 박물관이 있다는 것. 규모로 보았을 때 해양 박물관이 들어설 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왕 왔으니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아니겠는가. 작은 수족관에 물고기 몇 마리 담아 놓은 곳이라 해도 들어가서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안에는 살아 있는 해양 생물이 단 한 종류도 없었다. 모두 다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저절로 쓴 웃음이 지어졌다. 뭐, 그래도 2층에 올라가면 탁 트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위안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비뚤어져서인지 창문에 가려 보이는 바다는 이곳에 들어온 것을 결국 후회하게 만들었다.

해양 박물관 적어도 살아 있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모형이었다.
▲ 해양 박물관 적어도 살아 있는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모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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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다시 빠른 걸음으로 쟌치아오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여럿이서 여행을 왔고, 또 즐거운 모습이 역력한데 혼자서 온 데다가 슬픈 마음 가득한 나인지라 그 곳에 오래 있기가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쟌치아로를 빠져나오는데 지도 파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나름대로 여행 준비를 하고 온 터였지만, 그래도 지도가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거금 8원을 주고 칭다오 안내 지도를 샀다. 안내 지도에는 관광 명소들이 표시되어 있어 머리 속에 대략 가야 할 곳들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달콤한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어디서 났는가 하고 봤더니 지하도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이었다. 입 안 가득히 군침이 돌았지만 먹지 않고 참았다. 손이 끈적거리는 등 먹고 나서 귀찮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좋아하는 오징어인지라 아까 전에 다시 올라가기 귀찮아 내려가지 않았던 지하도로 이미 몸이 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다 결국은 귀찮은 것이 싫어 사 먹지 않기로 했다.

지하도 왼쪽 빨간 글씨가 보이는 곳이 오징어를 파는 곳이다.
▲ 지하도 왼쪽 빨간 글씨가 보이는 곳이 오징어를 파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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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왕 내려온 김에 지하도 안에 상가들이 있다는 데 구경도 할 겸 내려가보기로 했다. 안은 의외로 상당히 한산했다. 상가 위쪽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묘한 일이었다. 지하 상가 구경을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높은 계단이 나를 가로 막았다. 이 높은 계단 올라가기가 싫어 아까 전에 일부러 지하도를 이용하지 않았던 것인데, 막상 한 번 지하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고 나니 아까 전에 그리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미워졌다. 지상으로 가는 것보다 지하도로 건너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했기 때문이었다.

지하도에서 나오니 상가들이 줄을 지어보였다. 똑같이 물건을 파는 곳인데도 시내 상가들을 바라볼 때와는 무언가 다른 미묘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때문이었을까. 아차, 그러고 보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일단 지도를 펴보았다. 지도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성당이었다. 우리나라에서야 교회, 성당 등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그럴 기회가 흔치 않다. 때문에 칭다오에 있는 성당을 꼭 한 번 구경해보고 싶었다.

뭘까? 가게 이름이 뭐, 무엇 식당이다.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 뭘까? 가게 이름이 뭐, 무엇 식당이다.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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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 보니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앞으로 쭉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찾기도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묘한 문구가 잠시 두 눈을 사로잡았다. 물음표와 함께 ‘什么餐馆'이라는 중국어가 쓰여 있었다. ’什么‘는 중국어로 ’뭐, 무엇‘이라는 뜻인데 그렇게 써 놓으니 더 궁금했다.

결국 그 표지판을 따라 그 가게까지 가보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리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허나 가게 이름을 이렇게 지어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고 결국 찾아가게 만드는 그 아이디어만큼은 정말 독특했다.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길까지 귀찮은 게 싫어 좋아하는 오징어도 안 먹은 나를 끌고 간 것을 보면 역시 칭찬해주고 싶다.

잠시 그 가게 간판을 감상하고 다시 성당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도상에는 맥도날드 옆에 성당이 표시되어 있었다. 저 앞으로 맥도날드가 보인다. 그렇다면 거의 다 왔다는 얘기다. 맥도날드 오른쪽을 보니 저 위로 성당 느낌이 드는 건물이 보인다. 바로 저기구나! 성당을 향해 뛰어올라가려고 하는데 또 다시 재미있는 광경이 나를 붙잡았다.

성당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음식점들 중간에 순대를 파는 곳이 있어 먹으려 했으나, 가게 주인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탓에 먹지 못했다.
▲ 성당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음식점들 중간에 순대를 파는 곳이 있어 먹으려 했으나, 가게 주인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탓에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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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青岛旅游风景街'라는 간판이었다. 그 간판 뒤로 보니 아까 본 기념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처럼 음식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층층이 줄지어 있었다. 제법 예뻐 보였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보니 순대와 떡볶이가 보였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이것만큼은 먹고 가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 가게 주인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먹고 싶긴 했지만 가게 주인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금 위로 올라가니 드디어 성당이 보였다. 성당 앞 마당에서는 한 커플이 한창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 촬영을 하고 있는 이들 외에는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평일이라고 하지만 아까 쟌치아오에서 보니 투어로 관광을 온 여행객들이 많던데 이곳에는 한 팀도 오지 않았단 말인가?

성당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현재 내부 공사중
▲ 성당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현재 내부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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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사람이 적다면 구경을 하기가 편하니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일단 성당 사진을 찍고 성당으로 들어가려는 입구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성당 입구 문이 굳게 닫혀 있고 문 앞에 하얀 팻말이 걸려 있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설마 내부 수리중은 아니겠지. 성당 입구까지 가까이 가 하얀 팻말에 쓰인 말을 보니 설마가 맞았다.

‘내부 수리 중’

그럴 리는 없으나 혹시라도 저녁에는 개방될까 싶어 옆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에 슬쩍 물어보았다.

“아저씨 여기 언제 다시 개방해요?”
“아마 한두 달쯤은 더 걸리지 싶은데.”

이럴 수가. 성당 내부도 꼭 보고 싶었는데 헛걸음 한 셈이 되었다. 그리고 그 헛걸음이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 가뜩이나 지치고 슬픈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성당은 내부 수리중 내부를 다시 장식하는 중이라 성당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 성당은 내부 수리중 내부를 다시 장식하는 중이라 성당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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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 계속-


#칭다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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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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