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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했나 봅니다. 중요한 시간에 공중파 2개 채널이 동시에 중계를 했다는군요. 일종의 전파낭비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실 보기가 싫어서 다른 공중파에서 하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다가 화병날까 걱정돼 안 봤습니다.

 

강만수 장관에 대한 철통같은 신뢰

 

그동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가지 면에서 경질 여론이 높았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부적절한 발언과 외환시장 구두개입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시장에서 그러한 그의 행동에 대하여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경제수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중요하게 인식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경질에 대하여 단호한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업무의 계속성 등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불신하는 사람을 계속 경제수장의 자리에 두는 것은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겁니다. 더욱이 지금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투자금을 회수해 가는 중입니다.

 

그는 임명 당시부터 대통령의 인사에 흠집을 안긴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시중에 이른바 '고소영 인사'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는데, 강만수 장관은 소망교회 장로입니다. 고소영 중 소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종교편향의 문제도 역시 기독교인을 중용하는 인사에서 더욱 심각성을 느끼게 만든 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불신하고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무시당한 셈입니다. 지난 개각에서 최중경 차관을 대리경질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대통령에게 더욱 카리스마 넘치는 통치를 주문하는 여론이 있겠죠.

 

그러나 국민여론을 들으려면 지지그룹 내부에서 들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하는 측의 의견조차 듣고 합당하면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강장관에 대한 무한신뢰의 표현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촛불에 대한 반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중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대학생의 질문에 반감을 표했다고 합니다. 그 학생의 질문의 요지는 간단히 말해서 소통의 중요성을 말하던 대통령이 왜 강경진압과 수배를 남발하고 또 집회를 제안했던 사람들을 주동자로 몰아 압수수색을 하는 등 소통과는 거리가 먼 대응을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제2의 촛불이 다시 타오를 수도 있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죠.

 

여기에 대통령은 협박하는 것이냐고 반문을 했습니다. 또 참가만하고 주동자는 아니냐고 되받은 것입니다. 여기에 심각한 이명박식 소통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제 2의 촛불을 운운한 질문자의 의도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촛불국면에서 두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니 진짜 소통을 잘하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협박으로 해석할 일은 아닙니다.

 

촛불에 대하여 주동자 운운하는 것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모욕하는 발언입니다. 주동자가 있고, 단순가담자가 있다면 뭔가 잘못된 일을 행한 범법자로 취급되는 것입니다. 지금 광우병 국민대책위 사람들에게 수배령이 내려지고, 일부 아고라 네티즌에게 압수수색이 가해지는 현상은 촛불을 매우 불순한 행위로 간주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이 주관없이 누군가의 선동에 의하여 호도되는 단순한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분류법입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어서 누군가 모이자고 제안한 것이 그렇게 폭발적 위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절대로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의 철없는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의 답변태도로 미루어 촛불을 들었던 군중에게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정권이 얼마나 조악한 과정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다뤘는지 진지한 반성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과정을 잘 복기해보면 촛불을 들었던 국민에게 그러한 반감을 가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국민과의 대화 도중 언급한 내용 중 또 다른 문제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공권력의 권위를 세우고 대통령이 좀 더 강하게 국정을 이끌라는 주문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항상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주문일 겁니다.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소신있게 일하라 주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을 테죠.

 

그러나 대통령이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 있는 소통이란 지지자 그룹과의 소통만을 말하는 것이어선 안됩니다.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고, 지지자들만의 정부도 아닙니다.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고, 정부여야 합니다. 대선은 이미 끝난지 오래되었고, 취임한 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습니다.

 

한나라당, 뉴라이트, 대선 특보단 등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만 들으면 편향된 여론을 듣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이죠. 바로 강력한 대처와 공권력의 위신을 세우라는 주문을 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현정권을 지지할 사람들입니다. 그들만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도 없고, 그들만 국정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반대하는 국민까지 모두 포함된 전체의 평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본래 지지하던 그룹과는 소통이 별반 어렵지도 않고, 큰 의미도 없습니다.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없죠. 따라서 대통령이 진정으로 소통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촛불을 들었던 그 민심의 바다로 나가서 마음을 열고 소통해야 합니다.

 

촛불집회를 나름대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끌어온 사람들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지고, 모일 장소와 시간을 인터넷에 알린 사람들은 배후세력이나 주동자가 되어 압수수색과 체포를 당하는 등 억압받는 상황에서 누구와 소통이 되겠습니까? 그것은 이미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촛불에 대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강력하게 처벌하고 공권력의 권위를 세워 다음에는 불만이 있어도 쉽게 촛불을 들지 못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을 겁니다. 과연 겁먹은 민심이 움츠려 들어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화를 더욱 돋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국민과의 대화는 정권의 홍보효과는 있었을지 모르나 국민의 갈증을 전혀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국민의 마음은 답답합니다. 정권과 소통이 전혀 시작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뿐입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만든 자리에 대하여 후하게 평할 수 없음이 답답할 뿐입니다. 국민의 소리는 언제나 청와대까지 가감없이 전달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대통령과의 대화#강만수 장관#촛불주동자#지지자들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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